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리더라면 해녀처럼
(2016년 제주해녀 유네스코 등재에 영향을 미친 바로 그 책과 강의)
<해녀처럼 경영하라>
- 해녀들의 ‘Can Do’ Sprit와 21세기 창조경제 -
발표자: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
보이는 것 천지의 경영 세계에, 보이지 않는 물 속 세계로, 파도에 흔들려도 뽑히지 않는 해초처럼 삶의 뿌리를 단단하게 부여잡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풍파에도 떠밀리지 않고, 삶의 주역이 되는 사람들. 망망대해의 불확실성과 모든 위험을 견뎌내며, 물질하는 삶에서 희망을 건저 올리는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바로 제주해녀다.
거친 파도, 험난한 물질, 앞을 볼 수 없는 물 속, 변화무쌍한 날씨, 지쳐가는 체력, 수고 대비 적은 소득, 이 모든 고난이 해녀들에겐 일상사이다. 어느 경영환경이 이 보다 더 열악하고, 힘겨울 수 있을까. 하지만 해녀들은 오늘도 희망을 퍼올린다. 현실에 좌절하는 것이 아닌, 가장 험난한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삶을 억척스럽게 일구어 낸다. 그러기의 그들의 삶은 개인적인 삶,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넘어 참다운 도전자, 개척자의 모습의 원형이다. 삶이란 거칠고 황량하지만, 얼마든지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프론티어 정신을 일깨운다.
경영환경이 불리하고, 위태롭기에 해녀들은 혼백(魂帛)상자를 등에 진 삶에 대한 각오와 투지로 한길 두길 깊은 물속으로 허위적 허위적 들어간다. 이는 현실과 맞서는 가장 적극적이며, 치열한 삶의 자세이다.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삶을 긍정하는 사람들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자세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바다의 경영 리더, 해녀를 바라보는 뭍의 경영 리더들은 저절로 탄성을 지르며,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경탄을 하게 된다.
바닷 속 깊이 무자맥질해서 해산물을 캐내는 해녀들이야말로 바다의 주역이자, 생활전사이다. 목숨을 걸고 하는 물질. 그러기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에 맞닥뜨린 경영 리더들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해녀들의 삶은 놀라움 그 자체다. 물에서의 삶보다 더 쉽게 흔들리는 뭍의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각성제가 된다. 치열한 경영현장에 선 경영 리더의 모습 그 자체이다.
뼈 시린 겨울 바다물속. 어둠과 불투명성의 비즈니스 영토에서 이들은 생존을 위해 순간순간 즉각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고, 경영성과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모든 결과는 철저히 실행을 통해 얻어지는 산물들이다. 요행이란 있을 수 없다. 삶에 대한 끈질긴 분투가 가장 든든한 밑천임을 웅변적으로 드러내 준다.
천길 물속, 숨이 차오르는 가쁜 일과의 연속이지만, 그들은 거기서 가장 정직한 노력의 댓가를 얻는다. 노력 대비 결과가 초라해도 실망하지 않고 또다시 내일을 기약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경영환경인 바다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바다를 자원을 채취하는 곳만이 아닌, 가꾸는 곳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기에 가장 친환경적이며, 배려와 헌신의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삶이 고단할수록 해녀는 함께 하는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나눈다. 공동의 목적 앞에서 개인 이익은 뒤로 하지만, 개인적 역량을 최대한 드러내는 일에서는 누구보다도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한다. 프로로 거듭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치열한 훈련을 쌓으며, 개인의 경쟁력을 갈고 닦는다. 이런 해녀들은 프로 경영 리더의 조건을 알고, 어떤 악천후가 몰아치는 경영환경에서도 철저하게 자기 노력과 실력으로 평가받고, 도약하려는 경영 리더의 표상이 된다.
경제가 어렵다고 타박하는 대신, 솔선수범해서 찬 물에 뛰어드는 삶의 주도자들. 어려운 환경은 자력, 자강의 노력을 기울일 최적의 외적 조건임을 알고, 스스로 분발해서 경제적 독립을 이뤄 내는 사람들. 새로운 시장을 찾아 불확실성이 내포된 바다라는 신천지로 떠나기조차 했던 사람들. 그들은 뭍의 사람들이 안으로 파고들 때, 국내 연안의 바다뿐만 아니라, 멀리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원정 물질을 다녀오는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런 노고를 통해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학교를 세우고, 자신의 꿈을 이뤘다. 동북아시아를 해녀 벨트로 묶고, 네트워크화 시킨 참다운 바다의 경영 리더들이라고 할 수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형이다.
바다에서의 물질은 목숨을 내놓는 경영행위이다. 한 번의 실수는 목숨과 직결되고 삶은 죽음으로 순식간에 전환될 수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1인 기업을 이뤄내고, 바다의 개척자이자, 벤처 모험가로 해녀들은 거듭난다. 그래서 물질은 도전과 부활의 현장이 된다.
바다 위의 거친 삶터, 물질 하나로 삶을 부여잡고, 자식 농사를 지으며, 독립적인 벤처기업 경영 리더로 살아가는 해녀들... 그들은 오늘도 물질을 하며 벅찬 삶을 퍼올린다. 천길 물속을 숨 가쁘게 들락이며 삶을 일궈내고, 바다 속을 손금 보듯 꿰뚫어 본다. 세상에 어느 경영 리더가 자신의 사업 환경을 이렇듯 손금 보듯 할까? 해외로 원정물질을 떠날 때에는 ‘사업 있는 곳에 물질 있다.’는 강한 경영 신념을 드러낸다.
해녀의 삶은 가히 초인적이다. 가장 조직적이다. 21세기 창조경제의 비전을 내재하고 있다. 가장 헌신적이며, 어느 분야의 사람들보다 일에 대한 몰입도도 높다. 삶의 엄숙함을 절실하게 체득하고 있다. 이런 제주 해녀의 강인함과 끈질김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안에 내재한 개척정신과 리더십의 원형을 발견한다.
억척스럽게 삶을 일구어내는 해녀들의 21세기 경영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내와 노력과 비전이다. 창조경제의 원형이다. 삶의 근거이자, 억척스러움이다. 경제적 도전을 뚫고 나가는 경영 리더들에게 가장 큰 웅변이 된다.
해서 우리는 뭍의 경영현장에 바다의 경영 리더를 불러내 오랜 분투와 꾸준한 자기계발과 혁신에의 노력과, 강렬한 리더십을 배우고자 한다. 바다의 투사이자, 경영 리더로서 그들을 21세형 경영 리더로 자리매김 시키고자 한다.
해녀! 21세기 어두운 경제여건과 불확실성의 미래에 해녀 리더십은 대한민국호가 암흑의 바다를 뚫고 나가는 힘이 된다. 또한 전 세계 문화 원형의 돋보기가 된다. 해녀들의 삶과 그들의 불굴의 리더십은 우리 내면에 용솟음친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삶을 개척하는 해녀들의 강인함, 근면, 혁신 마인드, 도전의식을 통해 우리 내부의 힘을 어떻게 경영전반에 확산시키고, 안착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이제 귀 기울여야 한다.
제주는 지리적으로 한국의 서남해와 일본 서해, 동중국해의 길목이다. 섬으로 보면 외로이 더 있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여 있지만, 열린 공간으로 따지면 뻗어나갈 곳이 사방으로 뚫려 있는 곳이다. 조선 시대 내내 정부의 해양 정책은 바다를 버렸지만, 해녀들은 바다를 찾았다. 제주는 21세기 글로벌 경영의 한 단초를 제공한다. 섬이 아닌, 해외 도약의 베이스캠프인 것이다. 자연과 문화와 컨텐츠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동체이다.
남도의 섬이 지닌 상징성은 무궁무진하다. 그것은 단순히 관광지로써 제주가 아니라 해양 시대의 전초 기지로서 제주를 보게 한다. 지구 자체가 물로 이루어져 있고 대륙이 거기에 떠 있는 형상이기에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섬과 섬 사이를 잇는 섬사람들이다. 제주 해녀의 기량과 도전 정신이라면 못해낼 것이 없다.
전 세계를 몰아치는 경제위기의 시대, 해녀들은 평생에 걸친 올곧은 삶의 자세 하나로 경영 분야에서도 가장 큰 웅변이 되고 있다. 저 푸른 바다에서 첨벙이는 경영의 멘토가 되고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삶의 진수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바다의 영웅들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현재의 위협과 위기를 긍정할 때, 오히려 새로운 도약을 꾀해 낼 수 있다. 현실은 거친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에게나 바닷 속 진풍경을 선사하며, 지속 가능한 수익원을 제공한다. 뼈를 깎는 노력과 각고의 혁신이 없다면 남은 고사하고 자신조차 이끌 수 없다. 그러기에 범상한 부녀자인 해녀는 결코 범상한 사람들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은 진정한 프로이며, 경영의 달인이며, 가장 투철한 생활인이며, 무엇보다도 제주의 여인들이다. 해녀가 있기에 제주는 제주다운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
모든 힘은 우리 내부에 있다. 위기를 극복한 힘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는 저력도 우리 내부에 있다. 그 힘이 어디서 솟구치는지 알면, 경영은 보다 궁극적인 해법을 현실감 있게 제시할 것이다.
우리는 제주 문화와 민속ㆍ생활에 깊이 내재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는 힘의 원천을 보았다. 앞으로도 이 같은 힘의 원천을 찾는 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원천에 해당되고, 모태(母胎)가 되는 힘을 근간으로 도전의 역사를 새로 쓰고, 도약의 돋음대로 삼아야 한다. 바다는 생명의 모태이며, 해녀들이 지닌 생명력은 무한하다. 남녘의 섬, 제주에서부터 조용히 울리는 물질은 경영을 흔들고, 잠든 우리를 일깨워 세운다. 21세기 도전과 응전은 해녀 정신과 함께 한다.
해녀 정신의 경영학적 의미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해녀는 바다의 경영 리더
한 사람의 해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오늘날 기업에서 말하는 멘토링, 코칭, 리더십, 핵심인재 육성법, 성과ㆍ조직관리ㆍ운영, 배려의 문화 등 모든 경영적 술어를 다 동원하더라도 부족할 성싶다.
생사를 넘나드는 바다라는 전쟁터에서 물질 기량을 닦고 능력을 충전해 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기업들이 핵심리더를 키워내는 지난한 과정과 맞닿아 있다. 다른 한편, 일과 놀이가 어우러진 한바탕 신명나는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 Place)’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미래의 해녀를 위한 코칭기술의 핵심은 자신감과 스킬, 전략을 머릿속에 그림처럼 간직하는 것이다. 코칭의 첫걸음은 잠수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것. 자신감을 얻으면서 어린 해녀는 차츰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고, 생산 활동인 채취 행위를 온몸으로 익힌다. 프로의 길은 어느 단계도 건너 뛸 수 없다.
해녀 사회는 대한민국기업들의 인력개발과정처럼 역량과 업적 평가가 철저히 이루어진다. 능력에 따라 하군․중군․상군으로 구분된다. 마치 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입사해서 관리자를 거쳐 임원과 경영 리더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과 흡사하다.
[대상군의 조건과 경영 리더의 공통점]
해녀중의 해녀인 대상군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경영리더의 조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 도전정신 대상군은 대원들의 안전과 성공적인 작업을 리드해 나가는 해녀들의 상층 그룹이다. 이들은 체력, 인내심, 기량, 투지, 의욕, 생존에의 절박함 등 모든 면에서 상위 선두그룹을 형성한다. 대상군의 조건은 기업에서의 리더의 조건과 철저하게 부합한다.
• 탁월한 실적 대상군은 해산물 채취량이 뛰어나야 한다. 즉,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실적이 뛰어나야 한다. 제 밥벌이도 제대로 못하면서 리더라고 불릴 수는 없다.
• 리더십 대상군은 해녀 그룹을 한마음으로 모으는 리더십과 권위를 지녀야 한다. 나아가 해녀공동체에 닥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문제해결 능력이 요구된다. 온갖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
• 사업 환경에 대한 이해 작업장인 바다에 대해 손바닥 꿰듯 환히 알고 있어야 한다. 거기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과 조류의 흐름을 직감적으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하여 해녀 집단을 안전하게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체득해야 한다. 경영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누구보다 정확하고 빨라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 리더와 다를 바 없다.
• 공동체 의식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공동체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내놓을 줄 아는 덕성과 포용력이 요구된다. 헌신과 섬김의 ‘서번트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것이다. 이럴 때 해녀들 사이에서 존경과 따름의 대상이 된다.
• 현장중심 오늘날 기업은 수많은 리더십을 이야기하고 직원들의 직무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해녀 사회도 이 점에서는 같다. 오히려 더 절박한 생존조건에서 물질을 하기에 일체화된 리더십은 어느 조직보다도 더 크게 요구된다. 해녀 리더십은 현장주의 경영의 산실이다.
• 내적 동기 대상군은 맡은 역할이나 어느 면에서 볼 때에도 지휘봉을 꼬나들은 경영 리더의 모습 그 자체이다. 대상군이 되는 것은 오로지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지 다른 데 있지 아니하다.
• 25년의 법칙 어느 해녀가 대상군으로 단련되는 데에는 약 25년에서 30년 정도의 시간이 요구된다. 그 시간은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경력에 해당된다. 이 훈련 기간 동안 뭍의 경영 리더가 쌓아가는 커리어 패스와 같다. 평생 경력, 평생경력 관리의 원형을 해녀들은 보여준다.
2. 철저한 물질 프로세스화
해녀들은 어떤 생산 활동보다도 혁신적으로 경영 혁신을 이뤄 ‘물질’을 프로세스화시켜내고 있다. 해녀의 물질에서 배울 수 있는 경영적 교훈은 다음과 같다.
〇 물질은 철저하게 경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경영현장의 산지식이다
해녀들은 적극적 어법을 하는 주체로 직접 물에 뛰어 들어 바다 밑을 샅샅이 뒤지고, 채취한다. 바다는 생산현장이자 경영현장이다. 그런 현장에 뛰어드는 해녀는 물질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에의 노력을 해 왔다.
조류와 바람의 방향을 파악하여 바다에 들어가고 해저의 지형을 읽는다. 이런 능력은 철저하게 물질경험을 통해서 얻는 산지식이다. 해녀들은 모두 한 배에 타고 이동하다가 자신이 판단하는 지점에 이르러 바다에 든다. 이를 입수(入水)라고 한다. 정확한 사업 지점을 찾아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바다를 선택한다는 점에서도 절제된 욕망을 발휘한다.
〇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영속성과 사회적 공헌을 이뤄낸다
해녀들의 ‘바당풀캐기’는 지속가능한 경영 활동이다. 봄에는 전복과 소라, 여름에는 홍합, 톳 등을 캐고, 가을․겨울에는 전복과 소라, 미역 등을 딴다. 해조류 채취시기에는 톳, 우뭇가사리, 미역, 다시마, 몰 등도 채취한다. 자연의 생체 시계에 맞춰 작업한다.
채취 작업도 절제되어 있다. 채취 과정도 프로세스화 되어 있다. ‘우미’의 경우 1번초, 2번초, 3번초(또는 막번) 등으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수확한다. 1번초를 채취하고 나면 1개월 쯤에는 다시 우뭇가사리를 키워 이번초를 캐낸다. 마치 지속 가능한 사업 환경을 고려해 바다라는 생산 컨베어 벨트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이 주는 선물을 인간의 지식과 노하우를 통해 관리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친환경적 경영 방식은 현대식 ‘약탈경영’적 폐해에 대한 충분하 해법이 될 수 있다.
*1. UN 환경협약 이후 각국과 기업은 탄소가스 배출권을 돈을 주고 사고 있다. 지구라는 환경을 보호해야 기업도 영속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해녀들의 친환경적인 바다밭 관리 시스템은 생산요소를 지속시키는 경영 방식으로 오늘날 글로벌 수준의 친환경 경영의 모델이 얼마든지 될 수 있다.
2. 유네스코(UNESCO)에서는 해녀를 ‘사라질 위험이 있는 직업’으로 규정하며 사회유산으로 등재했다. 이 이유는 해산물을 채취하는 직업인으로써의 위상 때문이기보다는 “스스로 과도한 어업에 대해 통제하는 본질적인 정신을 갖고 있으며, 환경 파괴에 즉시 반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만큼 인류 공동의 자원에 대해 친환경적 마인드를 지닌 직업군으로 본다. 우리는 이 점을 상생의 경영 생태계에 적용함으로써 산업 생태계 경쟁력 제고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3. 물고기처럼 펄떡이는 현장 리더십
〇 해녀들은 휴식과 문화 공동체, 불턱을 갖고 있다.
해녀들이 쉼터, ‘불턱’은 아름다운 공동체의 장이다. 단합과 헌신의 태도, 소통의 장은 뭍의 경영 리더이 배워야 할 경영의 산교과서이다. 이 소통의 장은 일종의 섬김의 리더십, 즉 ‘서번트 리더십’이 펼쳐지는 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불턱은 생체의 원기충전소지만, 리더십을 테스트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나아가 대상군, 상군, 중군, 하군 해녀들의 위계질서를 익히고,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도리를 다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인재 육성과 ‘좋은 직장 만들기’가 해녀 마을에서는 자연스럽게 불턱에서 이루어진다.
4. 21세형 커뮤니티의 조건, 상생의 문화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해녀 사회는 어느 조직보다 커뮤니티 의식이 강하다. 느슨한 조직이 아닌, 강한 유대로 생존을 도모하고, 어렵게 채취한 해산물이 제 값을 받도록 공동 노력한다. 이런 해녀들의 삶은 공동체 운영에 잘 드러난다. 민주적이고, 합리적 관행에 의한 룰이 적용된다. 나아가 원칙과 조화로운 삶의 철학을 이룬다. 경영이 지향해야 할 상식으로 상생에 근거한다.
또한 기회균점과 역할분담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보장받고, 휴식시간도 확보한다. 이 모두가 상생 원칙을 알고 지키기에 공생의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늙거나 아플 때를 대비해 ‘서로 사는’ 원칙을 해녀 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상생협력 공동체의 전형이다. 개인적 경쟁력과 상호 협력의 구도는 서로 양립될 수 없을 것 같지만, 이 두가지 이질적 요소가 조화롭게 통합되어 있다는 데 해녀 경제 공동체는 21세기 약실식 경제나 경영 행태의 대안이 되는 것이다. 이런 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화자원이다. 이런 게 바로 해녀 사회의 특징이다. 해녀들의 경제 공동체는 그래서 가장 친 자연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의 전형을 이룬다. 오늘날 뭍의 경영도 ‘코퍼레이티드 워킹 커뮤니티’ 즉 ‘더불어 다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 경영이 지향해야 할 점이다.
(*예컨대, ‘할망바당’의 경우 조직의 선순환 구조, 선임자에 대한 배려, 조직에서의 신구간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조직 운영 시스템에 해당된다.)
5. 거친 바다에 대라, 들이쳐라
황폐한 땅을 딛고, 거친 물살을 헤치며, 뭍과 물에서 삶을 지탱하는 해녀들의 삶은 그래서 한없이 빛난다.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는 강한 의지가 있기에 희망의 불길이 있다. 그들의 용기백배하는 모습은 오늘날 경영의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모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해녀들에겐 삶의 고통이 신명으로 거듭난다. 현실의 고통이 오히려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 된다.
〇 해녀들의 세계는 1인 다역(多役)의 프로세계다
바다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다. 가냘픈 여인들은 파도 일렁이는 거친 바다를 무대 삼아 물질하면서 삶을 일궈 낸다. 1인 4역, 5역을 억척스럽게 소화해 낸다.
해녀들은 ‘물때를 어질리지 말라’는 말을 헌법 제1조 이상으로 여기고 있다. 비즈니스도 실기(失機)하면 뛰어들지 못하느니만 못하다. 물때는 오늘날 기업들의 ‘경영의 시간’과 연장선상에 있다.
〇 해녀들은 사업 환경을 손금 보듯 한다
해녀들은 자신의 작업환경인 바다밭을 머릿속에 선명한 청사진으로 비치해 두고 있다. 눈을 감고도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정확히 예측해 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업 환경을 손금 보듯 한다. 물속을 가늠하는 해녀들의 기술은 바다 밑 물질을 통해 만들어진 암묵지로 해녀들이 간직하고 전수해 온 지식의 보고이자, 축적된 데이터의 근간을 이룬다.
마치 기업이 사업 생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과 같다. 또한 비즈니스 풍향계를 철저히 읽고 있다. 물질을 하기위해 조수 간만의 차는 물론 바람에 대해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다.
6. 경영 리더라면 해녀처럼
제주해녀들은 먼 바다로 원정물질을 떠나 억척스럽게 삶을 개척해 낸 글로벌 경영 리더의 표본이다. 원정물질에서 숱한 인생 고비를 겪고, 더욱 강인해졌다. 강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에, 삶을 더욱 거세게 풀무질 해댔다. 제주해녀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는 “칠성판을 등에다 지고 저승길을 오락가락하면서” 물질에 임헸다는 노랫가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런 각오로 해녀들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시퍼런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삶을 지탱해 왔다. 그러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다. 삶의 힘듦을 노랫가락에 실어 보내고, 험난한 물질이어도 자신이 하는 일에 전력투구한다. 그것이 해녀의 삶의 조건이자, 경제위기 시대에 치열한 삶을 일궈내는 해녀들의 리더십이 경영 리더들에게 부각되는 이유이다.
경영은 언제나 위기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생존에의 의욕으로 삶은 새롭게 채워간다. ‘해녀는 펼쳐진 바다를 밭으로 둔갑시킨다’는 말이 있다. 또 ‘바깥물질’을 하는 해녀를 ‘출가(出稼)해녀’라고도 한다. 이 말은 제주 섬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대평야를 망망대해에서 찾는다는 뜻이다. 섬을 닫힌 곳이 아닌, 열린 공간으로 이해하고, 뻗어나갈 전진 기지로 삼는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섬은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갈 최적의 입지 조건이 된다.
해주 해녀들이 지닌 이 같은 착상은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글로벌 리더십의 민간에서 찾을 수 있는 원형지식 및 경험이다. 이런 점에서 해녀들의 삶과 리더십이 21세기에 특별히 부각되는 이유이다.
물결이 일어도 흔들릴지언정 뿌리는 뽑히지 않는 해녀 정신은 우리 한민족의 정신에 뿌리박힌 ‘할 수 있다’는 정신의 DNA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