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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보기고

팀워크를 이뤄내는 리더십이란 작은 것이다

by 전경일 2009. 2. 3.
 
우리는 누구든 일을 안하고는 살 수는 없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일은 그 자체로 사람을 생산적이게 만들고, 창조적으로 인도하며, 삶에 보람을 느끼게 만든다. 일을 안하고 하루 24시간을 변함없이 지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처럼, 귀찮고, 힘들며, 마지못해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회사라는 곳은 협업을 통해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는 곳이지만, 가장 창조적인 조직은 일을 놀이처럼 즐겁고, 생산적이게 이끌어 간다. 출퇴근 시간을 ‘칼 같이’ 준수하고, 엄격한 규율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인식은 회사를 대변하는 단지 하나의 모습일 뿐이다.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은 나 혼자 하기에는 힘들고, 벅차거나, 심지어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조차 여러 사람, 부서의 도움을 받아 실현해 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직의 가장 작은 단위인 팀(혹은 파트)는 협업공동체임에 틀림없다. 어디 일만으로 우리가 옆의 동료들과 하루 해를 같이 보내겠는가? 일과는 별도로 우리는 서로 친해지기도 하고, 인생의 각 구비마다 삶의 애환과 기쁨의 순간들을 함께 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조직들, 단체들이 있지만 직장이란 곳처럼, 돈을 벌면서 사람도 얻고, 인생도 배우는 곳은 그리 흔치 않다. 일과 회사를 대하는 자신의 생각이 일과 회사를 결정짓는 것이다. 그만큼 직장인으로서 일에 주도적이면, 활력에 넘친다. 일은 우리를 선택할 수 없어도 우리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즐겁고 유쾌한 일인가!


그런 일을 나는 근 15년 남짓 해오고 있다. 그간 세 번 회사가 바뀌었고, 사원에서 시작해 대기업 부장까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갔으며, 어떤 사람은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고, 어떤 사람은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일과 연관되어 나의 의식을 지배한 것은 팀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가 지닌 힘이다. 이 힘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조직에서 하게 만들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게 한다.


기억나는 일은 내가 사회생활을 통해 가장 만족스러웠던 적은 내 자신의 성취보다는 팀의 성취가 절정에 다다닳을 때였다. 조직에 대한 자부심, 성과에 대한 공유, 미래에 대한 비전 따위는 이 같이 작은 조직에서 나온다.


15년 전 함께 일했던 동료가 한두 회사를 돌아 지금 나와 같은 회사에서 만나서 함께 일하고 있다. 그때 우리는 사회초년병이어서 서로의 고충을 소줏잔에 실어 푸념도 하고, 위로도 하고, 의지도 다지고, 회사 상사의 상가집에도 같이 다녀왔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만난 그는 이미 나처럼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고, 얼굴엔 그가 살아왔던 삶의 행로가 그대로 그어져 있었다. 얼굴에 지핀 주름살은 그의 인생 항로가 만만찮았음을 그대로 투영해 주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서로 금방 알아보았으며, 반갑게 손을 잡았다. 일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우리는 서로 협력할 부분이 무엇인지, 앞으로 손발이 착착 맞아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지난 세월 우리가 함께 했던 프로젝트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팀이 가장 원활하게 돌아가며 팀의 성과로 이어진 것들이었다. 팀 단위로 협력을 하는 것은 마치 스포츠 경기와 같아 어느 누구도 헌신하고 기여하고자 하는 자세가 없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나는 그와 함께 했던 국산 장비의 아르헨티나 수출건을 떠올렸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땐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필요로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있었지. 아마 우리 모두 최대한의 역량을 드러내는 드림 팀이 없었더라면,  그 일을 해내지 못했을 거야.”


그의 얘기를 듣는 동안 나는 지금은 은퇴해 연락마저 끊긴 우리들의 상사를 떠올렸다. 리더십이란, 그 분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나의 상사는 나의 직장생활은 물론 사회생활 나아가 인생을  제대로 이끌어준 멘토였다. 그 분은 늘 추진력 있게 일을 밀고 나갔으며, 앞에 서서 온갖 총알을 받아 넘겼다. 부하들을 적진으로 내몬 상사가 아닌, 스스로 앞장섰기에 부하직원들이 하나같이 따를 수 있었다. 그런 그 분은 안타깝게도 외환위기시 조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끊은 지 10년된 담배를 다시 피워 무는 것을 보며 나는 그 분이 겪고 있는 고충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첫 만남에서 그 분을 떠올렸다.


팀워크란 말을 할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리더를 이제는 잊고 살지만, 우리가 중년의 나이가되고, 한 기업의 팀장이네, 부장이네 하며 나름 그 위치에 서게 되자, 순간순간 내가 하는 일이 그 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견주어 보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그 분이 보여준 작지만 여운이 오래가는 영향력 때문이리라. 팀을 앞세우고, 자신은 뒤에 남던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깃발이 되어 주는 것 이닐까 싶다. 그러나 그것은 무슨 특별한 강령이 있어서 이거나, 법칙, 규율 같은 게 있어서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회사 일을 통해  터득하고, 몸에 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뉴욕 닉스팀의 코치를 지낸  팻 라일리는 팀워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팀워크야말로 꿈을 실현시키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일생을 사는 동안 여러 팀에 소속되어 자기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는 가족의 일원이며, 자기가 속한 사회의 시민이며,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사원이다. 각 팀에는 성문 또는 불문의 계약이 있다. 이 계약에는 팀의 각 구성원이 지녀야 할 목표가 들어 있다.”


팀워크를 해야 한다고 말들은 요란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구호나 슬로건 따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안다. 거기에는 관용과 용서와 배려와 신뢰와 의지와 의욕과 포옹이 있다. 이런 추상적인 말로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조직 내 스민 감정’ 따위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냉철한 이성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훈훈하고, 인간미 넘치는 토양에서 우러 나온다. 찻물을 끓일 때처럼 몇 번이고 우려내도 맛이 진하고 향기가 더해 가는 그런 우의이라는 감정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조직은 사람의 향기가 나는 조직이다. 그런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품성이나, 인덕은 기업이 지닌 최고의 자산 중 하나지만, 종종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되거나 배제된다. 하지만  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그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을수록 오히려 그 영향력은 크다.


한번은 직장에서 벌어지는 이전투구의 양상, 그로 인해 팀워크의 붕괴를 지켜 본 적이 있다. 과도한 경쟁심리가 팀워크를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 문제는 내가 목격한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용히 불러 조언을 했지만, 상대의 표정을 보고 나는 미소 짓고는 돌아섰다.


“여기는 경쟁하는 곳이예요.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남보다 더 잘해야죠. 내 실적을 누가 채워줘요. 성과를 내는 게 우선이니 약간 탈법을 해도 뭐가 문제가 되겠어요? 우리가 그렇게 한가합니까? 이것 저것 다 신경 쓰면 될 일 도 안되죠. 그건 무능한 사람들이 하는 핑계일 뿐입니다.”


그 직원은 팽하니 돌아섰지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 내 문제점들이 드러나며 팀워크는 완전히 실종되고 말았다. 물론, 연말  조직 개편 때 팀이 없어지고 팀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도 감수해야만 했다.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경쟁이란, 아무리 무력(無力)해 보일지라도 선의의 경쟁이며, 상생 작용을 일으키는 방식이어야 한다. 남을 해치고 누르며 이룬 성공이란 궁극적인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이기려는 싸움은 궁극적인 승리를 전제로 해야 할 때 빛이 난다. 그렇지 않고 이룬 승리는 태양아래 눈과 같다. 곧 녹고 없어진다.


리더십 컨설턴트들을 하나 같이 말한다.


“성공한 사람이나 기업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이깁니다. 그것은 상대를 의식해 자기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많은 다른 메달 리스트들과는 다릅니다. 상대를 능가하는 것은, 원칙에 따라 상대를 대하고, 경기를 신뢰하며, 상대방과 싸우는 것입니다. 또한 있을 수 있는 실패, 불운이나 불행을 스스로  각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과에 분노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패배를 감수하며, 권토중래를 꿈꾸는 것입니다. 모든 걸 다시 얻은 성공한 사람들은 실제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했죠. 물론, 심적으로도 한층 더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내공이 자연스럽게 남들을 압도해 오는 거죠. 물론 과거의 큰 고통으로 여유 있게 어려움에 맞서는 모습도 보이는 것일테고요.”


리더십이란 고독한 영웅들이 지닌 매력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해 생긴 팀워크에서 생겨난다. 팀워크는 너무나 명확하게도 꿈을 실현시키는 열쇠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성취를 가로막는 일종의 장애 앞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며, 그러한 과정은 즐거움 위에 서 있는 것이다. 회사 일이 자유롭고 자발적이며, 즐거움과 재미의 원천으로 정의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리더십이 나날이 성장해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팀워크를 이뤄내는 리더십이란  작은 것이다. 눈에 안보일 정도로 작기에 더욱 놀라운 힘을 지닌 것임에 틀림없다.ⓒ전경일, <드림파트너>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