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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강의/마흔으로 산다는 것

40대의 숲은 다르다

by 전경일 2012. 1. 27.

40대의 숲은 다르다

40대는 거추장스러운 나이다. 이전 세대에 대한 부채감에서 결코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만큼 한 세대를 만들기 위해 전세대가 기울인 노력은 지난하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소 팔고 논 팔아 학비를 대야 했던 농투사니 부모님을 기억할 것이다. 경우는 달라도 바로 그런 부모님을 둔 세대다. 산업 시대서 정보 시대로 넘어온 만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풍요도 이전 세대나 이후 세대와 많이 다르다.

겪어온 역사적 환경도 남다르다. 이전 세대가 극단의 이념 대결 양상을 띤 반면, 40대는 참여적 입장을 띠면서도, 객관적 시각을 지니려고 부단히 노력한 세대다. 앞의 세대로부터는 철모르는 진보주의자로, 다음 세대로부터는 아직도 이념에 찌든 보수주의자로 인식되기에 십상이다.

40대는 불완전 시대를 사는 세대

더불어 정치적으로는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역사를 만들고자 직, 간접적으로 노력한 세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실은 여전히 미완인 채로 후대에 되물림 해줘야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저 유명한 5.18이나, 직선제 쟁취, 6월 항쟁, 이어 전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된 동서간 이념 붕괴는 40대가 몸소 겪어온 역사적 흔적이다. 이전 세대로부터 얻었으나, 그것은 불완전하기만 했고, 다음 세대에 넘겨주려하나,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역사를 사는 세대.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40대다.

이런 세대가 지금 오십대, 나아가 60, 70대 노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세월에 힌머리는 늘어가고 어느덧 나이는 중년의 백미인 오십줄을 향해 치닫는다. 부질없는게 나이다. 나이가 들어찰수록 40대는 유독 자기 삶을 만들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런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내 주변을 살펴보면, 새벽반 어학원에 등록하기도 하고, 헬스클럽에서 조깅을 하며 땀을 흘리는 동료들의 모습도 쉽게 보인다. 아니면 거래처 임직원을 데리고 야간업소 투어에 나서야 하는 중간 관리자로써 살고 있거나, 아니면 임원이 되어 몇 년 더 직장에 다닐 수 있을지, 곧 물러나야 할지 막막해 하는 처지에 놓여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내면으로 향한 도전은 세상을 향한 도전 만큼이나 40대가 맞닥뜨려야만 하는 현실이다. 좀 더 마음을 추스르고 살아가려면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조건이다.

40대가 이루는 숲

물론 가끔은 대접받지 못하는 세대라는 생각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한편으론 이전 세대들처럼 대접 받으며 사는 환경을 그리워하게 되기도 한다. 이전 세대와 같아지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이 누렸던 지위를 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우리의 바램을 받아 줄 세대는 대한민국 어디에고 없다. 40대는 40대만의 군락을 이루는 숲과 같다. 저들끼리 몸을 부비며, 그 나름의 숲을 이루면서 산 하나는 거뜬히 지켜내야 하는 그런 세대 말이다.

당신도 40대로써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런지 모른다.

만일 당신이 다음 세대들로부터 대접을 받고자 한다면, 그런 생각은 하루 빨리 버려라. 쉽게 말해, 꿈 깨라. 더 이상 전(前)세대를 존경하는 의식(儀式)을 젊음이들은 베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만의 세대를 구가하며, 나름의 문화와 추억과, 경험을 쌓으며 살아가야 한다.

다음 세대는 그 다음 세대를 리드하며 살아야 한다. 그들의 몫 중에 우리 지분은 없다. 만일 당신이 자신이 이전 세대에 한 것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에 다음 세대에 기대고자 한다면 그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다음 세대는 그런 당신의 바램을 유산으로 물려 받지 않았다. 그들은 별개다.

40대는 별개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한국 역사상 천 여 년을 이어온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다르다. 다른 종에게 같은 생각을 불어 넣으려 하는 건, 넌센스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양 세대의 조화는 어디서 올까? 인정하는 것이다.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오히려 같아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참다운 참여 정신이다. 상대에 대해, 다음 세대에 대해, 무한히 배려하며, 자기 세대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삶이다.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들에게 뭔가를 바라고, 기대고, 그것으로 그들을 불편하게 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만의 산에 머물며 그 산을 아름답게 수 놓아야 한다. 그들이 별개듯, 우리도 별개다. 우린, 우리가 다르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시대를 구가한 세대들 아닌가? 이것이 40대인 당신이 치러 내야할 세대의 숙제다. 다음 세대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그러려면 우리는 뭔가 다른 삶의 가치를 행동에 옮겨 보아야 한다.
전경일. <마흔으로 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