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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문제 불변의 법칙은 회사에서 접하는 가장 보편적인 원리이다

저는 제 자신에 프로근성을 불어 넣기 위해 퇴근 후면 어김없이 책을 붙들고 씨름합니다. 늦깎이인 저는 남보다 여러 면에서 영리하지도 않으니, 모든 일에 걸쳐 오랜 시간 공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뭐든 한번 시작한 일은 10년은 해보자는 식입니다. 비유컨대, 18세기의 실학자들이 지녔던 벽(癖)과 치(痴)와 비슷하다고 볼 밖에요. 책을 탐독하다가 깨닫게 된 것인데, 물리학에는 ‘멱함수 법칙’이란 것이 있더군요. 이 법칙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큰 사고는 드물지만 정상적이며 그런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실패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즉, 모래더미를 쌓으면 모래알이 흘러내리는 작은 붕괴는 많이 일어나지만, 대규모 붕괴는 드물게 일어나며 어떻게 해도 모든 붕괴는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원리입니다.

이 같은 원리를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어느 회사나 문제투성이로 비칠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은 문제투성이이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집적해서 만든 집단체로 보입니다. 물론 경제행위를 하는 조직체라고 보아야지요. 예컨대 기업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 기업이며, 그런 노력의 결과 재화를 얻는 곳이 기업입니다. 그러나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함으로써 더 큰 위험을 짊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곳이 바로 회사 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론이나 해법을 제시하지만, 그것이 다른 일에는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문제 자체를 잡초처럼 뽑아내려고 하지만, 기업이란 토양에는 문제의 씨앗이 파묻혀 있다가 어떤 특정한 계기를 통해 표출되기도 하는 것이죠.

기업에는 왜 이처럼 문제가 많을까요? 바로 ‘사람’ 때문입니다. 신이 아닌 불완전한 사람이 문제를 만들어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를 생산해 내는 것이죠.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 늘 조직혁신이란 걸 단행하고, 구조조정하고, 인사재배치를 하며, 사업부문을 매각 또는 인수하고, 직원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찰싹 달라붙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 지닌 본질적 요소 때문입니다. 일은 마치 물과 같아서 그 안에 자연스럽게 미생물이 살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이 없다면, 100퍼센트 증류수와 같은 조직에는 어떤 미생물도 살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마실 수도 없게 되겠죠.

회사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사람-환경-행동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문제가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기업 문제는 상시적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만든 백신에 달라붙어 바이러스가 더 퍼지거나, 백신 자체가 프로그램간 충돌을 일으키며 바이러스가 되는 피해가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데 기업도 바로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문제 자체로 태어나 생멸을 거듭하는 유기체가 회사인 셈이죠. 문제의 진인을 없애는 게 아니라, 문제 자체를 더 큰 문제, 즉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태로 발전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경영자의 몫입니다. 물론 때로는 건전한 문제도 있고, 이런 문제는 기업을 살찌우는 영양소와 같아서 환영할 필요도 생겨납니다.

여러분은 시간상 길고 짧음을 떠나 직장생활을 하며 회사 내 적지 않는 문제를 목도하였을 것입니다. 오늘도 그런 문제는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아프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문제에 울분을 감추지 못한 적도 있을 거고, 입이 이만큼 나와 푸념을 일삼은 적도 있을 것입니다. 그 결과 문제는 해결되었나요? 오히려 여러분의 인성만 망가지지 않았었나요? 지금 여러분 회사에서 겪고 있는 문제는 다른 회사도 똑 같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십시요. 즉, 나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다른 다양한 문제들과도 같습니다. 매우 보편적입니다. 아마 요 몇 해 들어 마땅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기업들의 문제는 필시 전세계 어느 기업이나 지니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훌륭한 인재가 회사에 남지 않고 떠나가는 문제, 문제 직원이 있어서 골치 아픈 문제 등도 어느 회사나 지닌 문제일 것입니다. 이처럼 문제덩어리가 회사의 업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 앞에서 여러분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할듯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선명히 드러내 그에 대한 해결책과 내성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환영할 일입니다. 문제가 없다면 기업도 설 땅이 없을 테니까요.

우리 앞에 닥친 문제는 새로운 방향으로 기업을 생각케 하고, 몰두케 합니다. 그 속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케 하기도 합니다. 성장 정체의 문제를 심각하게 앓았던 노키아는 제지산업에서 IT산업으로 탈바꿈했고, 종합상사 업종의 한계를 지녔던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에서 해법을 찾아 ‘래미안’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갖게 되었으며, 섬유ㆍ신발 회사들은 밀려오는 저가 중국제, 외산 공략에 맞서 몇몇 성공적인 회사들은 등산화 영역으로 특화되며 생존 했고, 타 성장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반면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도산하였습니다. 문제가 해법을 찾게 한 것이지요.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을 보는 이의 눈, 태도, 심적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문제든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현상에 대한 인식이 문제를 보겠금 만듭니다. 따라서 결국엔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하겠죠. 많은 기업들이 성장 정체에 곤혹스러워지만, 실제 사업은 성장했는데, 상대적 빈곤감(특히 시장점유율의 하락 같이)으로 인해 정체라고 느끼는 경우가 허다할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 시장에서의 지위 하락에 따른 불안심리가 원인일 수 있겠습니다. 심적 상태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굳건한가, 흔들리는가, 단호한가, 우유부단한가 따위의 심적 상태가 문제의 본질일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회사 일을 하며 우리는 많은 갈등에 휩싸입니다. 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멈춰서야 할 것인가, 더 나아가가야 할 것인가, 이 시장을 도모할 것인가, 포기해야 할 것인가, 정면 돌파를 해야 할 것인가, 우회해야 할 것인가, 따위의 고민은 우리가 늘상 접하는 의사결정상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회사에 불만을 가진 것도 하나의 분명한 문제이며, 무대책으로 만족상태에 빠져 있는 것도 당연한 문제입니다. 장기적 수익원보다는 단기수익을 맞추기에 급급한 빈 카운터(bean counter)들 때문에 갖게 되는 경영상의 우려도 하나의 문제일 것입니다.

문제를 보고, 인식하는 방법이 새로워지지 않으면 문제는 출구를 찾기 어렵습니다. 문제 속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었을 때 문제는 문제가 아닌 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 일정한 거리가 너무 멀면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정말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겠죠. 문제의 객관화 작업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회사에서 접하는 문제는 모양만 달리할 뿐이지 상시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까? 이제는 문제를 뛰어 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업에는 문제가 항시 도사리고 있으며, 그 총량은 똑 같습니다. 질이나 함량이 다른 여러 문제들이 놓여 있는데, 이 문제들이 뒤얽히며 결정적인 문제가 되지 않도록 문제의 단서들을 잡아 마이너스 시너지가 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직원들 내부의 인식을 전적으로 바꿀 수 없다면, 강하고 부정적인 감정이나 사고는 순화시키고, 무화(無化)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스스로 느끼는 생각의 패턴도 마찬가지 입니다.

요는 자신입니다. 기업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문제가 ‘멱함수의 법칙’처럼 작은 문제로 쪼개서 분출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요는 막을 수 없는 문제로 발전해 가지 않도록 더 큰 문제를 양산해 내지 않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은 수많은 개인적, 업무상 문제를 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문제의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작은 문제를 수용해 큰 문제를 막는, 문제로 더 큰 문제를 막는 이이제이적 사고를 해 보면 어떨까요? 직장생활의 슬기는 이런 것입니다. 이런 색다른 차원에서라도 문제와 가까이 하기 바랍니다. 문제에는 지금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중요한 시그널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건 우리가 멈춰 서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