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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

[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 대한민국은 맞벌이 공화국

by 전경일 2009. 2. 4.

 
대한민국 가정의 50%가 아침이면 전쟁을 치른다. 맞벌이 부부들이 서둘러 직장으로 달려 나가는 시간. 잠시 켜둔 TV에서는 뉴스나, 아침 시사방송, 유치원 프로가 빠르게 진행된다. 서둘러 TV를 끄는 시청자 시선을 붙잡으려는 의도된 방송편성이다. 이 바쁜 시간에도 경제는 돌아가고 있고, 마구 흐른다. 이런 생활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맞벌이들이다.

아침 시간은 쏜살처럼 빠르다. 대충 빵이나, 시리얼 따위로 식사를 때우거나, 준비라도 해 둔 식단이 있다면, 서둘러 밥을 먹고는 식기세척기나, 설걷이 통에 대충 빈 그릇을 담가 둔다. 아내는 서둘러 화장을 하고, 자는 애들을 깨워 옷을 입히고 나면, 이젠 들쳐 업고 뛰는 일이 남는다. 초등학교나, 어린이 집으로 애들을 데려다 주는 길. 애들이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아침부터 찡찡대 하루의 시작이 무겁다. 또 이렇게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집을 나서면서도 머리는 아직 마르지도 않았다. 이런 건 한 겨울에도 마찬가지. 늘 가슴속엔 애들을 제대로 거두어 먹이기나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밥 힘으로 크고, 밥 힘으로 사는 건데, 정작 잠 덜 깬 애들에게 든든하게 아침을 먹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맞벌이로 산다는 것은 이 만큼 어렵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어디 우리 집만의 일인가. 다들 내 집 한 칸 장만하고, 애들 키워내며, 가르치고 살아가는 일상적인 모습일 뿐이다. 그나마 둘이 벌어들일 수 있는 건 요즘 같은 고용 불안, 졍제 불안정 시대에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육아 문제로 출산휴가다 뭐다 해서 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 여자 입장에서는 더 말 할 나위없다.

이렇게 바쁘게 뛰는 데에도 현실은 늘 뒤처지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다. 가계 소득이나 재산은 늘기는 커녕 오히려 줄고 있다. 게다가 지출은 좀처럼 줄이기 어렵다. 두 사람이 모든 걸 희생하고 쌍끌이로 모은다지만, 자고 일어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 있다. 둘이 버는 게 집값이나 물가를 앞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맞벌이들의 삶은 처절하다. 때론 속아 사는 것 같아 눈물겹기도 하다.

맞벌이들은 바보들인지 모른다. 직장일엔 똑똑할지 모르나, 현실 생활에선 어찌보면 숙맥이다. 회사에서도 일에 몰두한다고 하지만, 경쟁은 나날이 치열하고 늘 마음 한편엔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애들이 있다. 그리고 배우자와 자신이 있다. 둘 다 직장 생활하느라고 애들 교육에 많이 신경쓰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대책 없이 미안하기만 하다. 그래도 낳으면 애들은 다 큰다고 하던 어른들 얘기를 떠올리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게다가 학교에선 왠 모임이 그렇게도 많은지, 남들처럼 학교도 쫒아 다니고, 학부형 모임에도 끼고 그러지 못해 늘 꺼림직하다. 당연히 두 몫의 월급을 번다지만,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런 전쟁 같은 생활 속에서도 저녁 무렵 애들이 숙제를 하거나, 재롱을 떠는 것을 보면, 삶에 대한 희망이 솟구친다. 자는 애들을 바라보면 세상에 이런 천사들이 없다는 생각에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왈칵 솟아오른다. 가정이란 보금자리에 뜨거운 사랑이 넘치는 것을 알게 된다. 안도감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힘이다. 맞벌이들의 희망. 언젠가는 지금보다 나아지겠지만, 지금이라도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베풀어야 하는 것. 그게 한 가정에 가장 필요한 활력 비타민일 것이다.

아침이면 또 다시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겠지만, 대한민국 맞벌이들에겐 희망이 있길레 오늘도, 집을 나선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일의 아침을 맞이하는 대한민국 맞벌이들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맞벌이는 줄고, 외벌이 마저 길가에 내앉는 대한민국 현실은 무엇인가?

ⓒ전경일, <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
* <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같이 시름겨워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더 어렵고 가시밭길인 시기, 예전을 글들을 손 봐 이제 힘겨운 여러분과 저를 응원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