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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CEO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주말 북한산을 지우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by 전경일 2009. 4. 19.

봄은 진달래 만발하는 춘정(春情)으로만 오는 게 아니다. 저 산을 찌를 듯 솟는 신갈나무 잎파리 끝에서 오고, 뱁새의 지지지- 울음소리에서 온다. 땅끝에서 가장 먼 자가 가장 이른 봄을 맞이하는 것!  저 이파리들은 이제 열려 이 산야를 잎으로 뒤덮으며 뻗어 나가겠지.  

이번 산행엔 특별한 분과 함께 했다. 영혼의 수도자와 함께 하는 산행은 그래서 즐거움이 여간 아니다. 그의 스페인 순례가 안전하고 멋지게 이루어지기 바란다. 스페인 시골 마을 풍경 사진이나 몇 장 얻었으면 좋겠다. 다음 번 책에 풍경으로 넣게. 그에게 시를 한편 선물로 낭송해 주었다.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예이츠

나 일어나 이제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옷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 속에서 나 혼자 살으리

거기서 얼아즘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랏빛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 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The Lake Isle of Innisfree
                                     
                                -William Butler Yeats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박수 받았다. (겸연쩍다)

도선사로 내려와 탁배기 한 잔하는 데 비박하러 가는 사람들이 연신 떨어지는 해를 안으며 산으로 올랐다. 그래, 산에서의 밤은 사람을 깊게 하지...
벗과 비박 산행을 약속하고 인파에 몸을 섞었다. 하늘거리는 사람들 옷이 - 봄이로구나. 내가 겨울을 용케 보내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순례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인파 속에서 자신에 물었다.  

ⓒ전경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