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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영/삼국지에서 배우는 경영

오나라의 대도독 시스템과 전략승계의 가치

by 전경일 2017. 12. 4.

오나라의 대도독 시스템과 전략승계의 가치

 

어느 조직이나 조직이 점차 커갈수록 권력은 한곳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1인자와 2인자 사이에 틈이 벌어져 서로 불편해지곤 한다. 혹여 2인자의 힘이 크다면 1인자는 이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토사구팽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곤 한다. 그런 까닭에 1인자와 2인자의 23각 경영은 창업은 함께해도 함께 끝까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 중에도 위대한 1인자와 충실한 2인자가 만나 완벽한 23각의 경영으로 빛을 내는 경우가 있다. 삼국지에는 그런 예가 나온다.

 

 

오나라의 대도독 시스템과 인재 경영을 살펴보면, 오늘날 전문지식으로 무장해 맹활약하는 전문경영자들을 보는 것 같다. 오나라의 전문가들은 난세에 어떤 활약을 했는지 그들 면면을 살펴보자.

 

주유: 주유는 208(建安 13) 9, 위나라의 조조가 화북을 평정하고 형주로 진격해 오자, 노숙 등과 함께 항전을 주장하여, 마침내 손권을 설득하여 군사 3만으로 조조군을 적벽대전에서 화공으로 대파했다. 그 뒤 익주를 점령하여 촉을 병합하고 조조의 위나라를 점령하여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이것이 주유가 구상한 천하 이분지계이다. 실로 원대한 천하구상을 한 책략이었다.

 

노숙: 노숙은 본래 원술 진영에 있었지만 그에게서 떠나 주유를 찾아갔고, 그의 소개로 손권을 만나 책사가 되었다. 208년 조조가 80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자 오나라 대신들이 항복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그는 주유와 함께 싸울 것을 주장해 오나라 군대의 총참모가 되어 적벽에서 조조군을 대파했다. 주유가 36세에 갑자기 병사하자 오나라 군대의 대도독이 되었다. 노숙은 죽을 때까지 촉나라와 동맹하여 조조를 견제한다는 전략을 고수한 지식과 전략이 출중한 전문경영이었다.

 

여몽: 여몽은 학문에 뜻이 없었는데, 손권에게서 교양의 중요성을 훈계 받은 후 학문에 뜻을 두어 저 유명한 사자성어 괄목상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노숙이 죽자 여몽은 노숙이 거느리던 군대 1만을 물려받았다. 여몽은 대국인 위나라를 공격해도 효과가 적을 것으로 판단해, 형주 남부의 전역을 삼켜 그곳을 발판 삼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219, 형주를 지키고 있는 촉의 명장 관우와 대항하던 중 병에 걸리게 되고, 후임으로 육손이 임명되어 장향(障鄕)에서 관우를 포획하여 그의 아들 관평과 함께 처형함으로써 형주를 되찾는 공을 세웠다.

 

육손: 육손은 관우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유비의 복수를 실패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오나라와 촉한 간에 형주를 둘러싼 대립이 일어나던 중 여몽이 병에 걸려 귀환하자, 관우가 필시 방심하여 올 것이라 여기고, 관우에게 매우 겸손한 내용의 서신을 보내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이에 안심하고 위나라를 침공한 관우는 여몽의 계략에 허를 찔려 패배하고 사로잡혀 처형된다. 이 소식을 들은 유비는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약 75만 대군을 거느리고 오나라를 침공(이릉대전)했으나, 손권은 육손을 대도독으로 임명해 전군의 지휘권을 맡겨 적의 침공을 막게 했다. 오랜 대치상태로 촉한군이 진을 들에서 숲으로 바꾸자마자 육손은 즉시 화공을 가하여 격파했다. 이후 위나라가 종종 오나라를 침공해오지만 그때마다 육손의 전략으로 가까스로 저지시켰다.

 

이처럼 오나라의 대도독 4인방은 주유가 세운 천하 이분지계의 원대한 구상과 전략을 계승해 오나라를 명실상부한 삼국의 주역 중 하나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전문경영인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기업규모가 크지 않을 때는 이러한 경영기능을 대부분 소유자가 겸하게 된다. 이때의 경영자를 소유경영자(owner manager)라고 부른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짐에 따라 경영 기능은 복잡해지고, 그에 따라 소유자가 경영 기능을 전부 겸할 수 없게 된다. 이때 소유자가 담당해 오던 경영기능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맡기게 되는데소유의 대리인으로서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경영업무를 수행하는 경영자를 고용경영자(employed manager)’라고 한다. 따라서 고용경영자는 경영지식으로 경영활동의 지휘, 감독을 주된 임무로 수행하는 사람이다. 물론 성격에 있어서는 출자자, 즉 소유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고용된 중역(임원)인 셈이다.

 

 

기업이 대규모화 되고 기업환경이 복잡하고 동태적으로 변함에 따라 경영 전문가 집단의 책임이 커지고 있다. 작고한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전문경영자의 가장 기본적 기능은 경제적 성과를 높이는 것이며 오직 경제적 결과에 의해서 경영자의 존재와 권위는 정당화 될 수 있다. 성과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냉철한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은 기업이 직면한 전략적 가치를 승계해 나가는 연속성을 구현해 내기도 해야 한다. 그 점에서 전문 경영인에게 주어진 숙제는 작지 않다. 오나라의 이 대도독들은 이 같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냈던 것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