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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창조기업을 만드는 창조적 인간의 탄생

by 전경일 2012. 7. 9.

창조기업을 만드는 창조적 인간의 탄생

 

장 클로드 킬리가 1960년대 초 프랑스 국가대표 스키 선수로 선발되었을 때 그는 최우수 선수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는 동틀 무렵 스키를 신고 슬로프를 뛰어 올라가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고된 훈련을 했다. 저녁에는 역기를 들고, 단거리를 전력 질주하는 등 실력 향상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팀의 다른 동료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그리고 장시간 훈련하고 있었다.

 

그는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킬리는 활강기술에 관한 기초이론을 재고해 보기 시작했다. 그는 보다 빠른 활강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매주 다른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다. 그의 실험은 당시 유행하던 기술과는 거의 정반대되는 새로운 스타일이었다. 스키를 탈 때 균형을 잡기 위해 두 다리를 모으는 대신 벌리고, 회전할 때에는 스키 위에서 앞으로 나앉는 대신 뒤로 물러앉는 식이었다.

 

그는 또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스키폴을 사용하는 방법도 새로이 개발해 냈다. 이 같은 새로운 스타일 덕분에 킬리는 활강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다. 1966년과 1967년에 그는 주요 스키대회의 트로피를 거의 모두 휩쓸었고 이듬해 열린 동계올림픽에서는 세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킬리는 많은 창의적인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한 가지 중요한 비밀을 알아냈다. 그것은 기술의 혁신은 구태어 천재가 아니더라도 종래의 방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마음의 자세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킬리의 혁신은 단순모방이 창조적 모방으로 발전하고, 창조적 모방 단계가 남다른 창의성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창조는 누구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견해 낼 수 있다. 그러기에 창조는 현실속에서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발현될 수 있는 예술이다. 또한 예술적 경지에 이르는 경영이 될 수 있다. 21세기 경영과 창조는 맞닿아 있다. 경영은 단순히(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여기에는 복잡한 경제현상과 재화를 둘러싼 이해집단간의 팽팽한 교류, 교환 작용이 뒤따른다.) 재화를 끌어 모으고, 부를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옮기며, 매매에 다른 이익을 챙기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드높이는 분석적 개념이 아닌, 인간학적 개념으로 발전해야 한다. 한 인간이 드러낼 수 있는 최대의 창조력을 조직을 통해 발현케 하고(심지어는 조직적 창조력으로 반전시키고) 그런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창조의 결실을 맺게 해야 한다. 그러기에 경영자는 이런 창조 활동의 핵심축에 서게 되는 것이다.

 

창조적 기풍은 경영자의 강한 의지에 힘입어 생명력을 얻는다. 창조적 경영자는 변화의 중심에서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실행력을 가져야 한다. 마샬 경영대학원 교수인 이안 미트로프는 올바른 사고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영자의 바른 정도와 창의의 연계성을 꿰고 있는 것이다. 경영자가 그저 ‘놀라운 생각’을 하는 게 아닌, 사고에 대한 정직성, 진실성을 가질 때(즉, 인간적으로 완성이 되어 갈 때) 창조는 싹이 트고 조직적 역량으로 발전한다. 궁극적으로 건강한 영혼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경영자는 통합적 사고를 통해 모호함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주어진 산업에서라면 모든 게 정렬되어 있고, 불확실성은 그것의 크고 작음, 성과의 폭과 깊이와 별 상관없이 보다 확실성을 띠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미래를 미리 사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모호하지 않으면 미래가 아니다. 과거의 죽음은 그 자체로 명확하나, 미래의 살음은 아직 안개가 걷히기 전의 일이다. 그러기에 창조에는 반드시 도전 정신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이 추구하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은 무엇인가? 그 새로운 영역은 어떤 미래상을 열어 보일 수 있는가? 경영자는 늘 이 문제를 껴안고 살 수 밖에 없다. 비(非)창조, 무(無)창조, 반(反)창조는 모든 창조적 행위에 반하는 것이지만, 그러기에 창조적 활동에 종속된다. 기업이 미래의 신수종이라 할 수 있는 사업·상품·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오려면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이런 인재상은 과거의 계층적 통제 시스템에서 요구되던 인재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창조적 인재들에겐 새로운 형태의 자기 권한, 상호 인정과 협력, 그리고 내재적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보다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나아가 조직운용상의 기본적인 원칙인 정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고, 일의 내용면에서 학습과 성장을 다 같이 꾀해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일을 통해 자아를 표출해 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숨어 있던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간파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그간 편향된 교육 시스템에 의해 우리의 뇌는 얼마나 한쪽만 사용하도록 강제되어 왔는가? 숨은 뇌를 찾아 이를 쓰지 않으면 그저 보통의 똑똑한 암기식 인간이 되고 마는 지금의 현실을 뛰어 넘지 못한다. 무한 능력의 자아를 찾는 것은 궁극적으로 창조적인 일에 뛰어드는 것을 뜻한다. 이럴 때 창의적 인재는 인간 고유의 본질적 가치인 다양성, 통합성, 적응성, 개방성을 드러낸다.

 

과거 성장의 원천이었던 핵심경쟁력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어느 한 분야에 정통하기도 어렵지만, 이제는 그것을 능력의 한계로 보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한 인재가 지닌 통합적 능력, 혼융적(混融的) 역량은 창조적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의 현실 대처 능력을 잘 보여준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아마빌(Amabile) 교수가 말하듯, 창의성은 “전문성, 창의적 스킬, 내적 동기부여 등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만나는 공간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 모든 분과형 전문 역량과 인간학이 어우러져 ‘모두가 한꺼번에 만나는 바로 그 공간’에서 창조적 기업의 미래가 드러나는 것이다.

 

기업 경영 활동이 한계에 부딪친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집단과 조직 수준의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창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집단 창의성을 강조하고, 과거에는 기피하던 창의적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창조 국면을 이뤄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창조는 창조적 인간과 조직의 결정체이다. 조직은 그것을 후원하고 개인의 창의력을 조직의 자산으로 심화시켜야 한다. 경영자는 모든 창조적 활동의 트리거(trigg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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