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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메 그린다

by 전경일 2012. 9. 17.

 

 

 

그리메 그린다

그림 같은 삶, 그림자 같은 그림

 

책소개

 

그림자 같은 그림이 삶 아니더냐?

 

경제・경영, 인문, 역사 등 다방면에 걸쳐 방대한 저술 활동을 해온 저자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이 그림을 생업으로 삼은 조선 화가들의 옛 그림을 보며, 그들 삶의 흔적을 더듬어 낸다. 그림자 뒤에서 올곧이 삶을 끄집어낸다. 그림이란 무엇이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림을 그리는 자들은 누구인가? 김홍도, 김명국, 윤두서, 심사정, 신윤복 등 붓으로 한 인생 휘적이다 간 조선의 화가들. 모두가 자기식대로 살았고, 자기식대로 그림을 그린, 그리하여 그림으로 환생한 환쟁이들이다.

 

삶의 결은 각기 다르나 이들이 붓으로 전한 목소리는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도 생생하게 들린다. 이들 조선 화가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 다 보노라면 무릎을 끌어서라도 다가가고 싶어진다. 그림을 통해 삶의 이면을 꿰뚫는 이들 삶의 스산한 그림자를 따라가 본다. 옛 그림 몇 점에서 긴 여운을 남기는 그림자 같은 환쟁이들의 넋을 만난다.

 

이 책 <그리메 그린다>는 그림과 삶, 그리메(그림자)를 주제로 15명의 조선 화가들을 그렸다. 1부에서는 조선 회화사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 3명의 위대한 화가를 이야기한다. 2부는 삶에 드리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살다간 천재들을 조명하였다. 3부는 가혹한 운명의 그림자가 드리운 불운한 인생을 살았던 이들의 삶을 그렸다. 4부는 자기식대로 그림자에 맞서 뚜렷한 삶의 족적을 남긴 이들의 외침을 그렸다.

 

저자는 10여 년간 조선 화가들의 운필을 떠올리며 붓이 움직이는 바로 앞에 가서 눈앞에 펼쳐진 작화 광경을 지켜보듯 수많은 그림들을 보았고, 이제는 그들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책으로 묶어 내었다. 조선 화가들의 그림 같은 삶은 우리네 것과 다르지 않기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들의 그림자 같은 그림은 저자만의 독특한 예술가적 시각이 가미되었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양한 사료와 독특한 해석,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애정 어린 시선, 오랫동안 떠나지 않고 가슴 속 깊이 남아있는 기나긴 여운은 독자들에게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심성으로, 삶의 철학과 관점으로, 세상을 읽는 힘과 경륜으로, 그림을 꿰뚫어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저자소개

 

전경일 全京一

 

64년 강원 출생. 작가. 인문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현대판 징비록인『남왜공정』과 편역서『경성천도』, 역사경영서『창조의 CEO 세종』『이순신, 경제전쟁에 승리하라』『더 씨드』와 에세이『마흔으로 산다는 것』『남자, 마흔 이후』『나에게 묻는다』등.

 

 

차례

 

들어가는 말 그림자 같은 그림이 삶 아니더냐?

 

1부. 그림자 속 그림, 그림 밖 그림자

그리메 그린다 그림자 오롯이 밟고서니, 안견

흐르고 넘쳐 부족함이 없도다 예술혼에 새긴 영원한 이름, 김홍도

이 풍진 세상, 빗서고 삐딱하게 사노라 바름과 흐트러짐의 미학, 장승업

 

2부. 예술혼으로 새긴 삶의 밑그림자

거룩한 이름엔 으레 고통이 따르는 법! 그림을 그림으로만 그린 화가, 이정

그림으로 모습을 그릴지언정 술이 그려낸 그림, 그림이 그려낸 술, 김명국

미친 세상, 미치지 않고 어찌 살랴! 광기, 예술의 극한을 추구하다, 최북

 

3부. 불운의 그림자, 인생에 드리우니

마땅함을 다 해야 하리 세상은 올곧은 삶 외면하니, 윤두서

그림으로 세상사 영욕을 잊다 넘지 못할 세상의 벽 앞에서, 이징

그림을 위해 생의 그림자를 그리다 그림과 그림자가 빚어낸 슬픈이야기, 김시

불우의 운명에 그림자를 새겨 넣다 역적의 자손으로 태어나서, 심사정

 

4부. 그림은 그린 자를 그리고

스승의 가르침은 길고도 멀구나 여린 제자의 붓은 스승을 넘지 못하고, 허련

제 모양을 그려내면 되지 않는가! 한바탕 예술에 놀아보자꾸나, 임희지

내겐 사랑뿐일세, 인생 뭐가 있겠나 그림과 사랑은 구별할수 없는것, 신윤복

삶은 순간을 잡아내는 것 아니더냐 순간에서 영원을 잡아 낼 뿐, 김득신

그림은 곧 그린 이를 말한다 삶이 넉넉해지는 예술소풍으로의 초대, 정선

 

참고문헌

 

 

책 속으로

 

● 결국 안견은 대나무가 아니라 대나무 그림자를 그린 것이니, 삶이 이러할 것이다. 우리가 어찌 사는 본령을 죄다 안다 할 것인가? 실은 그 비친 형상만 취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며, 그게 삶의 본질 아니겠는가? 인생이 깔아놓는 삶의 진실은 무엇이며, 설령 그림자인들 이에 미치지 못할쏘냐? 결국 우리가 그려내는 것은 삶의 잔영에 불과한 것이다. (...)삶은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림 또한 그림자를 그려대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다들 무에 그리 연연하는가? 헛되고 헛되기만 한 인생사이거늘. ---p.43~44

 

없는 것으로 있는 것을 만드니

그림으로 모습을 그릴지언정 어찌 무슨 말을 전하랴!

세상엔 시인이 많고 많지만

누가 이미 흩어진 혼을 불러 주리오. ---p.134

 

● 어떤 사람이 산수(山水)를 그려 달라 청하였는데, 산만 그리고 물은 그리지 않았다. 그 사람이 괴이히 여기며 따지니, 칠칠은 붓을 던지고 일어서며 말하였다.

“어허, 종이 밖은 모두 물이잖소.” ---p.137

● 운명의 칼날 앞에서도 어수룩하게 바보같이, 의연하게 내게 들씌워진 소임을 다하고자 하였소. 내 인생은 비록 고통스러웠지만, 그것은 곧 사라질 이슬에 불과하오. 보시오, 내 그림만이 이렇게 남아 있지 않소. ---p.227

 

● 정선이 아끼는 바는 그림 자체에 있지 않았다. 대신, 치열하고 중단 없는 창작열에 있었다. 그의 그림이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사람을 비추는 달빛처럼 풍요롭게 보는 이를 감싸 안기 때문일 게다. 그 속에서는 그림자마저 황홀하고 넉넉하다. 우리는 그 너른 품속으로 들어가 켜켜이 먼지 묻은 영혼의 거문고도 꺼내어 튕기고, 해금도 쟁쟁거리며 타고, 다른 모든 삼현육각을 울리면서 한바탕 문풍(文風)이 흐르는 ‘예술 소풍’을 즐겨봄이 어떠한가! ---p.369

 

 

출판사 리뷰

 

 

“나는 그림을 그릴 테니 자네는 술을 치게나”

그림자 같은 그림을 그리고, 그림 같은 삶을 살다간 환쟁이들의 오롯한 그림자여!

 

 

이 책 <그리메 그린다>는 그림자에 불과한 삶의 순간을 포착해 낸 조선화가들을 그렸다. 안견, 김홍도, 장승업, 김명국, 최북, 윤두서, 심사정, 신윤복, 정선 등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영원히 회자될 조선의 대화가로, 주옥같은 그림을 그리며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종국엔 그리메(그림자)만 그려내고 갔을 뿐이다. 봄철 분분히 날리는 낙화를 보며 떨어진 꽃잎들이 종이 위를 내달릴 때 붓으로 인생을 산 사람들을 불러내 본다.

 

“내가 그린 그림이 나를 그리고, 그 그림이 내 그림자를 그린다. 그림으로 세상 속에 들어오고, 그림으로 세상 밖에 나아간다. 그림은 살아서 나를 가두고, 죽은 뒤에는 나를 세상에 꺼내어 놓는다. 그러니 그림을 그리는 건 삶의 그림자를 그려내는 것일지니, 내 어찌 온전히 그림을 그렸다 하겠는가? 내가 그림을 그렸고, 그림이 나를 그렸다 하겠는가. 그림 그리는 환쟁이여! 너는 삶의 족적을 분분히 남겼건만, 종국엔 그림자만 그려내고 갈 뿐이구나!”

-<들어가는 말> 중에서

 

 

대가 앞이다, 무릎을 꿇어라!

 

 

인연이 빚어내는 위대한 붓질로 한평생 그림에 뛰어들어 일가를 이룬 화가들의 삶은,

그림 속 세상에 그림 밖 예술혼을 불꽃처럼 세우고.

 

“신(神)이 모이고 뜻이 통했다.” -위암(韋庵) 장지연(張志淵)

 

그의 앞에서는 모든 화가들이 물러나야 했던 안견, 그의 이름 앞에 조선 최고라는 말이 새겨진 김홍도, 인간에게서 더 이상 배울게 없었던 장승업・・・・・, 이들의 예술 세계는 조선을 지나 오늘날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대가들에게 고민이나 괴로움은 무엇이었을까? 예술에 겨워 몸부림쳤지만, 이들조차 삶에 드리운 운명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신분의 벽, 천재만이 겪는 무한한 고독, 말년의 허무함, 인생이 그런 것이라는 것을 소낙비처럼 깨우친다.

그들이 그린 것은 무엇인가? 삶의 잔영(殘影),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었나? 이토록 헛되고 헛되기만 한 것이 삶 말고 어디 있을까.

 

미친 세상, 미치지 않고 어찌 살랴!

 

일탈을 통해 졸렬함을 깨뜨리고 죽비처럼 진면목을 일깨우는 삶은,

그림 같은 그림자로 남아 보는 이의 심상을 가뭇없이 흔들고.

 

위대한 대가들도 벗어나지 못한 삶의 진한 그림자, 불세출의 천재들이라고 벗어났을쏘냐? 이정, 김명국, 최북. 그들 삶은 가난과 술과 광기와 예술혼이 뒤덮고 마침내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떻게 살아야 이 미친 세상, 고통을 이겨내고 온전히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조선의 환쟁이들은 온 영혼으로 몸부림쳤을 것이다. 과연 이들이 그린 그림은 ‘그림’이었을까, ‘그림자’였을까.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영속할 것 같지만, 살아 한때 짧게 속한 시대의 박편을 손에 쥐고 세상의 드넓은 바다를 마냥 떠돌다 결국엔 죽어 없어질 처량한 존재들일 뿐이라고. 그러니 지금 그린 모든 그림이 다 내 삶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 아닌가!

이 풍진 세상에 그림 그리는 환쟁이여, 너의 소원은 정작 무엇이었더냐? 네 그림은 무엇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냐?

 

 

그림으로 세상사 영욕을 잊으리

 

가혹한 운명이 질긴 그림자를 끌고 다녔으나, 운명의 칼날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그림으로 자신을 일으킨 그들 삶에 고통스런 순간만 있지는 않았으리.

 

불운한 운명의 그림자는 환쟁이들의 삶을 집어삼킬 듯 너울댄다. 운명은 가혹하지만, 그림으로 영욕을 잊고 자신의 그림자를 올곧이 거두어 내야만 한다. 정치의 벽, 신분의 벽에 부딪혀 이를 넘지 못한 윤두서와 이징. 역적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삶의 고통과 질곡을 그림으로 토해내야만 했던 김시와 심사정. 이들은 고통스러운 삶에서도 그림으로 영원히 자신을 남겼다. 위대한 예술혼으로 남았다.

 

아아, 참 우뚝하고도 높도다.

촉으로 통하는 길의 험난함은

푸른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도 어렵도다・・・

그대에게 묻노니

서쪽 촉 땅에 갔다가 언제 돌아오는가?・・・

험난함이 이와 같거늘・・・

몸을 기울이고 서쪽을 바라보며 긴 한숨만 짓게 되네. -이백(李白), <촉도난(蜀道難)> p.248

 

삶이 여울처럼 가팔라질 때, 그들은 그림을 붙잡고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나는 다만 그림만 그릴 뿐이오. 세상은 내가 그릴 그림이 아니란 말이오!’

 

 

그림 그리며 예술에 놀아보자꾸나

 

남다른 외곬로 자신을 뛰어 넘고자 거침없이 산 삶을 관조하노라면,

그림은 그림만이 아닌 삶의 지난한 몸짓을 그리메로 새긴 것이리라!

 

이제 그림자에서 한발 내디뎌 볼 때가 되었다. 예술에 놀아보는 신명나는 예술 소풍에 나가보자. 따뜻한 그리메 그려보자. 이왕이면 그리메(그림자) 말고 그리메(그림에)를 신나게 그려보자. 김정희와 김홍도라는 길고 먼 스승의 그림자를 따르며 위대한 작품의 주인공이 된 이들이 있다. 허련과 김득신. 그림자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한 이들도 있다. 임희지, 신윤복 그리고 정선. 이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그림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고자했고 성공에 이르기도 하였다. 오직 자신만이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서 뚜벅이처럼 갔다. 길을 잃기도 하고 헤매고 주저앉아 울기도 했지만, 길을 찾는 인생은 행복했다. 예술을 찾아 떠난 소풍은 즐거웠다.

 

우리는 모두들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어 예술에 놀아야한다.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듬고, 화가의 붓으로 꽃을 피워내야 한다. 우리에게 예술은, 삶의 본령을 꿰뚫어 진짜배기 인생을 살게 해주는 길이다. 이 책으로 한번 그 길을 따라가 봄이 어떤지.

 

이 책은 각 꼭지마다 긴 여운을 남긴다. 아련한 느낌의 여운은 슬프거나 우울하지만은 않다. 이들 대가들의 그림은 때로는 볕처럼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때론 달빛처럼 풍요롭게 안아준다. 그들이 그린 삶 속에서는 스산한 그림자마저 황홀하고 넉넉하다. 그림 속 사람을 불러내 오늘 그림자 같은 그림을 치며 술 한 잔 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