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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일상의 습관으로서 통섭을 가져오는 상상경영

by 전경일 2017. 5. 8.

일상의 습관으로서 통섭을 가져오는 상상경영

 

기업은 창조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상상의 힘에 의존하고 있다. 없는 것을 보는 눈, 있는 것의 이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은 교착 상태에 빠진 기업 경영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상의 힘은 그 만큼 크다. 2,400년 전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현미경도 없던 시대에 어떻게 원자를 생각해 내게 되었을까? 그가 없는원자를 보게 된 것은 곰곰이 사색한 끝에 그 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상상의 힘이 원자 세계로 인도한 것이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1397~1468)가 포도주를 한두 잔쯤 마신 뒤 생각해 낸 새로운 발상은 훗날 혁신적인 발명품을 낳는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 만약 동전 압인기를 포도주 짜는 기계 아래에 놓아 종이에 동전의 상이 찍히게 하면 어떨까? 그의 생각은 그 둘을 합친 결과물인 인쇄기와 휴대용 타자기로 훗날 발전했다. 구텐베르크가 한 일은 서로 다른 두 생각을 연결한 것이다. , 포도주 짜는 기계와 동전 압인기를 연관시켰다. 동전 압인기의 기능은 금화같이 작은 물체의 표면에 어떤 상을 새기는 것이다. 그리고 포도주 짜는 기계의 기능은, 예나 지금이나 포도즙을 짜내기 위해 넓은 면에 한꺼번에 힘을 가하는 것이다. 한스 그라스만의 말처럼 내가 세계를 어떤 크기를 갖는 질서로 관찰하느냐에 따라 세계는 또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달리 보인다.” 지적변혁의 시대, 기업들이 상상경영을 통해 창조력을 높이려는 이유는 상상의 힘이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을 안내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나 상상은 강렬한 필요에 의해 생겨난다. 현실의 꽉 막힌 장벽을 뚫고자 하는 필요는 사고의 축을 360도로 돌리며 답을 찾게 만든다. 끈질긴 사고가 문제는 푸는 열쇠를 찾아 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한 사람인 가우스(Karl Friendrich Gauss)2년간의 실패 끝에 어떤 수학적 정리를 순간의 직관으로 깨닫고 이렇게 말했다.

 

드디어 나는 이틀 전에 성공했다. 고통스런 노력에 의해서가 아닌, 말하자면 창조주의 은총과 같은 것에 의해서였다. 순간의 섬광에 의해 수수께끼는 풀렸다. 내가 종전에 알고 있던 것과 이번에 성공을 가져다 준 것을 연결한 실마리의 본질에 관해 나로서는 뭐라고 이름 붙일 수 없다.”

 

얽히고설켜 좀처럼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것들은 끈질긴 사고가 만들어 낸 결과다.

 

에디슨은 아이디어 간에 연결되는 순간을 맞이하곤 했는데, 그 중 가장 고무적이었던 때는 18789월 발명가 윌리엄 윌러스(William Wallace)의 연구소를 찾았을 때였다. 그때 에디슨의 머릿속에는 섬광처럼 아이디어가 번뜩 스쳤고, 전기와 백열광에 대해 그때까지 알던 모든 지식이 순식간에 연결됐다. 그 순간 그는 전류가 또 다시 세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어떻게 되는지도 깨달았다."

 

기존 게임 방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카드 게임인 <매직: 더 개더링 Magic: the Gathering>은 리처드 가필드(Richard Garfield)가 오래곤의 친척집을 방문했을 때 갑자기 떠올린 것이다. 그는 멀트노머 폭포로 놀러갔었는데, 그때 갑자기 1995년 한 해에만 5억장이나 팔려나간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Kekule)는 유기화학의 기본이 되는 벤젠의 고리구조를 화학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꿈속에서 뱀 여섯 마리가 서로 꼬리를 물고 하나의 고리 형태로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벤젠의 환상구조를 재구성하게 됐다. 살바도르 달리의 흘러내리는 시계도 오랜 상념이 꿈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이런 창조적 상상력에 대해 리처드 플로리다는 이렇게 말한다.

 

창조성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위대한 수학자들과 과학자들은 몇 개월 혹은 그 보다 더 오랫동안 한 문제에 대해 숙고하다가, 버스에 오르거나 난로를 물끄러미 응시한 순간 마침내, 실마리를 찾았다는 일화가 많다. 심지어 명백한 마술처럼 보이는 그 순간조차 오랜 준비 끝에 얻은 결과이다.”

 

우리는 현실의 경영을 뛰어 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작가 데이비드 와인 버거에 의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물고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자 100마리나 해부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전과는 다른 이해 수준에 도달했고, 이해는 다른 차별적 사고를 불러왔다. 차이란, 극명하게 말해 보고, 듣고, 생각하는 틈이며, 그 방식에 따라 새로운 것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경험, 열정, 사랑, 자기 긍정, 반복적 습관, 긍정적 마음가짐 같은 포지티브 신호들이 결합돼 있다. 물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경우처럼 작품을 제작하는 도중에 이미 완성된 모양을 뻔히 본 경우처럼 예지와 통찰이 동반되기도 한다. 생각의 확정을 통해서 창조가 실현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성공적인 창조를 가능케 하는 상상력의 근원은 마음에 달려있다. 상상력이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조립하고 분해하는 과정이며,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나아가 세상을 관심을 갖고 바라볼 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겨야 한다. 대상과의 공감, 구성원 간의 유대감 같은 것들은 감성교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민주적 환경과 자발성을 고무한다는 차원에서 상상력을 추동하는 주요요인이다.

 

모든 역사와 전 세계를 통 털어 가장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인물 1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이다. 그 다음으로는 라이트 형제, 에디슨 순으로 이어진다. 이런 평가는 다분히 서구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우리에게는 상상과 실험정신의 보고인 세종과 세종시대의 인물들이 있다.

 

세종 시대가 우리 문명사에 찬란하게 빛나는 것은 세종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생생지락(生生之樂)’이 대중적 지지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세종의 생생경영(生生經營)은 백성들에게 살맛나는 세상을 가져 오려는 국가경영상의 혁신에서 출발한다. 그 시대 수많은 과학발명품과 농업혁명은 이런 창의적 국가경영의 결과였다. 측우기, 해시계, 활자, 농사직설등이 그랬다. 민주적 사고와 더불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시대가 아니라, 유에서 더 큰 유를 창조한 본유(本有) 시대의 창조물들인 것이다.

 

생각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은 그래서 중요하다. 오늘날 기업에서 찾고 있는 지혜의 본질은 어우름이다. 어울려 합치되고, 시너지를 내고, 레버리지를 일으키며, 창발(創發)의 근원이 되는 지식의 어울림을 갖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 비즈니스 세계는 시장의 혁신과 기업의 혁신이 속도경기를 펼치는 곳이다. 지식과 지혜 간 경합에 이제는 초()스피드의 시간이 가일수 한다. 인터넷은 지식과 산업의 판도를 재편했지만, 앞으로는 인터넷 국가나 UN이 태어나 세금을 걷고, 행정을 펼치며, 주권을 가지고, 투표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미 마이크로 미디어 소사이어티(Micro Media Societies)UNCS(United Nations of Cyber Space)UPCS(United Persons of Cyber Space)의 도래를 예견한 바 있다.

 

상상은 상상할 수 없는 것조차 상상하게 만든다. 새로운 세계의 주역들은 독특하고 유일한 가치로, 예전에는 없던 무경계의 영역을 개척해 낸다. 기업이 찾는 통합적, 통섭적 지식으로 미래를 꿰뚫어 보고, 현재화하는 인재는 단순히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내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아닌, 전혀 다른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 내고, 세상을 놀래킨다. 그들의 놀랍고 위대한 상상력을 자본으로 삼을 수 있다면, 모든 면에서 기업은 새로운 미래를 끌어당길 수 있다.

 

톰 피터스의 말처럼 CEO은 이제 인재감식가(connoisseur of talent)’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직업은 사업에 대한 것이 아닌, 언제나 그랬듯, 사람에 대한 것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