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경영/CEO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산부리에 채여 넘어지는 경영자는 없다

by 전경일 2014. 4. 1.

산부리에 채여 넘어지는 경영자는 없다

발밑이 천길 낭떠러지이고 대평원이다.


산꾼 경영자에게는 별의 별 사정이 많다.

직원이 돈을 빼내가는 바람에 곤란을 겪는 사람, 믿었던 직원이 경쟁사와 내통해 거래처와 기술을 빼돌려 속을 태우는 사람, 믿고 차용증 하나로 보증서류를 대신 해줬는데 언제 돈을 받았느냐며 법정에서 생떼를 쓰는 납품처 대표를 믹서로 갈아 마셔도 시원찮다고 이를 가는 사람, 아내 몰래 젊은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가 덜컥 애가 생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을 썩이는 사람, 좀 똑똑하다 싶어 직원을 키워 놓았더니 냉큼 대기업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속이 새까매진 사람, 돈 좀 투자했다고 감 내놔라 대추 내놔라 하며 경영에 참견하는 주주들 때문에 일 못해 먹겠다는 사람, 사업을 하다 보면 여러 군데 힘을 써놔야 하는 터라 서로 상의해서 돈을 썼는데 나중에 법인 돈 착복했다며 고소하는 공동창업자 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사람,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한 친구의 부탁을 뿌리쳐 20년 지기를 잃게 됐다며 푸념하는 사람 등 참으로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이처럼 온갖 사연을 안고 있는 경영자를 만났을 때 가장 좋은 위로의 말은 무엇일까? 산꾼 경영자는 한결같이 ‘산에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산에 가면 어느 정도 답답함이 풀리기 때문이다.

문명철 사장은 인수봉 꼭대기에서 ‘사장님~’ 하고 부르면 열에 서너 명은 쳐다보고, ‘나처럼 이런저런 고민이 있는 분?’ 하고 물으면 열에 여덟 명은 손을 들 거라고 말한다. 마음에 들어앉은 짐이 무거워 산에 오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라는 얘기다.




문 사장은 피혁 수출입을 하다가 된통 서리를 맞은 후 스무 살 무렵의 취미로 다시 돌아왔다. 아무리 조심해도 발에 뭔가가 걸리면 넘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면 죄다 돌부리지 산부리는 아니다.

“경영자들은 종종 간과하지만 산행을 할 때의 위험처럼 경영상의 문제도 원래 작은 것에서 생겨납니다. 자기관리를 못했든 남을 너무 쉽게 믿었든, 아니면 회사가 작을 때 계약서도 없이 대충 이면 저면으로 합의한 것이 훗날 분쟁의 씨앗이 되든 모든 것이 작은 것으로부터 비롯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늘 발부리부터 유심히 살펴보라고 강조한다. 이른바 ‘돌부리 경영론’이다.


“어디 그뿐인가요? 회사가 넘어질 때는 보통 큰 목표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작은 구멍이 점차 넓어지면서 문제가 커지고 끝내 태풍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되지요. 따라서 경영자는 작은 것부터 신경 써야 합니다. 아시잖아요? 작은 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말이에요.”


문 사장은 경영자가 사실은 툭 털어놓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저런 사연을 한두 개쯤은 죄다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2세 교육을 잘못해서 기업을 무너뜨리는 것이나 오너 중심의 대기업 내부구조가 작은 내홍에도 쉽게 혼란에 빠지는 것도 모두 작은 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자기 발밑을 보라는 ‘각하조고(脚下照顧)’는 등산을 할 때 유념해야 할 영순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내가 경영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늘 작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물론 사업이 불처럼 일어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구 국수집이 오늘날 가장 큰 대기업이 된 거 아녜요? 쌀가게 하다가 재벌이 된 거 아니냐고요? 여기 산에 오른 사람 중에도 아마 나중에 그렇게 큰 사업을 일구는 사람이 생길 테고, 역으로 돌부리에 걸려 쓰러지는 사장님도 있을 겁니다. 늘 작은 것을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그걸 못 보면 한순간 벼랑 끝으로 내몰립니다. 경영자라면 그런 돌이 실제로는 산길에 깔려 있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걸 모르면 경영은 쉽게 손을 떠나게 되죠.”


작은 것을 무시했다가 생사의 기로에 여러 번 섰던 문 사장은 인생이나 사업에서 터득한 것 모두가 산에서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


산은 크다. 하지만 경영자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작은 돌부리는 산보다 더 크다. 그가 알게 된 깨달음은 이런 것이 아닐까? 산꾼은 이런 걸 좌우명처럼 걸어두고 산 아래에서 산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지 생각해봤다.ⓒ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