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프로들만 살아남는다

by 전경일 2014. 1. 28.

프로들만 살아남는 척박한 경영환경

 

긍정적 낙관주의로 무장하라

 

해녀들은 힘에 부친 바다일과 농사일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면, 자기 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 삶의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 이유로 해녀들은 오랜 경험으로 자체적인 의약품을 만들고 이 같은 정보를 공유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순비기나무꽃은 두통치료용 식물로 쓰였고, 해녀콩은 피임용 식물로도 쓰였다. 삶의 지혜이자, 벅찬 생활이 만들어 낸 적응방식이었다.

 

 

물질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물질하지 않고도 살 형편이 된다면 임신과 출산까지 조절해 가며 바다에 뛰어들 일은 없겠지만, 삶은 가혹하기만 하다. 해서 불은 몸을 안고 바다에 뛰어든다.

 

해녀 용어에는 “아깃질, 뱃질”이란 말이 있다. “아기의 길, 배의 길”이란 말이다. 아기의 해산 시간이 불확실하듯, 바다도 잔잔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을까? 해녀들은 물질에 모든 신경을 쓰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다보니 해산예정일에 임박해서도 바다로 나간다. 그러다보니 심심찮게 배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있었다. 삶의 여건이 만족스런 휴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열악한 삶의 여건에서 생겨난 이름이 이런 것들이다.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는 바닷가 근처의 별난 이름들로도 알 수 있다. 해녀 마을엔 멀리 ‘난바르’ 물질을 나갔다가 배에서 아기를 낳았다는 얘기가 적잖게 들려온다. 해서 배에서 태어난 아기에겐 ‘배둥이’ ‘배선이’ 같은 별명이 붙여지기도 하고, 물질을 하고 나온 후 선창가에서 낳은 아이에게는 ‘축항둥이’, 집으로 가는 길에 낳은 아이는 ‘질둥이’라고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힘겨운 삶이 잉태해 낸 이름들이다.

 

이런 해녀들의 삶을 ‘프로의식’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거기엔 직업 근성을 넘어 삶의 애환이 진하게 묻어난다. 삶은 현실이고, 현실은 극복을 필요로 하듯, 해녀들은 거친 삶에 좌절하지 않는다. 파도머리를 잡고 힘차게 솟구친다. 해녀들의 삶을 통해 배우는 것은 삶에 몰아치는 어떤 역경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끈기다. 이런 당찬 자세는 오늘날 기업에서 얘기하는 프로의식보다 더 강하다. 프로는 멋진 풍경속의 정물이 아닌, 삶의 처연하고 비정한 세계에서도 굴하지 않는 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파도가 일렁여도 뿌리를 박고 뽑혀나가지 않는 미역 줄기와 같다. 해녀 리더십을 통해 뭍의 경영 리더들이 배워야 할 것도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속담으로 풀어 본 해녀 경영>

 

해녀 세계에는 속담도 많다. 그런 속담은 삶이 우려낸 지혜이자, 삶을 채찍질하며 만들어 온 것이기에 애환이 녹아 있다.

 

ㆍ게 고둥도 집은 있다(깅이 보말도 집은 싯나): 세상사람 모두가 그만그만하게 살아갈 길은 열렸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고둥도 제 집은 있으니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전진하라는 뜻이다. 해녀들은 물질을 할 때 ‘깅’이나 ‘보말’을 늘 보기 때문에 이 속담은 더욱 현장감 있다. 삶에 긍정의 리더십을 지피면 살길은 반드시 트인다는 자기 확신에 찬 말이자, 긍정의 암시이다.

 

ㆍ손이 놀면 입도 논다(손이 놀민 입도 논다): 부지런히 일해 먹고 살 수 있다는 삶의 여건을 잘 드러낸 말이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노력하면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삶을 바라보는 긍정심이 녹아 있다.

 

ㆍ물이 썰 때에는 나비잠 자다가 바닷물이 들어야 고둥 잡는다(물 쌀 땐 나비 자당 물 들어사 곰바리 잡나): 자칫 태만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삶의 태도를 일깨워 주는 말이다. 지금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을 뒤로 미루다가는 기회를 실기하게 된다는 깨우침이 내재돼 있다. 나비잠이란 표현도 재미있다. 두 팔을 위로 나비처럼 벌리고 마음 푹 놓고 자는 잠을 뜻한다.

 

ㆍ고기일랑 밀물에 낚고 물질일랑 썰물에 하라(궤기랑 들물에 나끄곡 물질랑 물에 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평범하지만, 분명한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썰물 때에는 조류의 흐름에 따라 물고기들이 먼 바다로 나가고 밀물 때라야 고기들이 바닷가로 몰려들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기업 경영과 동일하게 일에는 때가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삶의 지혜에서 나왔다.

 

ㆍ헤엄 잘 치는 놈 빠져서 죽고, 나무 잘 타는 놈 떨어져서 죽는다(희염 잘 치는 놈 빠졍 죽곡, 낭 잘 타는 놈 털어졍 죽나): 경영에서 자만은 죽음이다. 자만은 과신을 가져오고, 과신은 끝내 기업의 몰락을 가져온다. 해녀 사회에서의 격언은 자칫 방심할 수 있는 경영 리더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되고 있다.

 

말 모른 돈, 귀 먹은 돈, 눈 어두운 돈(말 몰른 돈, 귀 막은 돈, 눈 어둔 돈): 비즈니스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해녀들의 물질은 돈의 비정함을 여실히 보여 준다. 돈을 벌기 위해 한겨울 바닷물에도 첨벙 뛰어드는 것이다. 우리 경영 리더들이 처한 현실의 고단함이 이런 것 아닌가.

 

ㆍ돈이 없고 보면 적막강산, 돈이 있고 보면 금수강산(돈 웃고 보민 적막강산, 돈 싯고 보민 금수강산): 세상사는 팍팍하다. 돈 따라 인심도 간다. 팍팍한 제주 삶에 해녀들은 경제적 독립을 갖기 위해 물질에 나선다. 돈을 벌어 밭도 장만하고, 인심도 쓰고 싶었을 것이다. 돈과 관련된 속담들은 해녀 삶에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해녀들은 가장 든든한 삶을 경영현실에 두고 있다. 이 점은 경영 리더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