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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바닷가의 물건은 줍지도 마라

by 전경일 2014. 7. 15.

바닷가의 물건은 줍지도 마라

해녀들의 바다사랑은 환경 보전을 주창하기 전에도 ‘자연경영’으로 자리매김 됐다

 

지구가 공전하고 자전하는 한, 어떤 경우든 파도는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그 파도에 실려 바닷가에는 온갖 표류물이 실려 온다. 언필칭, 바다의 퇴적물이라 할 수 있다. 난파한 배의 목재에서부터, 잡다한 물건은 물결에 떠다니다가 해변에 와서 쌓인다. 주인도 없는 그것들 중에는 쓸만한 물건도 있다. 간혹 주워가고 싶은 유혹이 생길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해녀는 ‘바닷가의 물건은 줍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왜 그럴까? 주인 없는 물건일지라도 함부로 취하지 않는 해녀세계의 철두철미한 윤리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인이 없다고 생각해 물건을 주웠다가 시비가 벌질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적잖은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남의 물건에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다.

 

 

경영 리더의 도덕성과 자기 절제는 필수 덕목이다. 이것이 모자라거나 흐릿해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해녀사회는 취하지 말아야 할 물건에 대해서는 터부시 한다. 예컨대, 해변에 와 쌓인 목재를 집으로 가져오거나 이걸 이용해 집을 지으면 ‘동티가 난다’고 한다. 난파선의 목재를 가져다가 불을 때면 ‘조왕이 거꾸로 선다’고도 한다. 배의 수호신은 ‘서낭(船王)’이라고 하는 여신이다. 반면, 집을 수호하는 여신은 ‘조왕(竈王)’이다. 이 두 여신이 서로 맞서게 되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며 집안이 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간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윤리를 지키려고 하는 대목이 더욱 흥미롭다.

 

 

또한 바다에서 돌을 가져오면 안된다는 금기도 철저히 지켜진다. ‘바다에 있는 돌로 집을 지으면 망한다’는 말이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닷가의 돌은 바다생물이 서식하는 주요 환경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자연을 보호하고자 투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돌을 반출하면 자연 환경은 파괴되고, 생태계는 무너진다. 돌 채취를 강하게 금지하는 것은 해녀들과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외부인에게도 요구된다. 수석이나 정원석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돌을 실어 나르다 한바탕 난리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장이 황폐해 지는 것을 막고, 가장 친환경적으로 생업의 터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유네스코(UNESCO)는 해녀를 ‘사라질 위험이 있는 직업’으로 규정하며 사회유산으로 등재했다. 이 이유는 해산물을 채취하는 직업인으로써의 위상 때문이기보다는 “스스로 과도한 어업에 대해 통제하는 본질적인 정신을 갖고 있으며, 환경 파괴에 즉시 반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만큼 인류 공동의 자원에 대해 친환경적 마인드를 지닌 직업군으로 보기 때문이다.

 

 

환경문제와 자원고갈이 날로 심각해지는 때에 해녀들의 자연과의 조화로움은 충분히 배울 점이 된다. 요즘의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사야하고, 환경을 오염할 때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윤 추구의 지속성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해녀들은 이미 환경문제가 부각되기 오래 전부터 자연 경영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바다는 해녀뿐만 아니라, 뭇 생명체들의 삶의 터전이다. 바다의 주인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인간이나, 자연의 뭇 생물 모두에 해당된다. 해녀들이 바닷가에서 탐나는 물건일지라도 줍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물건에 혹시 있을지 모를 감염원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본업을 떠나 자기 노력이 아닌 것에 욕심을 내고자 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생태계를 보전키 위한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지혜이다. 그래서 해녀들의 바다사랑은 환경 보전이 시급한 지금 더욱 빛을 발한다. copyrights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