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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코퍼레이티드 워킹 커뮤니티

by 전경일 2013. 8. 26.

코퍼레이티드 워킹 커뮤니티

더불어 다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해녀사회는 21세기 경영이 지향해야 할 점이다

 

해녀들이 비조직적인 개인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해녀집단은 철저하게 조직적이다. 해녀라면 누구나 해녀회에 소속되어야 한다. 그러면 해녀들의 조직인 ‘해녀회’는 무슨 일을 할까?

 

해녀회는 닥쳐올 난관에 공동대처하며 자원관리와 권익추구에 앞장선다. 의사결정은 해녀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새로 이사 온 해녀에게 입어권을 줄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에서부터 해조류의 공동채취 및 공동판매, 영등굿, 어장청소, 어장감시 등 크고 작은 일이 해녀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일단 결정되면 구성원들은 정해진 관행을 법보다 더 잘 지킨다. 자연과의 투쟁에서 얻어진 협업 체계가 뭍의 법칙보다 더 구속력 있고, 잘 지켜지는 것이다. 공생의 조건은 권리와 의무를 다함으로써 마련된다.

 

특히 굳은 일에는 협업이 철저히 요구된다. 예컨대, 밭을 가꾸듯 바다풀도 제거해야 식용 해초류가 잘 자라는데 이렇게 어장을 청소하는 ‘개닦기’에는 해녀라면 누구나 참석해야 한다. 삶의 조건은 뭍이 아닌, 물에서 마련되므로 공동 작업은 철저히 의무적이다. 바닷속 잡초는 깨끗이 제거하지 않으면 우뭇가사리․톳 따위 필요한 해조류가 잘 자라지 않아 삶의 터전이 황폐해 진다.

 

제거한 바닷속의 잡초는 보리를 파종할 때 밭에 깔아서 거름으로 쓰이기도 하고, 그냥 파도에 떠밀려 가게 두기도 한다. 밭 거름으로 쓰는 것은 ‘바당풀캐기’도 하고, 뭍의 밭도 풍요롭게 하기에 일석이조다.

 

그런데 만일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해녀가 있다면 어떻게 처리할까? 벌금을 부과하고, 심지어는 입어권을 박탈하기도 한다. 스스로 정한 규율을 어떤 경우에도 원칙화해서 철저히 지켜 나가는 것이다.

 

어느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는 규율이라는 게 있다. 문서화된 규범도 있고,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실천해 나가는 규범도 있다. 함께 일을 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제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해녀 사회는 성문법이 아닌, 관행으로 이 같은 ‘법치주의’를 이룬다.

 

그렇다고 상명하달식의 지휘체계가 작동하는 건 아니다. 모두의 수평적 합의, 민주적 의사표현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해산물 채취든 어장 관리든, 모두 수평적 합의에 따라 공평하게 적용된다. 해녀 사회는 이처럼 더불어 살고, 다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기에 오늘날 기업 조직 운영의 또 다른 민간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