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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남자, 마흔 이후 | 마흔 살의 우정12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일상의 평화, 내 오랜 친구 일상의 평화, 내 오랜 친구 여름휴가로 제주도를 찾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바다는 남태평양 쪽으로 뻗어 있었다. 끝없이 넓고, 한낮의 햇빛 속에서 코발트빛과 에메랄드빛으로 어우러져 빛나는 바다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며 햇살 아래 누워 있다가 드디어 파라솔 안으로 기어들어와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마셨다. 이럴 땐 마티니나, 키스오브 파이어 같은 칵테일도 제격일 텐데... 한가롭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시간이었다. 정말 얼마만의 휴가인가? 나는 아내가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것을 보며 휴대폰을 꺼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주도다, 와, 정말 죽인다.” “뭐라고? 누굴 약 올리냐?” 대뜸 저 너머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약을 올린다고? 자식! 그래, 우린 돈 없어 .. 2009. 2. 6.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친구의 인생엔 비가 내렸네 친구의 인생엔 비가 내렸네 “나는 어쩌다가 흠뻑 젖어 버린 셈이지. 비 오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거야. 내 스스로 나를 유기해 온 것인지도 몰라. 인생 퇴물이 되어 버린 거지. 요즘은 통 의욕이 일지 않네. 이렇게 무감각해진 삶이라니.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회사에 나가고, 너무나 뻔한 일로 목청을 돋우고, 그러다가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말 못 할 정도로 마음은 불안하고 흔들린다네. 사는 게 극도로 피곤하지. 아주 오래 전에 나라는 존재는 닳아 없어진 것 같아. 매일 쓰는 세수 비누처럼 닳고 닳아서 점점 녹고 작아지는 것 같아. 아무 의미 없이 지워지는 그런 존재가 되는 거지…….” 그날,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고, 그가 걱정되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제법 커다란 평수의 아파.. 2009. 2. 6.
[남자 마흔 살의 우정] 따뜻한 그때 그 술집 따뜻한 그때 그 술집 나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는 음악이 취미인데, 함께 술을 마시면 어느새 피아노가 놓여 있는 술집으로 나를 이끈다. 거기서 우리는 잔을 부딪쳐가며 애들 크는 얘기를 하고, 회사 얘기를 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처량함과 도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적당히 취하고 나면 친구는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고, 나는 가끔 거기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6월의 넝쿨 장미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지는 못해도, 10월의 맨드라미처럼 우리는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맨드라미 같은 친구라서 나는 그가 좋다. 서로 생활인으로서 느끼는 고독이나, 아픔에 대해서도 동병상련으로 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는 거 어떠냐?” “다 그렇지, 뭐. 몰라서 물어?” 짧은 대화만.. 2009. 2. 6.
[남자 마흔 이후]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 스티븐 코비는 성품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성품이라는 것은 삶의 방향, 의미, 깊이를 부여하는 원칙들과 가치들로 형성된다. 이러한 것들은 처신의 법칙이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인품에 바탕을 둔,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우리 내면의 인식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성실, 정직, 용기, 공평, 관용 등의 특성들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발휘된다.” 내면의 성찰이 간과되거나 무시되던 때가 있었다. 그 시기는 젊음이란 열병이 돌아 내게서 이는 열기가 세상을 다 녹일 것만 같았다. 저돌적인 돌진 앞에서 멈춰서거나, 돌아보는 일은 금기시 되었다. 그것이 뜨거움의 매력이자, 한계였다. 삶의 어느 시기에 자기 성찰을 하게 되거나, 코비가 하.. 2009. 2. 6.
[남자 마흔 이후] 액티브 시니어가 목표 액티브 시니어가 목표 무슨 일이건, 팔을 걷어 부치고 하자 꾸나 하고 덤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될 일도 소심하게 임해 그르치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인 취향은 그렇다 치고,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해야 할 시기에 정신적인 면에서나, 생활의 면에서 자라기를 멈춘 사람들이 있다. 인생을 적어도 몇 십 년 살아왔다면 수령 사, 오십 년 된 나무처럼 하늘을 가릴 줄 아는 도량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나이 들수록 반듯한 자기 모양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정서적으로는 보수, 안정을 희구하나 그건 바램일 뿐 현실은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흔한 얘기로 우리 세대는 ‘젊은 노년’을 살아가야 할 운명에 놓여 있다. 젊음은 이전 세대와 비슷했으나, 늙어 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은퇴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 2009. 2. 6.
[남자 마흔 이후] 떨어진 벼이삭 줍기 떨어진 벼이삭 줍기 얼마 전, 주말을 이용해 시골에 갔다 왔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농부가 밭가는 장면을 디카로 찍었다. 회사에 돌아 와 노트북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했다. 바탕 화면에 깔고 나자, 수시로 볼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가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게 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지금 인생의 씨를 뿌리는 봄철을 맞이하고 있는가? 추수하는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가? 그도 저도 아니면 나는 지금 저 농부처럼 밭을 갈고 있는 것인가?’ 밭 가는 장면에서 씨도 뿌리고 거두는 내 인생의 종착점을 생각해보며, 시간이 갈수록 더 먼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생은 짧다지만, 또 질길려면 쇠심줄같은 것 아닌가. 마흔 무렵,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 .. 2009.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