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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경영은 해신海神처럼

by 전경일 2014. 6. 18.

바다의 경영 리더인, 해녀. 그들은 어떻게 사업 환경에 적응하고 유리하게 환경을 이끌어 나가며, 바다를 경영할까? 나아가 환경을 소중히 여기고 지속가능한 경영 상태로 유지할까? 바다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를 보면, 사업 환경을 일구고 가꾸며 지속가능경영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친환경적 사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가 다 함께 잘 사는 세상, 상생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기에 상생을 화두로 한 21세 경영과 맥이 닿아 있다. 그들의 오랜 물질에서 체득한 경영의 지혜는 무엇일까.


지속 가능한 사업 환경을 돌보라
바다를 가꾸는 해녀만큼  상생ㆍ상존의 조건을 잘 아는 경영 리더가 있을까

어느 산업분야든 해당 산업의 존립과 번영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공동노력을 필요로 한다. 비즈니스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독단적이고 무분별한 이익만 추구하다보면 고객이 외면하기 일쑤다. 시장도 줄어든다. 따라서 사업 환경을 고객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려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해녀들도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바다를 가꾸고 보살핀다.


해녀들에게 바다는 생활 터전이다. 바다에서 생계가 이루어지고, 바다를 밭으로 여기기 때문에 누구든 공동으로 바다를 가꾸고 돌본다. 그 예로 바닷가의 돌이나 바위에 돋아난 잡초를 제거하는 일을 ‘개닦기’라고 하는데, 주어진 경영 환경을 잘 가꾸고 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나아가 갯가를 깨끗이 닦고 청소함으로써 해산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이렇게 사업 생태계를 공동으로 유지하는 일은 공동 작업에 속한다. 모두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닦기><사진자료: 해녀박물관>
 


바다 밑은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식용 해조류만 자라는 게 아니다. 먹을 수 없는 해초인 잡풀도 돋아나는데 가만히 놔두었다간 어느새 급속도로 번지며 식용 해초가 자라는 환경을 황폐화시켜 버린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엔 불가사리를 잡는 일도 포함된다. 불가사리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소라와 전복을 잡아먹는다. 가만히 놔두면 나중엔 바다 밑엔 쓸 만한 해산물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게 된다. 공동의 어장을 관리하고 잘 지키는 일은 이런 이유로 해녀 사회의 가장 큰 의무사항이다. 마치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업 기반을 가꾸는 것과 같다.


‘개닦기’와 함께 ‘투석’이라는 것이 있다. 투석은 해조류나 해산물이 파도에 떠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만일 바다 밑에 모래만 있거나 자갈만 있다면 해조류는 서식할 수 없다. 여름 휴양지의 피서객에게는 하얀 모래밭 해변만큼 좋은 게 없지만, 해녀들에게 그런 모래밭은 바다의 사막이다. 사막화를 막는 작업이 바로 투석인 것이다. 바다에 돌덩이를 집어넣는 투석은 전복, 소라, 해조류 등이 집을 짓고 번식할 수 있도록 유리한 서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배에 돌을 싣고 나가 바다에 돌덩이를 인위적으로 집어넣는다. 그럼으로써 사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투석을 하면, 바다의 생물은 그곳에 뿌리를 내린다. 마치 해녀들이 의지와 희망으로 삶에 뿌리를 내리는 것과 같다.


바다를 가꾸는 것에는 또 있다. ‘우미씨 뿌림’도 배를 타고 나가서 하는 작업 중 하나. 돌덩어리를 두덩어리씩 새끼줄로 묶고 틈새에 우뭇가사리를 끼워서 바다에 던져 넣으면 양식 효과를 가져온다. 전복과 소라 새끼를 공동자금으로 양식장에서 구입해 일정 해역에 뿌려 기른 후 잡는 식이다. 이 같은 종패사업은 마을 어장의 일정 지역에 어패류의 씨앗을 뿌려놓고 일정기간 자연 양식을 하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 본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친환경적 관리 태도인 셈이다.


바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가꾸지 않아도 유지되는 무한자원 보고가 아니다. 관리되지 않으면 바다도 황폐화 되고, 해녀들의 삶의 기반도 사라진다.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고,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친환경적인 노력은 더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해녀들의 노력이 단순히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을 채취나 하는 게 아닌, 보다 적극적으로 바다의 농사군인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느 조직이나 권리는 의무와 병행한다. 의무없는 권리를 주장하면, 원칙이 무너지며 조직이 설 곳이 없게 된다. 해녀 사회도 마찬가지다. 공동 작업엔 반드시 의무가 뒤따른다. 해녀로서 권리는 의무를 다함으로서 얻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거져 얻어지는 것이란 없다. 의무 수행은 절대적이다. 해산물을 채취할 때는 결석해도 되지만, 개닥기에는 반드시 참석해야만 한다. 어느 누구건 이런 저런 이유로 불참할 때면 벌금을 내야 한다. 예외 없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공동체 이익을 우선시 한다. 여기엔 바다를 풍요롭게 하는 모든 일들이 포함된다.  


현대 경영은 상생ㆍ상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누구를 경쟁에서 따돌리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공생 조건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큰 시장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이 나홀로 살겠다는 생각만 하거나, 과도한 자기욕망만 앞세운다면, 경영 시스템은 붕괴되고 만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촉발은 바로 과도한 욕망, 나만 살고자 하는 욕망이 빚어낸 결과다. 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경제 지도자들이 창조적 자본주의를 부르짖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해녀들이 뭍의 경영 리더들처럼 특별히 경영에 대한 개념을 배워서 이 같은 공존 원리를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상호 절제되고 상생하는 조건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을 보면, 오늘날 얘기하는 친환경이니, 지속가능경영이니 하는 말들이 무색하다. 해녀들은 이런 공존의 원칙을 가장 험난한 바다에서 배운다. 그러기에 바다는 경영의 산 교과서일게 분명하다.    

   




<유채꽃과 해녀><사진자료: 해녀박물관>
바다에도 농사짓는 때가 있다. 봄에 해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겨울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다 밭의 작물마다 생장하는 시기가 다르고 서식처도 다르기 때문이다. 뭍에서 농사를 짓듯, 해녀들은 계절마다 각기 바다밭을 가꿔야 한다. 제주바다에는 바다밭을 풍요롭게 해주는 바다생물이 무려 800여 종이나 있다. 남제주군 앞 바다에만 369종의 해조류가 산다. 해조류를 제외하고는 사시사철 채취한다. 해녀들을 바다밭을 가꿈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이것이 21세기 경영의 조건 아닐까.ⓒ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