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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성공학 책은 모두 버려라

자신을 좀 더 투명하게 보아라

by 전경일 2010. 8. 27.

어렸을 때 마을에 엿장수가 나타나면 병을 들고 간 적 있다. 어느 날 나는 기름병을 들고 갔었다. 그 때 엿장수는 내게 단호하게 “기름병은 안돼!”라고 말했다. 기름병은 왜 안 되는 거지?

그 이유를 나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름 찌꺼기를 분리해 내는 데 별도의 비용과 손질이 필요하고, 그 기름때가 다른 병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그 후 나는 기름병을 들고 엿장수한테 가지 않았다. 그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는 ‘엿장수 마음대로’ “기름병은 안돼!”라고 말하며 거절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부시 맨은 앞을 보는 병을 원한다

그때 내가 들고 간 기름병은 설사 아프리카 초원에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어느 부시 맨도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 걸로는 앞을 볼 수도 없었을 테니까.

이런 나의 경험은 사소한 것이지만, 나이 들어 내 자신을 바로 보는데 도움이 됐다. 직장을 잡으려고 이력서를 넣으면, 언제나 내가 인식하는 ‘나’와 달리 나의 가치는 형편없이 추락해 있었다.

심지어 나이 들어 좀더 많은 경력을 쌓은 다음에 만나게 되는 헤드헌터들은 “하신 일이 너무 많군요. 그게 흠이 예요.”라며 퇴짜를 놓았다. ‘한 일이 많다?’ 그것도 흠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 세상엔 주어진 영역에서 벗어나는 걸 극히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밖의 세계를 경험해 본 사람을 경원시하는 경향도 있다. 그것이 하나의 편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견디다 못해 취직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아예 창업을 했다.

그때 남들이 나를 바라봐 준 건 매우 ‘투명한’ 처사였다. 그들이 옳다. 가장 일반적 기준에서는 말이다. 그들에게 그런 객관적 시각이 없었다면, 나는 나를 투명하게 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을 것이다.

인간이 가장 편견에 사로잡혀서 보는 건 단연 ‘자기 자신’이다. 그만큼 자신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겐 불투명성의 질병이 있다

나이가 들어 기업에 투자를 하면서도 나의 불투명성 질병은 다시 도졌다. 내가 가졌던 치명적인 질병은 게리 벨스키가 말한 <투자할 때 저지르기 쉬운 7가지 실수>에 잘 나타나 있다.

그가 말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두 가지 성향의 실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전 생각.’ 이는 뭔가에 돈을 치렀을 경우 결과야 어찌되었건 그것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손실기피증.’ 이는 사람들이 손실에 부여하는 중요성이 이득의 경우보다 대략 두 배 정도는 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100달러를 벌었을 때 기뻐하는 것보다도 100달러를 잃었을 때 두 배나 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상상 속에 있는 건 미래만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내가 세상을 살며 얻어낸 것 보다, 나의 상상 속에 있는 ‘과거’가 나의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경우도 있다. 앞서 사례의 문제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것은 자신을 투명하게 보지 못한데 기인한다. 실패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성공을 지나치게 치장하는 행위 모두, 극단적인 판단 착오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게리 벨스키가 말하는 투자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본질적으로 자신을 투명하게 보지 못하는데 있다. 불투명성의 색안으로 명암 테스트를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투명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단기적으로 불리해 보일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걸 달가워할 사람도 없다. 그러나 당신은 지신의 자원을 점검하기 위해서도 가장 투명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투명하게 본다는 얘기는 자신만의 눈이 아닌, 남들의 눈으로도 볼 수 있는 걸 말한다. 남들의 눈보다 스스로 갖고 있는 제3의 눈이 필요하다. 그럴 때 자신에게 보탬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이득이 된다고 믿는 거래와 자기 자신에게 실제로 유리한 거래를 혼동한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가치는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분석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들고 간 기름병이 퇴짜를 맞지 않도록 하고 싶거나, 당신의 이력서가 ‘왜 이렇게 한 게 많아요?’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99%의 투명성을 찾고자 하는 자기 시각 언제나 중요하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