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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43

몰래 담배를 피웠다 어렸을 때 포천 사는 큰 이모네 집에 갔었다. 초등학교 4, 5학년 무렵이었던가. 이모는 6.25 동란 중에 과부가 되셨다. 꽃다운 스무 살, 그 때 이복자를 가졌다. 개가도 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사셨다. 이모네 집에는 논이 꽤 컸다. 일하는 일꾼을 두었을 정도였으니까. 영섭이라는 친구였던가? 아무튼,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큰 이모는 군수품 장사를 하셨다. 시댁에서 물려받는 토지와 당신이 평생 가꾸며 벌은 돈을 조금씩 모아 근처에 논밭을 사셨다. 무슨 일인지 작은 형과 나는 어머니와 함께 그 해 여름 이모네 집에 갔었다. 그날 밤, 우리는 일꾼 영섭이가 꼬득여 담배를 피웠다. 이모가 피엑스(PX)에서 빼온 게 분명했다. 영섭이는 중학생은 되어야 할 나이였지만, 학교 문턱도 못간 친구였다. 집안의.. 2009. 5. 28.
[아버지의 마음]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요즘, 힘드시죠?” 요즘 라디오를 틀면 진행자들이 빠뜨리지 않고 묻는 단골 멘트가 ‘힘드시죠?’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끝에는 ‘그래도 희망을 가지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IMF 세대의 비애, 전력 질주 하듯이 살아왔는데 또다시 슈퍼맨이 돼야 하는 현실, 요즘 돈벌이의 어려움을 알고, 세상살이의 만만찮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아침에 서류봉투나 가방만 들고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한손에는 불안을, 다른 한손에는 희망을 들고 뚜벅뚜벅 세상을 살아간다. 월급봉투를 받은 날은 희망과 자신감으로 손이 묵직해지고, 구조조정이 된다는 소문이 도는 날은 불안으로 어깨가 무거워진다. 어떤 날은 바쁜 아침에 가족과 인사조차 못하고 집을 나온.. 2009. 5. 21.
4734만 명 중 나는 몇 번째 어른에 해당할까? - 부모다움을 배워라 몇 해 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분포표를 기초로 어느 일간지에 특별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 제목은 ‘우리나라 인구 4734만 명 중 나는 몇 번째 어른에 해당될까?’였다. 기사는 친절하게도 입시생들의 전국 수능성적 누적분포표처럼 나이대별 순위를 매겨놓았다. 아쉽게도 내 나이대인 1964년생에 대해서는 자료가 보이지 않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부모님 세대의 순위에 대해서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 1924년생 /전체 순위: 86만 1809(1.82%) / 남자 중 순위: 26만 5568(1.11%) 어머니: 1932년생 /전체 순위: 236만 7358(5.00%) / 여자 중 순위: 152만 847(6.38%) 재작년 초에 돌아가신 아버지나, 미망인이 되신 연로한 어머니는 전체 생존자 중.. 2009. 5. 21.
[부모코칭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애가 애를 키우지 -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다는 것 자식을 다섯이나 키우고, 그것도 모자라 한국동란 중에 조실부모한 시동생, 시누이들을 셋이나 뒷바라지해 성가시킨 나의 부모님에 비하면, 우리 부부는 애를 키우는데 있어서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급수다. 아직 훌륭한 부모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나로서는 그쯤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기에 자녀 교육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세운다는 게 그분들 눈에는 소꿉장난 같아 보일 것이다. “요즘 애들은, 애가 애를 키우는 것 같더구나…….” 서른 안팎까지 가끔 듣게 되었던 부모님의 혀를 차는 말씀이 요즘 들어서는 때로 그리워진다. 아버지는 이태 전 이후로 내게 더는 이런 말씀을 해주시지 못한다. 그분의 말씀은 기억 속에나 남아 있다. 바쁜 일상에 문득, 모든 것이 정지해버릴 듯한 찰나에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나를 훑고 지나.. 2009. 5. 21.
[부모코칭이 자녀의 미래를 바꾼다] 아이들이 부모를 키운다 [이번에 제 아내 이민경씨와 공저로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코칭에 대해, 참다운 부모와 자식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결과물이자, 부모됨의 과정에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두 딸아이를 키우는 나는 때로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키운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첫 애를 낳았을 때에는 누구나 얼떨결에 부모가 된다. 곧 새 식구가 늘어난 환경에 익숙해지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족으로서 보다 큰 정신적 유대와 교감을 나누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가장 가까운 데서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자연스럽게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가 생긴다. 때로 약하기만 한 아이들이 부모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걸 깨닫게 된다. 세상을 향해 더욱 힘내게.. 2009. 5. 21.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친구여, 용서를 비네 친구여, 용서를 비네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때, 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보통학교, 즉 지금의 초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적잖은 핍박을 받으셨다. 어느 날, 아버지는 견디다 못해 친구를 찾아가 함께 월남하자는 제안을 했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옆집 친구이니 이 정도는 믿어도 되겠구나, 싶어 속의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 문턱이라곤 다녀본 적이 없는 친구는 아버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버럭 화를 내더니, 내무서에 보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버지는 일이 커지게 될 때 닥칠 후환을 염려해, 그 자리에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이니 오늘 얘기는 듣지 않은 것으로 용서해 달라고 하고는 신신당부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아버지는 당신의 얘기가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지 않을까.. 2009.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