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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당신의 이력서, 10초내에 승부하라

전략 이력서 작성법 - ‘비어 있는 자리’가 없다?

by 전경일 2009. 2. 6.

 ‘비어 있는 자리’가 없다?

‘사실상 세상 모든 일자리는 비어 있다.’ 이 선언적 구호는 사실이다. 당신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이  분명한 사실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 지금 직장이 안정적으로 보일지라도 이 사실을 잊지 마라. 세상 모든 일자리는 다 차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상 다 비어 있다. 착시 현상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비어 있는 자리다. 심지어는 대통령 자리도 비어 있다. 당신도 5년 후엔 그 자리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은가?
모든 ‘채워져 있는 자리’는 ‘비어 있는 자리’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자리’는 채워지고 비워지면서 진화와 대체의 과정을 겪는다. 당신이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는 바로 이전에 누군가에 의해 채워졌던 바로 그 자리를 비우게 하고, 당신이 들어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생물체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생존과 번식을 위한 끈질긴 진화의 과정을 닮았다.
가장 현대적인 직장도 야생의 본능을 버리지 못한다. 취직과 해고(또는 퇴직)의 싸이클은 이 사실을 입증하고 남는다. 직장 내 밀어내기는 지금도 갈라파고스 섬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축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곳의 고대 파충류인 이구아나는 지금도 따뜻한 일광욕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바위 위에서 다투고 있으며, 힘에 부친 파충류들은 계속해서 파도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무제한 경쟁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가장 탁월했고, 존경 받았던 당신이고, 무소불위의 힘과 권력을 가진 당신이었어도 그 자리는 반드시 어느 누군가에 의해 대체될 운명에 놓여 있다. 당신이 어딘가 제출하는 1 페이지 이력서엔 하나의 변하지 않는 원칙, 즉 ‘대체replacement’의 원리가 숨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세상에 대체 되지 않을 자리가 있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없다! 지금 당신보다 누군가 더 잘 할 수만 있다면(누군가에게 그런 확신만 든다면), 그 자리는 반드시 비워지게 되어 있다. 당신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는 곧 바꿔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선다.
과거엔 이런 절차가 좀 복잡하고, 어려웠다. ‘평생직장’이란 낡은 사상을 담아낸 말이 그걸 상징했다. 하지만 이젠 고용 관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관계’의 재인식에 있다. 이제 기업과 당신은 단지 ‘동거’할 뿐이다. 서로 탐색하고, 뽑아낸다. 즐기고, 서로를 향유하다가 때가 되면 미련없이 헤어져야 한다. 정분을 나누는 파트너 관계에게 하룻밤이 짧다고 말한 필요란 하등에 없다.
‘사람’이 필요해 채워졌던 자리는 언젠가 사람이 남아돌아서 비어져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성공적인 직장 생활은 그 자리가 비어졌을 때 들어갔다가, 비워져야 할 때 잘 나오는 것이다.
오늘날 인사 담당자들은 관리자의 전형을 이룬다.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에 대해 그들은 명쾌한 답변을 해준다.
그들 말에 의하면, 인건비를 포함해 기업 투자비용의 10배(매출 기준)를 개인이 창출할 수 있어야 ‘관계’는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관계란 물론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다.
왜 10배인가? 그들 말에 의하면 사무직의 경우 2평정도 차지하는 책상과 의자가 놓인 공간을 월 임대료와 보증금 그리고 이자를 계산해 합산하고, 그 외 광열비, 냉방비, 소모품비, 교육비, 4대보험, 각종 복지혜택, 기회비용 등등을 따지면 기업이 개인에게 지불하는 비용(이를 '투자'로 인식하는 기업은 선진적인 기업에 해당된다!)은 연봉의 1.5배 이상이나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00만원을 받는 연봉 수령자에 대해 회사는 적어도 그에게 4,500만원 정도를 투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략 매출 기준 4억5천만원을 벌어 줄 때, 최소한의 관계 지속 조건이 유지된다. 그것도 보통 경상 이익이 10%이상 되는 조건하에서의 얘기.
만일 지금 다니는 회사에 이 정도 기여를 해주고 있지 못하다면, 당신이 앉아 있는 자리는 곧 바로 비워지게 될 것이다. 아직 책상을 치우지 않은 그들의 결정이 합리적이었다는 것을 당신은 입증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21세기 잡 마켓job market에서 직장인의 자리는 유지된다.
당신이 지금 이력서를 들고 뛰고 있다면, 물리칠 수 있는 외로운 섬의 이구아나들은 어디든지 있다. 다시 말해, 진화를 거부한 이구아나들을 파도 밑으로 떨어뜨리고 당신은 그 자리를 얼마든지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좀 살벌한가?
지금 인사 공고를 내는 회사의 경영층들과 인사 담당자들은 바로 그런 작업을 서슴치 않고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 확장’으로 채용 공고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의 일자리 수는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당신은 결국 햇볕이 내려 조이는 바위 위의 다른 이구아나들을 상대로 절박하게 사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초 내 이력서 판별법>

○ ‘사실상 모든 일자리는 비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알아야 할 새로운 사실이다. 당신이 누구든, 이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 가장 현대적인 직장도 야생의 본능을 버리지 못한다. 그것은 채우고, 비우는 일련의 매카니즘과 같다. 경쟁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당신의 이력서는 바로 당신이 경쟁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는 계약 결혼이다. 슬기롭게 정을 붙여라. 상대가 흥미를 잃으면, 관계는 시들해 진다. 버림 받기 전에 떠나는 성공적인 자기 경영의 대안을 찾으라.
○ 당신의 이력서는 당신이 회사에 10배를 벌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할 때 채택된다. 작은 급여에 불만스럽다면 앞서 계산법을 관리팀장에게 물어 보고, 스스로 계산해 보라. 대답을 알았거든, 자리에 가서 조용히 앉든지, 뛰쳐나오든지, 혁명을 위한 계획을 짜라.


ⓒ전경일, <10초 내에 승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