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베스트 강의/이순신 | 경제전쟁에 승리하라

열망으로 쓰러짐을 일으켜 세우다

by 전경일 2014. 11. 7.

열망으로 쓰러짐을 일으켜 세우다

 

장군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한국 최고의 리더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한다. 장군이 직접 지은 진중음(陣中吟)이라는 시는 국가와 민족의 위기를 죽음으로써 뛰어 넘겠다는 의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나라님 행차는 서쪽 관문으로 멀어지고 (天步西門遠)

동궁 전하는 북쪽 변경에서 위험에 처해있네. (東宮北地危)

외로운 신하 나라 일 걱정하는 날이며 (孤臣憂國日)

장사들은 공을 세울 때이네. (壯士樹勳時 )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감동하고 (誓海魚龍動 )

산들에 맹서하니 초목이 알아주네. (盟山草木知)

이 원수들을 다 죽일 수 있다면 (讐夷如盡滅 )

비록 죽을 지라도 사양하지 않으리라. (雖死不爲辭)

 

임금이 몽진을 가는 극단적 상황에서 신하와 장사들이 나라를 구할 뜻과 행동으로 맹세하면 만물도 알아보고 도와줄 것이라고 장군은 읊고 있다. 모두가 일어나 나라를 구하는 것이 신하이자 백성으로서 의로운 일이라고 이순신은 생존을 향한 열망을 비장하게 표출해 내고 있다. 나는 장군의 시를 곱새기며 대장부 이순신을 만난다. 작은 일에나 매여 사는 우리는 장군 앞에만 서면 한없이 가슴이 울렁거린다. 경영자로서 나의 진중(陣中)’은 과연 어디일까?

 

임란 당시 조선은 유학의 붕당과 명분론적 폐해가 전란을 불러들인 주요내부요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우국충정의 사상 체계가 나라를 구하기도 했다는 점은 역설적이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장군이 가졌던 보편적 의리 정신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어느 시대건 요구되는 것은 말보다 행동이다. 다들 말만 앞설 때 장군은 행동하는 양심을 보였다. 시대를 불문하고 옮음을 행동에 옮기는 자만이 역사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명징한 진리를 잘 보여준다. 당시 조정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같은 생각일지라도 어느 집단은 자신의 이해에 충실했고, 다른 쪽은 국가의 이익에 충실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묻게 된다.

 

장군에겐 트레이드마크가 있다. ‘칠년불해대(七年不解帶)’가 그것이다. 전쟁에 임한 칠년 동안 허리의 요대를 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순신의 결연한 준비자세를 압축적으로 드러내 준 말이다. 

 

 

 

이순신 요대 

전란 7년 동안 허리띠를 풀지 않았다는 말처럼 장군은 끊임없이 준비역량을 높였다. 장군의 요대는 현재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몰아치는 불확실성의 경제시대, 이순신 요대를 보며 경영자들은 어떤 준비자세로 경영현장에 임하고 있는지 자연히 묻게 된다.

 

 

장군은 진정 비전을 가진 인물이었다. 아무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을 때 주변 사람들을 준비시키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조선수군을 만들고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신의 힘만으로 왜적을 물리친 16세기 후반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장군의 생애를 돌아볼 때 경영자로서 나는 조직원들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장으로 이끌어 냈던 그의 탁월한 신념과 행동을 발견한다. 그런 까닭에 장군의 리더십은 전무후무하다. 이 같은 점이 훗날 신화로까지 승화된 것일 터다.

 

준비와 관련되어 더 놀라운 점은, 장군이 쌓은 크고 작은, 쓰라리고 안타까운 모든 경력이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해서 전례도 없고 능력도 없었던 일들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400년 전을 뒤돌아보며 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어떻게 한 개인이 자신의 의지를 확립하고 개인의 비전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었을까? 수군 장군으로서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리더십 스타일에 강하게 끌리게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순신은 전략가, 민중의 리더, 비전을 가진 발명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해 볼 수 있다. 우리의 관점이 무엇이든,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완벽함과 같은 탁월한 능력에 새삼 숙연해 진다.

 

대영제국 해군 부제독을 지낸 조지 발라드(1862~1948)는 그의 저서인일본 정치사에서 바다가 갖는 의미에서 장군의 능력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순신이 어떤 실수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과장돼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상황 아래서의 그의 전투는 어떤 비난도 잠재울 수 있을 정도다. 그의 전 생애는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비록 그의 과거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정확히 했어야 할 방법으로 전투를 행했고, 국가 수호자로서의 희생으로 생을 바쳤다.

 

이순신의 전투 승률은 2323승의 완벽주의다. 돌이켜 보면 장군의 승리에 다음과 같은 점들이 뒤따랐다면 더 좋았을 런지 모른다. 그가 저 노량에서 완전한 승리의 순간에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살아 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마지막 순간에 죽음을 삶으로 환치시킴으로써 생을 불멸로 이끌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지닌 모든 열망을 피우고 들꽃처럼 사르라든 장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영원히 남는다. 장군의 생과 사 앞에서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나는 과연 이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