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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나에게 묻는다10

새해 첫날이면 일몰을 보러 간다 새해 첫날이면 일몰을 보러 간다 새해 첫날이면 일몰을 보러 갑니다. 남들처럼 부지런하게 전날에 출발해 지리산 노고단이나, 동해안 정동진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일몰을 보러 가까운 강화도나 임진강변을 찾습니다. 애들과 아내도 데리고 해지는 광경을 넉넉히 볼수 있는 풍경 좋은 카페나 횟집을 찾습니다. 일몰이 잘 보이는 곳이라면, 새해 첫날을 보내는 방식치고는 멋진 하루겠지요. 내가 일몰을 찾는 건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해 뜨는 광경은 너무나 찬란해 그 광경 하나만으로도 지난 한 해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게 될까봐서 입니다. 장엄한 일출 장면을 맞이하는 것도 부산스러워 보이지만, 해 뜬 아침에 정상을 내려오는 것도 내게는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집니다. 서해의 일몰은 일출 광경만큼이나 장관입니다. 출렁.. 2012. 12. 28.
요약 좀 해 봐 후배 중에 그림 꽤나 그리는 녀석이 있다. 이른 바, 라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쓱쓱 연필을 몇 번만 움직여도 그림 한 장은 거든히 그려댔다. 오랜만에 만난 녀석에게 다짜고짜 달려들어 나를 그려보라고 했다. 녀석은 멀뚱하게 눈을 뜨더니 손사래를 쳤다. “형, 나 그런 거 잘 못해요.” 나는 피식 웃으며 재차 요청을 했다. “나를 좀 요약해 보라고. 왜 그런 거 있잖아? 캐리커천가 뭔가 하는. 술 한잔 산대두.” 후배에게 예술작품으로 그려 주는 것이 아니라는 꼬리표를 달고 그림 하나를 얻었다. 거기다가 내 나름대로 제목 하나 달아봤다. 후배 왈, 내 얼굴을 요약하면 이렇다나. 안경을 꼈고, 코가 크며, 머리는 쭈뼛쭈뼛하다. 내 머리카락은 너무 굵다 등등. 아무튼, 나는 이 캐리커처를 종종 보게 된다... 2010. 3. 30.
몰래 담배를 피웠다 어렸을 때 포천 사는 큰 이모네 집에 갔었다. 초등학교 4, 5학년 무렵이었던가. 이모는 6.25 동란 중에 과부가 되셨다. 꽃다운 스무 살, 그 때 이복자를 가졌다. 개가도 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사셨다. 이모네 집에는 논이 꽤 컸다. 일하는 일꾼을 두었을 정도였으니까. 영섭이라는 친구였던가? 아무튼,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큰 이모는 군수품 장사를 하셨다. 시댁에서 물려받는 토지와 당신이 평생 가꾸며 벌은 돈을 조금씩 모아 근처에 논밭을 사셨다. 무슨 일인지 작은 형과 나는 어머니와 함께 그 해 여름 이모네 집에 갔었다. 그날 밤, 우리는 일꾼 영섭이가 꼬득여 담배를 피웠다. 이모가 피엑스(PX)에서 빼온 게 분명했다. 영섭이는 중학생은 되어야 할 나이였지만, 학교 문턱도 못간 친구였다. 집안의.. 2009. 5. 28.
기본적인 건 변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당신은 이것을 기억해야 해요. 키스는 여전히 키스예요. 한숨은 한숨이구요. 세월이 흘러도 이런 기본적인 일들은 여전히 그대로예요.’ 영화 에 나오는 대사다. 키스는 키스다. 내가 십 수 년 전 아내와 연애를 할 때 나눴던 키스가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뽀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살며 가끔씩 잠 못 이루는 밤에 창밖을 내다보며 내쉬는 한숨도 그냥 한숨일 뿐인 거다. 그렇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 해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은 변치 않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변치 않을 것이다. 내가 변하지 않는 한, 가장 기본적인 사실인 나의 언젠가 다가 올 죽음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 주위에서 사라져갔듯이 말이다. 사랑에 의미를 두는 것은.. 2009. 2. 17.
촌지를 받은 선생님 촌지 사범대를 나와 중학교 선생님이 된 내 친구는 처음으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촌지라는 것을 받게 되었다. 받을까 말까. 온갖 생각이 그 앞에 내밀어진 봉투 앞에서 해일처럼 밀려왔다 밀려가곤 했다. 전광석화와 같이 수만 가지 생각들이 어디 숨어 있다가 튀어 오르는지, 일시에 터져 나오더라고 그는 말했다. 거절을 할까, 말까 하면서도 당장 아쉬움이 그를 유혹하는 걸 느끼게 되었다. 작은 것에의 흔들림. 그 다음의 무너짐. 애써 웃는 어색한 웃음... 첫 촌지의 추억을 갖고 있는 친구는 끝내 그 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나는 몹시 궁금했지만, 진실이 묻혀버릴까 봐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안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순간,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고 그는 말했다. 얼마 전 형제들끼리 모여 연로하신 부모님의 한약 값을.. 2009. 2. 17.
친구 장례식에 가다 친구 장례식에 가다 ‘아직 죽어서는 안 될 친군데...’ 정말이지 아직 죽어서는 안되는 친구가 죽었다. 세상 사는데 선하고, 남 좋은 일 많이 하고, 늘 서글서글하기만 하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아직 꼬마인 애 둘에 이제 삼십대 후반인 부인까지 남겨놓고... 이러면은 안되는데. 운명이 이렇게 가혹하고 모질면 안되는데 하고 나는 넋을 놓았다. 너무나 어이없는 친구의 죽음을 보면서 장례식장 한편에서 혼자 술을 따랐다. 술에 취할수록 내 기억은 이리저리 헤매었지만, 나는 또렷하게 친구 부인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 표정 하나만은 잊을 수 없다. 울음, 절망, 깜깜한 앞날, 애들의 입, 황당한 친구처지, 남들의 이목과 눈빛, 빛 빛... 그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제는 사라진 것이다. 사라져 다시는 볼.. 2009.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