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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CEO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모든 경영자는 혁신 등반을 꿈꾼다

모든 경영자는 혁신 등반을 꿈꾼다

모든 방법을 구사해 산을 오르라. 그래야 달라질 수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히말라야 원정대는 대규모로 이뤄지는 게 상식처럼 여겨졌다. 따라서 수많은 물자와 이를 나르는 포터들이 동원돼야 했고 예산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다 원정대가 산에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큰 골칫거리로 남았다.


이러한 상식에 반기를 든 등반가가 바로 라인홀트 메스너이다. 그는 낭가파르바트 앞에서 불현듯 전혀 다른 혁신, 즉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단독등반’을 떠올렸다. 당시로서는 무모해보였던 그의 생각은 혁신 등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동시에, 치열한 경영환경에 선 경영자들에게 가볍고 경쾌하며 속도감 있는 경영 전략을 구사하도록 영감을 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칭기즈칸의 몽골 전사가 소 오줌통 하나에 한 달 치 식량인 말린 양고기를 담아, 갑옷도 없이 초원을 내달리며 대륙을 정복하던 혁신적인 전투기법과 유사하다. 이들은 튼튼하고 몸집이 작은 몽골말을 타고 유럽의 골목골목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유린해 ‘몽고군은 개를 타고 왔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러면 메스너의 혁신적인 사고를 현실로 만든 단독등반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당시 원정대는 규모도 컸고 물자도 수 톤에 이르렀다. 동생 권터와 나는 정상에 도달하기까지 낭가파르바트 벽에서 40일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다. 히말라야 등반에 관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이제까지 원정대에 관한 책을 통해 알았던 8,000미터급 거봉을 나는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산 등반가들로부터 배운 온갖 방식을 버리기로 했다. 나는 산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전통적인 공격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제야 나는 히말라야를 재발견하고 나 자신의 꿈을 키우며 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8,000미터급 거봉은 대규모 원정대를 꾸리지 않고는 결코 오르지 못한다는 편견이 지난날의 단독등반을 좌절시켰다. 단독등반은 마술 같은 일이라고 여겨졌고 심지어 그 아이디어는 이단시되었다. 어느 시대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역사적으로 오늘 미친 짓이라고 웃음거리가 되던 일이 내일 옳은 일로 인정받게 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제7급 문제나 무산소 에베레스트 등정 문제가 그랬고 이번 단독등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인홀트 메스너, ≪검은 고독 흰 고독≫)


경영을 하다보면 벽에 부딪혀 진로를 확보하지 못한 채 관망하게 되는 때가 있다. 이 경우 많은 경영자들은 좌절하거나 불평을 쏟아내지만 지혜로운 경영자는 전략을 짠다. 메스너는 40일간의 숙고 끝에 단독등반이라는 착상을 얻었다. 아마도 그는 그때 짜릿한 느낌으로 전율했을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거의 생각, 믿음, 조롱 심지어 가르침까지 집어던지는 일이었다. 그래야만 사업의 다른 면, 즉 생존과 활력의 각도가 나온다.


이처럼 혁신은 달라짐으로써 재발견하는 것이다. 달리 생각하지 않으면 끝내 찾아낼 수 없다. 혁신의 또 다른 대표적인 예로는 마이크로칩이 있다.


1958년 7월 24일, 잭 세인트 클레어 킬비(Jack St. Clair Kilby)는 강력한 컴퓨터처럼 새로운 전자장비에 쓰일 배선을 설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배선이 들어가야 하고, 수백만 개의 납땜 커넥터가 필요한 이 작업을 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술자가 앞 다퉈 해법을 찾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런 장치를 만들 수 없었다. 머리를 싸매고 고심하던 그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항기, 콘덴서, 배분 콘덴서, 트랜지스터를 모두 하나의 칩에 담아내는 거다!’


이것은 기존의 방식과 달리 배선을 완전히 제거하는 새로운 방식이었고 그 순간 전자회로의 오랜 역사와의 결별이 시작되었다. 그 대단한 착상을 두고 처음에는 누구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회로의 모든 기본요소를 똑같은 물질, 즉 실리콘으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아냈다. 그러면 엄청난 부품을 작은 공간에 압축해 넣는 대신 배선은 필요 없게 된다.


손톱만 한 칩에 모든 컴퓨터 회로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마침내 마이크로칩 시대를 열었고, 오늘날 PC, 휴대전화, 인터넷 등의 IT혁명을 가져왔다.


어떤 분야에서든 혁신적 사고가 없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일이 아주 많다. 특히 경영일선에서 혁신에 주목하고 이를 잘 관리한다면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산행 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산을 오르고 있는가? 경영자는 늘 이 문제를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 산을 오른다면 산에서 배워야 할 것의 1할도 배우지 못하고 내려오게 될 것이다. 산 그리고 자신이 달리 보이고, 미래에 달라질 내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혁신 등반이 아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의 생각이 산 아래의 판도를 바꾼다. 그래서 산꾼 경영자는 가끔 다른 길로 오르기도 한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