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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여성 직원이여! 자신의 나팔 소리를 먼저 듣고 난 다음 발신하라

by 전경일 2010. 2. 3.

여성 리더십 전문가인 도나 브룩스 박사는 성공하려면 꺼려하지 말고 자기 나팔을 불 기회를 끊임없이 찾고 연습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얘기는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자기를 숨기기만 하는 것이 아닌, 드러내서 펼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숨어서 일하려는 직장여성들이 있다면 그들의 소극적인 면을 일깨우고 그들에게 적극성을 부여하려는 조언으로 이해가 갑니다. 물론 요즘 어느 여성이 수줍음만 탑니까? 오히려 남성직원보다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똑똑하기만 하더군요. 도나 박사의 말뜻은 자신을 제대로 알리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오래 전 제가 외국의 한 방송국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살펴보면, 미국 사회는 다양한 인종이 다양한 국적을 거쳐 모여든 사회다 보니 형편성의 문제가 남달리 중요했을 겁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직장 내 동등기회(equal opportunities)의 원칙입니다. 미국사회를 대표하는 백인 중심의 벽이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조그마한 틈이 생긴 거죠. 그런 이유로 유색인종도 최소 5퍼센트 범위 내에서 채용하는 제도가 정착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던 부서의 장이 여성 흑인이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네요.

법적으로는 평등을 주장하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현실적으로 남성중심의 직장관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임원까지 오르는 경우는 언론에 등장할 정도로 그 수나 폭이 현저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여성이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여성학 관련 책들, 예컨대 여성을 독자로 한 자기계발서를 보면 여성이 여성다움을 버리고 남성다워질 때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이 되는 양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70년대식 패미니즘 잔재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이처럼 오류투성이의 주장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여성은 성을 벗어나 일 자체에 대한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 점에서 양성은 평등하고 같은 능력으로 평가받습니다. 일은 성(性)과 무관하며, 성을 논하는 어떤 이득이나, 불이익도 진정한 직장인상을 구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생리적 차이에서 오는 제도적 배려는 충분히 누려야 할 것이지만요. 여성다움을 살려 일하는 것은 고유하게 개인적 성향일 뿐입니다. 물론 여성다운 섬세함이 일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여성은 무조건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그에 대한 역작용으로 남성다움을 취하려는 태도 또한 옳은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예전에 저는 어떤 여성 CEO의 맹렬한 활동상에 대해 들은 적 있는데, 그 여성경영자는 남성에게 지지 않으려고 거래처 사장들과 함께 룸 싸롱에 가서 아가씨를 옆에 앉히고 술까지 마시는 것을 무슨 무용담처럼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런 태도가 과연 대범한 것인가요? 그런 행동을 통해 그 여성 CEO는 훌륭한 영업활동을 한 것일까요? 그것은 남성들이 들어가는 목욕탕에 같이 옷을 벗고 뛰어 들어가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승부는 그렇게 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태도가 프로다운 모습으로 보여 진다면 우리는 찌든 군사문화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성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기업에서의 성에 대한 왜곡된 반응은 이처럼 우리를 무지로 이끕니다.

승부의 세계에는 단 하나의 창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기 자기에게 맞는 무기를 들고 나가야 승리할 것은 자명합니다. 팬들에게 기대되던 미쉘 위에게 쏟아진 비난은 그가 PGA에 도전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자기 방식으로 주어진 틀 내에서의 경쟁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지 못한 채 다른 리그를 엿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타를 날리는 것이 골프의 유일한 경쟁방식은 아니며, 성적을 결정짓지도 않는다는 것을 간과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일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자기 먼저 빠져들 때 주변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존재감ㆍ정체감 상실을 호소하고, 술자리에서 푸념을 늘어놓는 것만큼 못난 짓은 없습니다. 사람이 쉽게 설득될 것 같으면, 글쎄요? 그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매일 만나는 직장인일까요? 우리는 보통의, 자기주장도 있고, 고집과 아집ㆍ편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과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최소한 스무 해 이상 굳어진 자신의 가치관이랄까 세계관을 쉽사리 바꿀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영향받기보다는 영향주기를 원합니다. 이들과의 대면이 우리를 기다리는 일상이며, 이 일상에서 어떻게 성공적으로 상호교류를 해나가느냐가 관건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직장생활은 자기 마음가짐과의 싸움입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보고, 남을 볼 것인지 깨닫는 것, 그것이 일과 결부되어 우리의 생각을 떠나지 않는 화두인 것입니다.

오래 전 나의 상사 한 분은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 있습니다. 저는 그때 그 분의 표정에 어리던 지나간 고충에 대한 회고의 빛을 읽고는 적잖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평탄한 길이 어디 있겠나? 직장 길은 흙탕물 튀는 길일세. 혹은 길 없는 사막을 걷는 거지. 누가 자네를 안전하고 평탄한 길로만 인도하겠나? 서로 경쟁하고, 밀쳐내고, 제키며 더 많은 물을 확보해 성장하려는 사막의 선인장 세계처럼 냉혹하기만 하네. 헌데 삭막한 선인장 사회에도 협업이란 게 있네. 꽃가루를 맺는 일에서는 다 같이 손을 잡아야 하거든. 직장이 이렇다네. 오묘한 생존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지. 어떤가? 자네는 좀 더 영악해지고 싶지 않나? 물론 남을 배려해야하는 것은 기본이네. 그건 자신이 살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일걸세. 스스로에게 영감을 불어 넣게나. 강한 생존에의 의지를 지닌 선인장만이 물을 찾아 뿌리를 내리는 법이네. 그것이 직장이라는 사막에서 살아남는 법칙이네.”

그 분의 말씀은 오랫동안 제 기억에 남았습니다. 은퇴한 이후 그 분은 가장 왕성하게 자신의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보낸 메세지를 점검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엔 일에 푹 빠져 지내지 않고, 즐거움에 푹 빠져 지내고 있네.”

그분이 제가 보내온 메세지였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의 시작과 함께 경제적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금 자신을 향해 어떤 나팔을 불고 있는지요? 그 나팔 소리는 자신을 깨우고 세상을 깨울 만큼 힘찬 것인가요?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며 이 질문을 묻고 또 묻고, 스스로 대답하고 또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고 행동하는 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