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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나에게 묻는다

[나에게 묻는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당신은 이것을 기억해야 해요. 키스는 여전히 키스예요. 한숨은 한숨이구요. 세월이 흘러도 이런 기본적인 일들은 여전히 그대로예요.’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대사다. 키스는 키스다. 내가 십 수 년 전 아내와 연애를 할 때 나눴던 키스가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뽀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살며 가끔씩 잠 못 이루는 밤에 창밖을 내다보며 내쉬는 한숨도 그냥 한숨일 뿐인 거다. 그렇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 해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은 변치 않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변치 않을 것이다. 내가 변하지 않는 한, 가장 기본적인 사실인 나의 언젠가 다가 올 죽음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 주위에서 사라져갔듯이 말이다.

사랑에 의미를 두는 것은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누굴 좋아한다는 사실. 그래서 나는 매일 사랑한다, 고 고백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이것 말고 이  세상을 버텨 나갈 가장 귀중하고 힘이 되는 고백이 있을까?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곳,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허락하고, 고백도 하며, 때로는 짐승처럼 같은 우리에서 뒹굴며 새끼도 낳아 기르면서 사는 것이다. 새끼를 낳아 기르며 내가 인류의 한 존재임을 깨닫고 남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언제든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모든 그럴듯한 인삿말로 포장을 해도 미워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항시 같은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여전히 애틋함이 솟구칠 것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보통의 느낌과 보통의 사고를 가진 대한민국 중년 남자인 것이다. 그런 내게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있었다.


오늘 퇴근 무렵 지하철에서 흐뭇한 광경을 목격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리따운 선남선녀가 지하철에 오르는 것이었다. 둘이는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서로 바라보는 지긋한 눈길하며, 마주 잡은 손하며... 여자는 이뻤다. 그래서 질투가 났다.


예전의 나의 젊음은 왜 더욱 격렬한 사랑으로 출렁이지 않는가? 몰랐음으로 무모하기조차 하고, 그럼으로써 불같은 사랑에 왜 휩싸이지 않았던가? 사랑은 철없을 때 하는 것이다. 그런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나는 왜 몰랐었는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여! 나의 열정이여, 열애의 감정이여!

생활이란 한 보 앞의 낭만에서 발을 돌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하철에서 내리며 나는 회한과 아득함과 부드러움과 내 청춘이 있던 자리에서 헤어졌다. 굿바이 나의 청춘이여!


집으로 오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행복한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했음으로 나는 지극히 행복한 남자일 것이다. 중년에 접어들면서도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와 살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을까? 이런 가장 기본적인 사실에 나는 늘 감사한다. 그래서 그런가? 새끼들을 내가 사랑하는 건 마누라가 여전히 밉지 않아서일 것이다. 모든 유혹 앞에서도 나는 이점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래서 오늘 엄마에게 화를 내는 첫째 애에게 경고를 했다.

“내 여자한테 함부로 굴지 마라!”

나는 내 여자의 남자다. 
ⓒ전경일, <나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