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업관리/LG,GS동업비결_구씨,허씨이야기

LG와 GS 그룹의 동업사(출간예정)

by 전경일 2010. 8. 17.

LG와 GS 그룹의 동업사가 출간예정입니다.

그 서문을 소개해 드립니다.


창업ㆍ수성보다 더 큰 동업 정신

기업을 일으키는 것을 '창업(創業)'이라 한다. 그런데 이 말은 국가 개국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그것을 차용해 '기업 창업'에 빗대어 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만큼 기업을 세우는 일은 국가를 세우는 일처럼 어렵고 중대하다는 뜻이겠다. 또한 창업은 혼신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뜻일 테고, 목숨을 걸고 절실히 임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겠다. 그래서 창(創)자는 옆에 항시 긴 칼을 휘둘러 차고 있다.

풀 수 없는 매듭을 일도양단하듯 끊어내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할 테고, 서릿발 같이 냉철한 판단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과 실행 면에서 자신의 목표와 사명감을 조각도로 파듯 뼛속 깊이 아로새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창업'이란 말엔 엄청난 무게감이 실려 있다.

창업도 어렵지만 경영에서는 수성이 더 어렵다. 창업 다음엔 반드시 수성이란 험로가 놓여 있다. 기업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지속성장해야 하기에 일정 시점에 이르면 극심한 성장 통을 겪는 등 수성은 더할 나위 없이 힘들다.

그런데 이 둘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 바로 '나눔'이다. 분배문제는 그만큼 어렵다. 성공한 다음에는 고락을 함께 해 온 사람들과 누가 봐도 똑 떨어지게 분배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기업은 함께 동고동락하고 함께 키우고 나누어 가지는 '더불어 축제'이다.

동업을 하건 창업 동지로 기업 경영에 참여했건 헤어질 때의 모습은 하나의 기준이 된다. 경영 전체의 과정과 결과 모두가 고스란히 '성공'의 한 부분을 이룬다. 함께 사업을 도모한 사람들과 헤어질 때의 뒷모습이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동업을 했던 사람들은 잘 헤어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없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왜 그런가? 각자가 지닌 욕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토사구팽'이란 사자성어가 상징하듯, 언젠가는 창업 동지간의 씁쓸한 헤어짐도 뒤따른다. 각자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점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할까?

(富)를 이루려는 목적 때문에 사업가들이 만나서 함께 일하다 헤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종의 일시적 '손잡음'이기도 하고, 역동적인 사업 환경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업은 자기의 이해관계에 충실하려는 욕망을 밑바탕으로 한다.

누구와 함께 한다는 것은 무슨 일이든 조정ㆍ조율의 과정을 같이 해나가야 한다. 동업을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가 이러해야 한다. 동업이 오래가기 힘들다는 통설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런 과정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런데 창업 과정에서부터 수성 및 도약 과정 전체를 함께 하고, 역할에 따른 공평 지분을 처음부터 나누고 끝까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구나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깊은 신뢰와 배려의 문화를 만들어내며 진정한 성공을 이룬다면? 이것은 보통의 노력으로는 이루기 힘들 것 이다. 인간인 이상 욕심이 따를 테고, 욕심 앞에 초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뎌지고 때로는 헌신짝처럼 버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미증유의 성공 동업을 이뤄낸 사람들이 있다. LG와 GS 그룹의 전신인 LG그룹의 능성 구씨와 김해 허씨 집안이 바로 그들이다. 창업으로부터 출발해 헤어질 때까지 이들은 혼신을 다해 회사를 키웠고, 57년 만에 멋진 작별을 이뤄냈다. 헤어지면서도 적이 아닌 친구로 남았고 경쟁적 관계보다는 우호ㆍ협력의 관계로 남았다. 초기에 땅을 팔아 들이댄 종자돈은 현재 몇 백만 배로 불어나 대기업이 되었다. 두 집안은 그것을 둘로 나눴다. 헤어짐 자체가 완성이자 완결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이야말로 창업이 뭔지, 기업을 일궈내는 힘이 뭔지를 아는 진정한 기업가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해서 이 같은 미증유의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기업의 연륜이 일천한 우리 한국 기업사에서 위대한 성공 동업의 조건이 무엇인지 찾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을 쓴 동기다. 단순히 함께 일하다 잘 헤어졌다는 초보적 의미의 동업이 아니라 남과 함께 하며 서로 성공하는 방정식을 찾아낸 것을 표본으로 삼기 위함이다. LG 동업사를 기반으로 동업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자 하기 위해서이다.

그룹 분리 전 LG그룹은 성공 동업의 결정판이자 교과서이다. 이들은 동업, 제휴, 협력을 키워드로 들고 절치부심하는 기업들에 큰 방향타가 되어 준다. LG그룹은 뭔가 남다른 구석이 뚜렷이 있다. 창업과 성장의 명암을 국내 대기업(재벌그룹)들과 같이 공유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많은 한국 대기업들이 패망해 한반도를 떠난 일제로부터 환수한 귀속재산의 불하과정에서 부를 축적한 데 반해 LG는 전혀 다른 궤도를 달려왔다.

LG는 다른 재벌 기업들과 달리 창업 초기부터 기술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획기적 사업 모델을 개척해 냄으로써 엄청난 부를 일궈냈다. 끊임없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혁신적인 실행을 함으로써 그룹의 반열에 뛰어올랐다. 이 점은 그 어떤 점보다 높게 살 근거가 된다. 그 선봉에는 탁월한 창업자이자 기업가 구인회가 있다.

구씨ㆍ허씨 동업이야기를 다뤘지만, 두 집안의 상생협력은 오늘날 동업을 생각하는 많은 개인과 기업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줄 믿는다. LG 동업사를 통해 동업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바꾸고자 이 책을 썼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상생ㆍ협력 원칙을 살펴봄으로써 경영 지평이 보다 확대될 수 있길 바란다. 윈-윈이라는 상생 게임은 단독 플레이보다 동반경기라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 국내외적으로 제휴가 기업의 주요 전략으로 각광을 받는 시점에 LG그룹의 동업사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21세기 글로벌 경영에서는 상생을 추구하는 기업이 진정한 승리자이다. 

전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