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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성공학 책은 모두 버려라

영리하게 실패하라

by 전경일 2010. 8. 27.

상담을 하다 보면 모든 실패를 ‘마지막’과 동의어로 몰고 가는 사람이 있다. 이 얘긴 달리 표현하면 그 사람은 앞으로 더 많은 실패를 할 수도, 실패를 종식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와 같다. 어쨌든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으니까, 종국은 보이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변하게 되어 있다. 당신이 주체적으로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 노력하지 않아도 말이다. 그러나 그럴 때의 변화란 변화에 휩쓸리는 피동적 존재가 되는 것 밖에 없다. 시간도 문제다. 죽은 다음에 변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죽은 다음엔 이미 모든 게 변하게 되어 있는데. 성공이나 실패의 시차는 그래서 중요하다.

실패의 두 가지 종류를 아는가?

모든 실패의 가장 위험한 단계는 그것이 회복 시차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휴스턴 대학의 잭 맷슨은 이를 가리켜 “느리고 우둔한 실패”와 “총명하고 빠른 실패”로 구분하고 있다. “느리고 우둔한 실패”의 위험성에 대해 그는 “그 과정이 너무 긴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기진맥진해서 자포자기 상태가 되는 것”에 위험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반면, “총명하고 빠른 실패”는 한꺼번에 실천에 옮기고 다음에 실천할 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 성패가 판가름 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실패든 성공이든 말이다.

이와 관련되어 내가 아는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김 인출 사장은 소규모 회사를 경영하며 매월 지출되는 경상경비 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때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기 보다는 무리한 배팅을 시작했다. 더 먹고 싶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자, 상대사는 그 회사의 속사정을 훤히 꿰뚫어 보게 되었다. 마침내 터무니없는 욕심 때문에 얼마 후 그는 회사를 매각할 기회마저 놓쳐 버리고, 정리해야만 했다. '떨이'도 못한 채 야채와 생선을 다 썩혀 버렸던 것이다.

그런 그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넘기려면 그냥 접어 버리지, 뭐." 지금 그는 파산한 배에서 짐짝 하나도 건지지 못한 채, 다시 월급쟁이로 돌아가, 조금씩 '판 돈'을 다시 모으고 있다.

실패에서 배운 자를 믿어라

나는 김 사장이 재기에 성공하리라 믿는다. 그는 실패에서 제대로 배웠다. 결과적으로 ‘우둔한 실패’를 했지만, 그는 ‘영리해 졌다.’ 내가 그의 재기를 장담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영리하게 실패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잃는 가운데에서도 최소한 시간만은 잡아야 한다. 최소한 자기가 상황을 알고 판단할 시간 감각만 있다면 바로 그런 상태는 당신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 채 상황을 보고 있다는 얘기고, 그만큼 훈련되어 있다는 얘기다.

실패를 ‘우둔하게’만드는 데는 손 쓸 시간조차 없는 상황이 더 큰 실패에 크게 한몫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으면 어떤 판단도 흐려지지 않을 수 없다. 초읽기에 밀리면서도 마음의 중심을 잡고 대국을 바로 볼 수 있는 기사(棋士)라면 쉽게 패배하지도 않을 테니까. 그는 ‘선수(先手)’를 놓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강우동 사장의 경우도 나는 반드시 인생 역전 케이스에 포함될 것으로 믿는다. 강 사장은 퇴직 후 옷가게를 경영했다. 그러나 채 1년이 못가 거래처의 농간과 브랜드 선정의 실수로 그는 막대한 손실을 입고,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성공한 사람의 철칙에서 배워라

그러나 그에게 남은 재산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해외 브랜드를 관리하는 업체 직원을 통해 국내 진출 희망 업체 리스트를 구한 것이었다.

최근에 이 메일로 업체 아시아 담당 이사와 연락을 취했는데, 지역 매니저 역할을 1년만 맡아 할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강 사장의 말에 의하면 1년이면 ‘빠꿈이’가 된다고 한다.

그는 난파한 배에서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한 게 아니라, 오히려 큼지막한 자기 커리어를 쌓았다. 또한 ‘실패’를 했어도, 바로 주어진 여건에서 주워 모을 수 있는 가용 자원을 재빠르게 재조합해서 ‘총명한 실패’로 전환시켰다.

영리하게 실패하는 자들에게 기회는 다시 온다. 이건 성공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철칙 중에 하나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