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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2

돌에서 꽃이 필 때 해야 할 것들 매일 굳은 것들을 만난다. 어제 먹다 남긴 프라이팬에 더께진 굳은 기름, 지난해 여름 사다 쓰고 남은 굳어버린 수성 페인트, 마개를 잘 닫아 놓지 않아 말라버린 푸른 잉크병 속의 물감, 아침이면 수염을 깎다가 거울에서 발견하게 되는 굳은 중년의 얼굴,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에 올랐을 때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나를 빼닮은 굳어버린 표정의 남자들 안색, 굳은 어깨, 굳은 손, 굳은 대화, 굳은 꿈, 굳은 희망……. 나는 돌이었다. 한때 뜨거운 열정으로 불타오르던 젊음을 지나, 결혼하고, 애들을 낳아 키우며 가장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인생의 쓴맛을 어느 만큼 알게 된 중년 나이에 호우에 쓸린 벼포기 같은 나. 매일 매일 찾아오는 일상에 한 번도 “왜?”라고 제대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채 굴러오기.. 2020. 6. 24.
짧은 순간의 본능이 합리성만큼이나 믿음직하다 . 이 개념은 한순간 직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1983년, 장-프랑코 베치나(Gian-franco Becchina)라는 미술상이 캘리포니아의 폴 게티 박물관을 찾아왔다. 자신이 ‘쿠로스 상’이라고 알려진 기원전 6세기의 대리석상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아있는 수도 적고 그나마도 심하게 훼손된 채 발굴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기존의 쿠로스 상과 달리, 그 입상은 놀랍게도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했다. 베치나는 1,00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를 요구했다. 폴 게티 박물관은 신중하게 행동했다. 그들은 일단 쿠로스 상을 임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베치나는 폴 게티 박물관 심의과에 조각상의 최근 궤적이 수록된 서류를 한 다발 제출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지질학자 스탠리 마골리스(.. 2019.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