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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사업은 타이밍

by 전경일 2014. 7. 22.

사업은 타이밍이다

해녀들은 사업의 시간을 무엇보다도 중요시 한다. 경영은 이다

 

기업의 속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금, 적잖은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 돈과 시간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시간을 선택한다. 자원이 좀 더 들더라도 정해진 시간 내 시장에 진입하지 않으면 남들이 수확하고 간 논에서 떨어진 벼이삭이나 줍는 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 진입 시기는 중요하다. 후발로 뛰어들면 마케팅 비용을 퍼부어도 기대한 효과를 보기 어렵다. 먼저 들어가면 리스크는 있지만, 선발자의 혜택을 고스란히 본다. 후발 주자들이 시장을 쟁취하고자 10배 이상 마케팅 비용을 퍼부을 때, 선발주자들은 느긋하게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수 있다.

 

 

그러며 시장에서 이미 다져진 경쟁력을 기반으로 인접 시장으로 야금야금 넓혀갈 수 있다. ‘시간=이라는 등식은 어느 경우에나 적용된다. 비즈니스에서처럼 물질 나가는 해녀들에겐 조수간만의 차에서 오는 사업의 시간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해녀들은 물때를 어질리지 말라는 말을 헌법 제1조 이상으로 여기고 있다. 사업이 그렇듯 모든 건 때가 맞아야 한다. 비즈니스도 실기(失機)하면 뛰어들지 못하느니만 못하다. 때를 아는 건,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해녀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썰물 때가 가까워지면 해녀들은 하던 밭일도 중단하고 집으로 달려가 바다 갈 채비를 서두른다. 아무리 귀한 손님이 찾아와도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손님은 물질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시 찾아와야 한다. 결정적인 시간과의 조우를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때 어질리지 말라는 말은 물질에 나서는 해녀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하나의 에티켓이 된다. 해녀가 바다에 가는 시간대에 방문하는 것도 비즈니스 에티켓에 벗어나는 것이며, 물질 나가는 해녀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것도 금기사항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좋지 않은 소식은 작업이 끝난 다음에 전해야 한다. 심적 갈등을 유발하면 물질에 집중할 수 없고, 그러다보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비즈니스 공략 시점을 존중하는 것은 상호간에 룰을 지키는 것이고, 그것은 상존에의 조건이 된다. 룰이 무너지면, 관계조차 원만하게 형성되기도 어렵다. 바로 이 점이 해녀 사회를 구성하는 든든한 밑바탕이 된다.

 

어느 기업이나 욱일승천의 기회를 이런 저런 이유로 놓치다보면, 이래저래 손실이 발생하고, 후회막급이다. 기화가 다시 온다는 보장도 없다. 핵심에의 집중, 시간과의 다툼, 기회 앞에서 주도적인 태도, 우선순위에 대한 전략적 접근 같은 경영의 원리를 해녀들은 물때를 대하는 자세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물때는 오늘날 기업들의 경영의 시간과 연장선상에 있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적시는 적기의 의사결정을 요구한다.

 

물질은 목숨을 내걸고 하는 일이기에 한번 까딱 실수하면 목숨과 맞바꿔야 한다. 과도한 욕심을 제어하는 것도, 숨을 참을 수 있는 2분내 목적을 이루는 것도 모두 적기적시의 판단을 요구한다. 그러기에 해녀들은 타이밍과 관련된 시간경영에 민감하다. 시간내 목표시장에 진입하고, 소기의 성과를 내야하는 측면에서 보면 기업 경영내지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 철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