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사보기고

일과 휴가는 가장 유능한 생산 놀이

by 전경일 2017. 7. 26.

일과 휴가는 가장 유능한 생산 놀이

 

 

한나 아렌트 여사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 노동에 대한 생각은 노동을 놀이의 반대 개념으로 규정한다. 그 결과 모든 진지한 활동은 성과에 상관없이 노동이라 불리어진다.”

 

일과 놀이가 분리되기 전 일은 즐거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잉여 생산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노동을 생계를 위한 위치로 레벨다운 시켜 버렸다. 그러다보니 일 속에서 놀이를 찾기보다 일이 끝나면 놀이를 찾는 식이 되어 버렸다.

 

많은 경우 기업에서 하는 업무라는 게 이처럼 즐거움, 재미가 결부된 놀이와 멀어짐으로써 일에 대한 동기 부여는 즐겁고 신나는 일로써 업무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과 놀이가 적절하게 결합하고 있으며, 이는 창조적 기업의 조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어진 업무를 마지못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놀이를 하듯 일을 즐기는 문화는 구글, 아이디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문화를 다루는기업들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은 근무 시간의 15퍼센트를 자신이 하고픈 일에 투여토록 함으로써 보통의 직장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고 이를 기반으로 창조성이 매우 높은 결과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에 대한 우리의 기본 관념부터 흔드는 예가 아닐 수 없다,

 

탁월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일과 놀이의 프로세스도 축제화 되어 가고 있다.

 

근무 조건도 많은 사람이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하는 일이란 진정한 의미에서 생활 속으로 다시 들어온 것이자, 생활 속에 깊게 용해되어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하는 놀이와 달리, 어른들의 놀이의 본질은 경제성에 있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직장 내 업무에 대한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일 자체가 새로운 질과 경험을 동반하고 있는 놀이임을 알게 한다. 만약 일이 전부인 조직은 뒤집어 보면 일이 전무일 가능성이 높다. 몽유병 환자처럼 일어나 마지못해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단조로운 삶 속에서 우리는 죽음의 일상성을 본다. 거기엔 흔히들 말하는 조직의 혁신성을 꾀할 활력은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가 차오를 여지도 없다.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일을 놀이로 생각할 만큼 일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고 일에 생명을 불어 넣는 사람과, 일을 통해 놀이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기계가 되어 버리는 사람이 그들이다. 창조성이 크게 대두되는 시기, 후자가 전자 대비 성과 향상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인다. 놀이는 일의 반대가 아니라 그 두 가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호이징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위대한 예술적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르네상스의 전반적 분위기, 놀이때문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원근법과 빛에 의한 착시, 리듬과 운율이 만들어 내는 구조, 드라마와 은유법 등 새로운 규칙과 게임을 창안해 냈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의해 경이적인 작품들은 탄생한다.

 

소셜 커뮤니티가 강화되는 시대에 인터넷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커뮤니티보다 기업 조직 내 인간관계가 더 강한 유대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보상 문제 때문이 아니문화가 빠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놀이의 축제성을 일에 부여한다면, 일이 가져올 변화는 놀라울 것이다. 우선 일의 질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나며, 회사 내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한 어떤 활동보다 강한 연대의식이 생겨난. 물론 팀웍은 자연이 뒤따르게 되는 보너스이.

 

신명나는 조직의 경영학적 의미는 요즘 선진국의 혁신적인 기업에서 강조하고 있는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 Place)’의 전형적인 예이다이 창조적인 생산 활동이 아니라 한낱 고달픈 노역으로 떨어진다면 우리는 매일 매일 즐거운 일이 아닌, 고달픈 노역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일은 생산의 기회이며, 여기에 신명을 더하게 하는 것은 놀이 문화이다. 일과 놀이가 만나 폭발적인 결과를 자아내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선택의 폭이 무한히 확장된 요즘의 고객들은 이제 문화가 배어 있는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일에 임하는 사람들이 겪는 문화적 경험은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다른 차원의 창조적 작업을 위한 과정이 된다. 일과 놀이가 결합된 위대한 기업의 탄생도 여기에 기인한다.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일의 품질이 생산적 휴가에서 온다면 휴가의 의미를 더 되새기는 기업이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갖추는 것 아닐까?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