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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영/삼국지에서 배우는 경영

조조의 둔전제 구축과 부국강병의 기틀

by 전경일 2017. 11. 20.

조조의 둔전제 구축과 부국강병의 기틀

 

조조를 한마디로 평하자면, 그는 기회 선점과 가치 발굴(value spotting)1인자였다. 이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삼국지에는 나온다.

 

한나라의 헌제가 장안에서 도망쳐 나와 낙양에 머물 때였다. 헌제는 헐벗고 굶주렸는데, 조조는 득달같이 달려가 헌제를 맞이했다. 그러고는 즉시 황제를 허창으로 데려왔다. 조조의 계산은 뚜렷했다. 황제를 맞아 모든 명령을 황제의 명으로 내리고자 한 것이다. 힘을 못 쓰는 헌제였지만, 조조로서는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하려 한 것이다. ‘천자를 들어 제후에게 명령을 내린다.’라는 게 그것이다.

 

이 기막힌 전략으로 조조가 취한 게 있다. 바로 황제의 이름으로 내려진 조조의 명령은 정치적으로 다른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거점인 허창이 수도가 되게 한 것이다. 머리 하나 잘 써서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은 꼴이다. 그리하여 조조는 이후 업성에 새로운 도성을 건설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 판도를 내다보면서 솥발같이 단단한 삼국정립의 국면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조조는 요즘말로 시장 내 가장 적절하고 유리하며 성공적인 포지셔닝 전략을 통해 목표시장을 선점한다. 조조의 탁월성의 경영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런 경영 방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고 정착시켜 냈다. 그 점에서 다른 영웅호걸들의 행태와는 대별되는 뚜렷한 요소가 있다.

 

조조의 최강 강점은 실행력이다. 이 점은 유비나 손권의 수준을 압도적으로 뛰어 넘는다. 게다가 그는 카멜레온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능수능란하게 변신했다는 얘기다.

 

조조라는 인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전쟁터에서는 지휘하는 장군이었고, 내정에서는 탁월한 정치가이자 ‘Good to great'의 경영을 수행하는 행정가이기도 했고, 국제 관계에서는 뛰어난 외교가였고, 국내외 정치에서는 술수가였다. 문학을 좋아하여 개인적으로 취향 면에서는 음유시인이기도 했다. 일테면 요즘 통섭형 지식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리더의 전형인 것이다. 그는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귀신 같은 능력이 있었으며, 이런 통찰력으로 시대를 리드해 갔다. 더불어 기회포착과 타이밍의 대가로서 전환기의 길목에 서서 천하를 거머쥔 웅장한 포부와 계획을 키우고 이를 실행에 옮긴 산주역이기도 하다.

 

조조가 지닌 큰 장점으로는 백성들의 욕구(니즈)를 파악하는데 탁월한 눈썰미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오랜 전쟁을 통해 경제적 안정과 평화를 갈구하는 백성들의 염원을 파악해 그는 둔전제를 실시했다.

 

둔전제란 군수 물자용 농토를 별도로 마련해 두는 것이지만, 조조는 이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상호 상승 작용을 염두에 두어 전란으로 버려진 농토를 모아 백성들이 농사짓게 하고 수확량의 6할을 나누도록 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일종에 병참과하 민수를 통합한 것이다. 이로써 백성들은 식량을 얻고 병사들은 군수물자를 얻게 하였다. 이같은 둔전 방식은 허창에서도 실시됐다.

 

조조가 둔전제를 실시함으로써 민생 안정과 군사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우선 민심은 이 능력 있는조조에게로 향했다. 민중의 지지를 얻었다. 이는 그의 창업의 가장 큰 기반이 된다. 경제적 신뢰는 훗날 백성들로 하여금 그의 북방 통일에 일조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전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둔전제 경제 시스템는 조조가 혼자 생각해 낸 건 아니다. 여기에는 조조 밑에 있던 조지, 임준, 한호 등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하지만 부하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썩이지 않고 받아들여 실행하는 조조의 실행력은 놀라울 정도다.

 

이 같은 둔전제 실시로 조조는 첫 해 100만 석의 식량을 얻었고, 이를 확대 개편해 몇 년 후에는 전국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훌륭한 비지니스 모델(BM)’이 무한 복제되며 평면적 확대를 가져 온 것이다. 이 성공 사례를 조조는 다른 분야내지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 방식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병졸들로 하여금 평시에는 농사를 짓게 한 것이다. 병참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지며, 경영 현장에서는 즉각적으로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다.

 

현장 관리자로서 조조의 면모는 다음 일화에도 잘 나타난다. 조조가 처음 군사를 일으킬 때 그는 대장장이들과 같이 직접 칼을 만들기도 했다. 그것을 본 참모가 주공께서는 큰일이나 하시지 왜 대장장이 일까지 하십니까?”하고 물으니까, 조조는 이렇게 대답했다.

 

큰일도 잘하고 작은 일도 잘하면 좋지 않겠는가? 안 그런가?”

 

대관소찰(大觀小察)하겠다는 뜻이자, 경영 현장의 어느 한 곳도 허술히 여기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둔전제와 솔선수범의 자세는 조조군 승리의 밑바탕이었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