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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43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친구는 서울로 갔었네 친구는 서울로 갔었네 시골 작은 역에 기차가 도착했다. 이십 년 전 고향을 떠난 친구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가슴 설레이며 마중 나가는 중이었다. 그 친구는 오래 전 도시로 나가 꽤나 근면하게 일해 돈도 모으고, 결혼도 하고, 탐스러운 과일 같은 아이들도 주렁주렁 낳았다. 누가 보기에도 그 정도면 성공한 인생이었다. 열차가 멈추어 서자 웬 중년의 사내가 내려섰다. 나는 첫눈에 그 남자가 열다섯 살 때의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라진 거라고는 그 시절 곰배무늬 바지 대신 양복을 입고 외투를 걸쳤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다가가 반가운 마음에 덥석 그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힘을 주어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친구는 내 요란벅적한 환영 인사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을 펴 악수하기.. 2009. 2. 17.
[남자 마흔 살의 우정] 나이 들며 얻게 되는 감정 함께 나이 들며 얻게 되는 감정 내가 어렸을 때에는 요즘과는 달리 형제 관계에서 위아래가 분명했다. 형에게 덤비는 것은 물론, 말 놓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형과의 사이에 생기는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컸던 만큼, 누나들에게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암묵적으로 여성은 약한 자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보호본능 때문이었거나, 아니면 누나들이 자발적으로 모성애적 사랑을 쏟아 부어 주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형제들 사이의 확고했던 이런 서열도, 나이가 들고, 결혼해 각자 얘들을 키우면서부터는 훨씬 희박해지는 것 같다. 그때부터 형제들 간의 관계는 좀 더 평등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손위 형제들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과묵하게 굴어 화난 것처럼 보이던 형제도 이제.. 2009. 2. 17.
기본적인 건 변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당신은 이것을 기억해야 해요. 키스는 여전히 키스예요. 한숨은 한숨이구요. 세월이 흘러도 이런 기본적인 일들은 여전히 그대로예요.’ 영화 에 나오는 대사다. 키스는 키스다. 내가 십 수 년 전 아내와 연애를 할 때 나눴던 키스가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뽀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살며 가끔씩 잠 못 이루는 밤에 창밖을 내다보며 내쉬는 한숨도 그냥 한숨일 뿐인 거다. 그렇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 해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은 변치 않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변치 않을 것이다. 내가 변하지 않는 한, 가장 기본적인 사실인 나의 언젠가 다가 올 죽음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 주위에서 사라져갔듯이 말이다. 사랑에 의미를 두는 것은.. 2009. 2. 17.
촌지를 받은 선생님 촌지 사범대를 나와 중학교 선생님이 된 내 친구는 처음으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촌지라는 것을 받게 되었다. 받을까 말까. 온갖 생각이 그 앞에 내밀어진 봉투 앞에서 해일처럼 밀려왔다 밀려가곤 했다. 전광석화와 같이 수만 가지 생각들이 어디 숨어 있다가 튀어 오르는지, 일시에 터져 나오더라고 그는 말했다. 거절을 할까, 말까 하면서도 당장 아쉬움이 그를 유혹하는 걸 느끼게 되었다. 작은 것에의 흔들림. 그 다음의 무너짐. 애써 웃는 어색한 웃음... 첫 촌지의 추억을 갖고 있는 친구는 끝내 그 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나는 몹시 궁금했지만, 진실이 묻혀버릴까 봐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안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순간,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고 그는 말했다. 얼마 전 형제들끼리 모여 연로하신 부모님의 한약 값을.. 2009. 2. 17.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일상의 평화, 내 오랜 친구 일상의 평화, 내 오랜 친구 여름휴가로 제주도를 찾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바다는 남태평양 쪽으로 뻗어 있었다. 끝없이 넓고, 한낮의 햇빛 속에서 코발트빛과 에메랄드빛으로 어우러져 빛나는 바다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며 햇살 아래 누워 있다가 드디어 파라솔 안으로 기어들어와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마셨다. 이럴 땐 마티니나, 키스오브 파이어 같은 칵테일도 제격일 텐데... 한가롭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시간이었다. 정말 얼마만의 휴가인가? 나는 아내가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것을 보며 휴대폰을 꺼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주도다, 와, 정말 죽인다.” “뭐라고? 누굴 약 올리냐?” 대뜸 저 너머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약을 올린다고? 자식! 그래, 우린 돈 없어 .. 2009. 2. 6.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친구의 인생엔 비가 내렸네 친구의 인생엔 비가 내렸네 “나는 어쩌다가 흠뻑 젖어 버린 셈이지. 비 오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거야. 내 스스로 나를 유기해 온 것인지도 몰라. 인생 퇴물이 되어 버린 거지. 요즘은 통 의욕이 일지 않네. 이렇게 무감각해진 삶이라니.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회사에 나가고, 너무나 뻔한 일로 목청을 돋우고, 그러다가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말 못 할 정도로 마음은 불안하고 흔들린다네. 사는 게 극도로 피곤하지. 아주 오래 전에 나라는 존재는 닳아 없어진 것 같아. 매일 쓰는 세수 비누처럼 닳고 닳아서 점점 녹고 작아지는 것 같아. 아무 의미 없이 지워지는 그런 존재가 되는 거지…….” 그날,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고, 그가 걱정되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제법 커다란 평수의 아파.. 2009.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