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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영/삼국지에서 배우는 경영

유비와 제갈량의 멀티 플레이어 경영시스템

by 전경일 2018. 3. 27.

유비와 제갈량의 멀티 플레이어 경영시스템

 

삼국지세계는 다각다면적 활동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후발주자로 일어난 촉한은 유비와 공명이 23각으로 만들어간 합작품이었다. 그들은 후발주자로 성장하다보니, 여러 면에서 호흡을 맞추고, 상호 신뢰지수를 높이며, 자기 충성도를 높여 나가야만 했다. 또한 처음과 끝을 함께하려는 의지가 드높아야만 했다.

 

알다시피 공명이 유비를 만난 것은 27세였다. 그 후 그는 27년간 유비와 그의 아들을 위해 멸사봉공했다. 그는 새파란 나이에 유비와 뜻을 같이 한 뒤, 오장원에서 병사하는 54세까지 유비를 정신적으로, 전략적으로 보좌했다. 햇수로도 16년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그들의 의견이 늘 같았던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비가 사망한 이후에까지 그 두 사람의 의리가 깨지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기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 작용한다. 유비는 늘 공명을 존중했다. 그것이 신뢰의 밑바탕이 됐다.

 

어느 조직에서나 오랜 세월 함께 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는 필요하다. 인덕과 능력이 그것이다. 앞의 것은 조직을 통솔하는 내면적 가치이고, 뒤에 것은 성과를 드러내는 외면적 가치이다. 두 사람 다 같은 덕목을 지니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 사람이 하나만 확실하게 지녀도 신뢰관계는 튼튼히 유지된다. 많은 사람들이 유비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인덕 때문이다. 윗사람으로서 베풀 줄 아는 내적 조건을 갖춘 것이다. 결국 유비가 지닌 자산은 수신과 수양의 힘에서 나온 것임 셈이다. 여기에 출중한 능력을 지닌 공명이 붙었다. 이 둘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은 유비가 죽으면서 공명에게 아들을 부탁한데에서도 잘 엿볼 수 있다. 신뢰와 팀워크를 확실하게 세우고 유지했던 것이다.

 

유비의 가장 큰 행운은 무엇이었을까? 공명 같은 2인자를 만난 것이다. 참모로서 공명은 성심을 다해 유비를 보필했고, 그를 통해 자신의 뜻과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다. 유비는 사람을 보는 눈이 공명과 다소 다른 면은 있지만, 대부분의 일은 공명에게 맡겼다. 인사도 대부분 공명에게 맡겼다. 믿지 않으면 위임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상호 보충과 백업어(back upper)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낸 것이다.

 

국가의 경영에는 많은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그 다양한 인재들을 끌어 모으는 데에 유비는 큰 역할을 했다. 유비의 후덕하고 큰 인품에 반해 유능한 인재들은 많이 모여들었다. 유비의 신하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첫째가 유비를 처음부터 따라다닌 창업시대의 멤버들이다. 두 번째는 형주에서 얻고 구한 명사들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익주 그룹이다.

 

첫 번째 인물군으로는 관우·장비·조자룡·미축·간옹·손건 등과 같은 이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고, 두 번째 인물군은 공명·방통·장완·위연·마량 형제·이적 등이다. 이들은 전문성으로 무장했다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전문가 풀(pool)이다. 세 번째 인물군은 익주에서 참여한 인물들을 말하는 데, 법정·허정·유파·황권·동화·이엄·왕평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이전 주장(主將)인 유장 밑에서 벼슬을 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이들은 각기 촉한의 성장 시기에 뛰어들어 자기 재능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기업은 각기 다른 그룹을 조율하고 통솔하다보면 잡음이 날 수도 있다. 그때마다 리더의 용인술을 빛난다. 유비와 재갈량은 한 몸으로 이 역할을 잘 해냈다.

 

유비가 만들어 내려는 세계는 천하를 삼분한 후, 세력을 키워 통일하는 것이다. 이런 대업에는 크고 작은 소란도 일어나고, 인재들 간 상호 견제도 자연히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것은 일을 통해 만나고, 그 일을 통해 성취를 얻어내려는 참여 정신이 긴요히 요구된다. 더불어 자신의 한계를 탓하지 않고 23각으로 뛰며 파이를 키워가려는 선공후사의 마인드가 요구된다.

 

유비와 공명이 이뤄낸 멀티 플레이어식 경영 활동과 시스템은 훗날 촉한의 기틀을 마련하고 웅비시키는 제1조건이 된다. 이 같은 촉한의 1인 다각 경영 시스템은 오늘날 초우량 기업을 꿈꾸는 기업들에도 어김없이 적용될 법한 교훈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