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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관리/구씨이야기 허씨이야기(동반성장)

개척자 정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

개척자 정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

기업사를 보면 수많은 기업가(起業家)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기업가 정신이란 과연 무엇일까? 기업가란 회사를 번쩍 일으켜 세우는 사람을 뜻한다. 어떤 기업가(企業家)도 회사의 위상을 끌어 올리지 않고서는 기업가라 내세울 수 없다. 이는 기업의 본질이 성장을 통한 발전을 꾀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이 성장의 방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인회를 있게 한 '구인 상회'의 경우 일반적으로 '상회'란 '결사영상(結社營商)'의 의미를 지닌다. 회사를 만들어 상행위를 경영한다는 뜻이다. 창업자 구인회의 경우엔 어땠을까? 가장 명확하게 평생에 걸쳐 이 '결사영상'의 구심점이 되어 기업을 이끌어 왔다.

구인회가 럭키화학을 만든 것이나, 금성사(LG전자)를 만들고 전자업계의 선구자가 된 데에는 평소 사업거리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몸에 밴 개척자적 정신이 크게 작용한다. 구인회는 구인 상회를 통해 포목점을 할 때부터 돈이 될 만한 일을 찾는데 본능적으로 관심이 남달랐다. 나아가 그 같은 관심이 환경과 내가 지닌 조건과 맞는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어떻게 채워 넣어야 할지 귀신같이 알았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1957년 초 기획 실장이었던 윤욱현이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며 얘기하고 있을 때였다. 구인회 사장이 불쑥 물었다.

 

"거, 하이파이 전축이라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는 거요?"

"그럼요. 대단하죠."

 

잠시 후, 그는 다시 입을 떼었다.

 

"그거 우리가 만들면 안 되는가요?"

 

윤 실장은 즉시 대답했다.

 

"안 될 거야 없지요, 다만 기술 수준이 낮아서 그렇지요."

 

그 말에 구인회가 즉시 대꾸했다.

 

"그럼 문제가 없구만. 기술은 외국 가서 배워오면 되고 그게 부족하면 외국 기술자를 초빙하면 되고 그거 우리가 한번 해 봅시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던 구 사장은 이때 내심 자신의 속뜻을 비춘다.

 

"라디오다 전축이다 그런 것 만드는 일을 전자공업이라 하지요? 우리나라에서 전자공업 손댄 사람 누가 있어요?"

 

기획실장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유추해 볼 수 있는 게 있다. 하나는 일에 대한 신념이다. 구인회는 개척자답게 언제나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을 벌여 나갔다. 그런 신념은 포목상을 하겠다고 조부 앞에 가서 2천원을 빌릴 때부터 폐부에 새겨둔 것인지 모른다. 그때 조부는 돈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제 스물다섯이다. 나는 너를 믿는다."

 

더는 구차한 말이 뒤따르지 않았다. 신념 있게 해서 성공이란 신뢰를 얻으라는 당부였다.

다른 하나는 구인회에게 깊게 각인된 선발 의식이다. 무엇을 하든 후발주자가 아닌 선발주자가 되라는 얘기이다. 크림이든, 플라스틱이든, 전자든 구인회는 요즘말로 '미투(me too, 남을 따라하는 것)'가 아니라 먼저 할 수 있는 것만을 찾았다. 그런 일을 찾아 뛰어들 때 그의 온 몸에는 엔도르핀이 돌았다. 반드시 뭔가 이뤄 내겠다는 기업가적 마인드와 거의 신앙처럼 받든 선발주자 의식은 젊은 기업가 구인회로 하여금 물에 잠긴 포목을 바라보면서도 웃게 만들었고, 한국전쟁 중에는 누구나 반대하고 미친 짓에 불과하다는 플라스틱 사출기를 처음으로 들여와 제품을 찍어내게 했다.

LG의 경영이념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개척정신'이다. 이 기업가 정신이 락희를 오늘날 LG로 인도한 것이자 구인회가 LG선단을 이끌고 대항해에 나선 배경이다. 그런 도전 정신 앞에 LG는 보다 차원 높은 경영 세계를 이후 재계에 유감없이 보여준다.

구인회는 한국 기업가사(企業家史)에서 매우 중요하고,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농업자본을 상업 자본으로, 상업 자본을 다시 산업자본으로 전환시키는 시대를 내다본 예견력과 긴 안목을 지닌 기업가였다. 초창기에 산업이 될 분야에 뛰어들어 장기적인 포석을 두었다. 오늘날 효율성 중시의 한해살이 경영과는 차원부터 다르다. 그가 지닌 꿈과 비전은 선구자적 사고로 훗날 그룹의 모든 신산업이 뿌리를 내리게 하는 원천적인 경영철학이 된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