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베스트 강의/이순신 | 경제전쟁에 승리하라

혁신주도형 동반성장 모델

by 전경일 2014. 9. 26.

혁신주도형 동반성장 모델

오늘날 기업 조직내부는 상사와 직원 간 서열 관계보다 강한 협력체계를 우선시 한다. 구성원들이 일을 수행하는 특성은 협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무 특성상 과업복잡성이 크고, 과업·목표·결과 등이 상호의존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과업성과도 협력과 정(+) 관계에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2000년 국가별 지식축적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대비 17, 일본에 비해 4.4배나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 매출액에서 혁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18, 29퍼센트로 OECD 각 국의 50퍼센트 대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가기술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선진국 대비 신성장동력산업의 기술수준을 보면 디지털 TV, 디스플레이어, 로봇, 미래형 자동차 등에서 3~5년이나 기술이 뒤떨어져 있다. 평균기술수준도 69.8퍼센트, 평균기술격차도 4.2년이나 뒤진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을까? 이는 신기술의 흡입성 정도, 산학협동 정도, 기업 간 협동 정도 면에서 우리가 경쟁국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그만큼 혁신을 통한 생산성 기반이 불충분하다는 방증이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하에 본업을 강화할 것인지, 신사업에 뛰어들 것인지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기업은 창업, 성장, 성숙을 거치 성장통을 겪게 되는데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재도약을 하게 될지 쇠락을 맞이할지 결정된다. 물론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협력체계를 구축해 놓느냐 하는 것이다.

 

마르코 이안시티(Marco Iansiti) 하버드대 교수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은 점차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기업은 자사가 속한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성과를 관리하며 역량을 통합하는 능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과거의 모방형, 각개약진형, 강소·중소기업과의 미약한 연관관계가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기초한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획득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경제는 성숙단계에 진입해 있는 까닭에 노동과 자본 위주의 양적 성장전략은 더 이상 주효하지 않다. 지식기반 경제하에서는 과거처럼 외연적 확대만으로는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없다. 이전의 대기업 중심 성장전략은 산업 제 부문 간 연관관계성이 미약하고, 수요기반이 부재하면서 선순환 구조가 단절되어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경제의 양극화를 가져오고, 산업구조가 왜곡되는 등 문제점이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은 이제 기술협력 관계를 통해 외부와 상호보완적 자원들(complementary external resources)을 공유해 활용함으로써 기업들의 자원기반을 넓혀 주고, 혁신성과를 향상시켜 주어야 한다. 상호보완적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 협력에서 동반성장으로 사고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간에 창조적 관계성이 전제될 때 산업생태계 차원의 경쟁력이 확보된다. 강소·중소기업의 백업어(back upper) 기능이 약화되면, 대기업 또한 성공의 실패나 핵심경쟁력이 변화한 환경 대응력에 실패해 핵심경직성(core rigidity)으로 급전직하 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경제의 경쟁력의 근거는 강력한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의 품질 경쟁력이 산업우위를 점하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아이켄베리(G. John Ikenberry)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 기업들은 지적자산 시대로 넘어가며 중대한 전환점(critical junctures)’에 놓여 있다. 강력한 상생협력의 방법론으로 혁신주도형 동반성장 모델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순신과 그의 막하 사람들, 그리고 남해 연안 백성들의 협업체계에서 우리는 한국경제의 또 다른 혁신 모델을 찾게 된다

 

장군은 운주당, 즉 지금의 제승당에서 수군 장졸들의 의견까지 경청하며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 즉 활달한 소통은 놀라운 전략을 이끌어 냈고, 나아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결전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 이 점은 임란 승리의 원천 역량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장군이 서울로 압송되고 나서 원균이 부임했을 때에는 제승당 내 울타리를 치고 기생들을 들여 조선수군 사이에서는 "조선 수군을 끝났다!"는 자포자기의 심적 상태가 되고, 그로 인해 탈영병이 속출하였다. 이 둘간의 차이점은 오늘날 리더들에게 웅변하는 바가 크다.

 

장군은 세 번씩이나 현직에서 쫓겨났고, 두 번에 걸쳐 백의종군 했다. 권력과 거리가 먼 변방의 장군이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소위 조직 내 찬 밥신세였다. 그런데도 장군의 어떤 점이 이들로 하여금 목숨을 내걸고 따르도록 했을까? 적당히 요령을 피우고, 숨어 있기만 해도 생명부지는 할 텐데 이런 자발적인 참여를 한 원천은 무엇인가? 장군이 먼저 희생함으로써 부하들에게 강한 신뢰감과 결속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신분을 뛰어 넘는 구국의 의기투합이었다. 요즘 경영용어로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리더십이란 위에서 명령하고 아래에서는 수행만 하는 게 아니다. 여기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강한 결속력과 유대감이 내재되어 있고, 조직이 한 방향을 향해 바위도 뚫고 태산도 무너뜨리며 나가는 강한 동료애가 밑바탕 되어야 한다. 이순신 대오는 철저하게 협업체계를 유지했다. 단합된 조직력이 임란의 승부를 갈랐던 것이다. 과연 우리 조직은 어떤가.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