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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강의/세종 | 창조의 CEO

[창조의 CEO 세종] 한글을 다시 본다(8)

by 전경일 2009. 2. 3.
 [‘한글’은 지금 서바이벌 게임 중]


600여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 이제 우리는 세종의「훈민정음」창제로 말미암아 ‘언어의 문자화’가 가능해져 이제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한글이 헤쳐 가야 하는 현실은 결코 녹녹하지만은 않다. 사실 ‘한글’은 온갖 종류의 외국어ㆍ외래어 및 ‘혼어(混語)’들에 둘러 싸여 있다.


인류 역사상 언어 문자의 상실은 항시 그 민족의 쇠락과 멸망을 가져 왔다. 지금 불고 있는 세계화는 결코 단일성ㆍ순혈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더구나 시장 원리는 무차별성이 그 특징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글은 위태롭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만큼 한글이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때도 없었다. 그 어떤 환경에서도 ‘한글’은 스스로 생존의 길을 제대로 찾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한글은 분명 스스로 자기 고유의 영역을 지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는 실제로 그 문자를 쓰던 하나의 민족과 함께 무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한 세계사적 흐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에 왜 우리는 ‘한글’이라는 문자를 지켜야만 하는가? 만일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O/S를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생각과 표현을 통해 구현되는 그 모든 문화적 기반을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가 만주족이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문자들처럼 ‘죽은 글자’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게 됨으로써, 완전히 사라지는 민족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세종이「훈민정음」을 창제하며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인 것이다.


만 백성을 위한 오픈 아키텍쳐(open architecture) ‘한글’]


「훈민정음」은 이미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자의 명칭이 아니다. 오히려 ‘한글’이란 명칭이 이제는 일반화되어 있다. ‘한글’이란 이름을 만든 분이 어떠한 목적으로「훈민정음」이란 이름을 버리고 ‘한글’이란 이름으로 바꾸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훈민정음」과 ‘한글’은 구분된다.


그 구분은 ‘없어진 글자’의 포함 여부로 결정된다. ‘ㅸ ㅿ ㆆ ^、’ 등이 그것이다. 이 글자들은 ‘옛글자,’ ‘고자(古字),’ ‘옛한글’이라 불린다. 「훈민정음」은 이제 단지 지나간 역사적인 문자 체계로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확장성을 고려해 만든 O/S ]


그런데, 이제 「훈민정음」을 이용해 뭔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찾아 지고 있다. 「훈민정음」의 특성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훈민정음」은 창제시부터 확장성을 크게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문자이다. 즉, 중국어든 어떠한 언어든 발음 나는 대로 표기할 수 있는 장점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마치 우리가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 발음기호 표기법과 같은 원리를 「훈민정음」은 그 자체로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UNESCO)는 1997년 9월에 훈민정음 옛 정본을 세계 문화유산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세종왕 문맹퇴치운동상을 제정했다. 이 상의 취지는 세종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세종은 세계에서 가장 쉽고도 과학적인 「훈민정음」곧, 한국 알파벳을 창작하였다. 이후로는 ‘한글’이라고 고쳐 부르고 있다. ‘한’은 위대하고, 완전하고, 첫째라는 뜻이다. 한국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은, 한글이 놀라울 만큼 쉽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유네스코는 대왕의 이름을 상에 얹어서, 문맹퇴치 운동을 돕고, 그 운동에 성공한 수상자들과 대왕의 명예를 기리고 있다.”


지금 학계에서는 문자체계가 없는 민족들에게 이 O/S를 제시함으로써 그들 민족의 언어로 사용하게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대두되고 있다. 즉, 문자 O/S의 수출이다. 예컨대,「훈민정음」에서 지금은 쓰지 않아 사라져 버린 문자들을 복구하면 영어의 ‘Good Evening’도 ‘오?닝’으로 거의 완벽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의 전통적인 외국어 표기법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표현 체계를 다른 나라들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는 최근 중국어학회가 발행하는 ‘중국언어연구’에 ‘중국내 소수 민족의 서사체계 및 새로운 문자 창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중국 소수 민족인 ‘로바(珞巴·Lhoba)족’의 언어를 한글로 서사(書寫)하는 방법을 연구 발표했다. 로바족은 인구가 20∼30만명. 대부분 인도 지역에 살고 있고 2000∼3000여명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고유 언어는 가지고 있으나 문자가 없다. 전교수는 이들에게 ‘한글’이라는 문자를 가르치자고 강조한다. 이미 수백종의 언어를 표기하고 있는 알파벳과 같은 역할을 한글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그는 “한국어 외의 언어를 표현하는데 한글을 이용하면 그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회에 이어서...)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