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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 주년 8.15 특집] 일본 정한론(征韓論) 배경과 안중근 <동양평화론>의 실천적 의미(4)

by 전경일 2015. 8. 6.

. 한반도 지속 전장(戰場)

 

오랜 역사상 일본의 한반도 침입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소규모로 진행되다가는 끝내 전면전으로 발전되는 일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패턴의 불변성은 침구 흐름을 예측케 한다는 점에서 왜구의 침구에는 뚜렷한 법칙이 있다. 즉 일본 침략에는 한·일 간 및 양국을 뛰어 넘는 국제관계의 상수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더 긴박하고 구체적으로 일본의 침략이 전개된다면, 여러 가변 요인과 상대적 요인이 작용해 전란을 더욱 부채질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일본에 의한 한반도 전장(戰場)설을 살펴보면,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 등 일본에 의한, 또는 일본의 침략의 후과로 인한 전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며 한반도가 지속적으로 전장화(戰場化)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가까운 현대사인 한국전쟁이야말로 일본 침략의 후과임에 틀림없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별로 나아지지 않아 곳곳에서 일본에 의한 한반도 재침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특히 해방 이후의 특징이라면 전범국인 일본이 미국와 밀월해 동북아 패권의 군사적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미동맹보다 ·일동맹이 동남아 전략에 더 유용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미정가의 속성 및 인식관은 대()중 견제책으로 일본의 패권주의를 용인하며 더 부채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관계를 살펴보면, 해방 이후로 대미(對美) 의존적 외교 관계를 펼쳐 온 한국이 20118동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측으로부터 외교 면에서 실질적 소외를 받은 것은 강대국 미국의 대한(對韓) 인식을 살펴볼 좋은 계기였다. 당시 미정부는 한일 간 가장 첨예한 문제인 동해의 일본해 단독표기 지지를 밝힘으로써 우리보다 일본에 대해 전략적 사고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의 친일 경도화는 우려스러울 정도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이미 20064월 일본이 독도 근해 수역조사계획 발표로 한·일 양국이 대치하고 있을 무렵, 토머스 시퍼(Thomas Schieffer) 주일 미국대사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독도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미친 짓을 하거나(do something crazy) 문제를 일으킬까(causing a major problem) 우려된다고 한국 비하 발언을 한 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이 같은 미국의 태도는 주한 미대사관 외교전문(요약부분)이 밝힌 바, 그로부터 2년 후인 20085, 한국의 대통령의 형인 (상득)은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to the core) 친미·친일이라고 하였던 점에서 보듯, 우리 내부의 대미(對美) 인식관이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당시 토머스 시퍼의 발언은 한국으로서는 지난 60년간 정치군사외교경제 등 모든 면에서 미국에 행한 막대한 투자가 매몰비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미국 전체 무기판매액(2005~2009년간)14%를 수입하고 있다. 또한 무기 수입 금액만 보더라도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세계 제3위 경제국인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엄청난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사들여 오는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투자성격이나, 미국의 일본해 단독표기 지지발언은 한·미관계가 독도문제, 동해 표기 문제 등 대일 관계에서는 전혀 유효성을 획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잘 드러내 준다. 이는 일본 극우파의 독도 침구에 ·미동맹·일동맹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는 미국측의 입장을 확고히 예증한 것이자, 국제관계의 냉혹함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편 일본으로서는 이 사건은 오랜 시간 집요하게 공작한 외교적 결실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로 일본은 독도 침구에 있어 진일보한 결과를 얻은 셈이 되었다. 이 점에서 본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독도문제는 오랜 역사 기간 동안 한반도 내에서 궁극적으로 전란의 불씨를 끄지 않고 키워나간 일본의 오랜 침구 방식과 궤를 같이 하는 전형적인 왜구식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적 면에서 보자면, 1990년대 들어 일본의 군사적 약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1992년 유엔평화유지활동군(PKO) 명분으로 일본 자위대를 캄보디아에 파견(1992.9.)한데 이어, 1993년에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파병함으로써 일본이 말하는 해외 진출의 선례를 남겼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무력 사용을 금한 1946년의 일본평화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나카소네가 1970년 방위청 장관 시절, 레아드 미 국방 장관과의 회담에서 동북아시아의 우세 확보를 위해 ‘Sea of Japan(日本海)’‘Lake of Japan(日本湖)’로 하고 싶다고 한 망언은 잘 알려져 있다. 동해를 일본해로 기정사실화하며 일본 영해로 둔갑시켜 버리고 나아가 일본호()로 만들어 한반도에 대한 우위권을 다지겠다는 것이었다. 일본호에 독도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속내를 감춘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일본은 1997()·일 방위협력지침(뉴 가이드라인)19995주변사태법을 제정했고,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내각은 한반도 유사시 대량 난민이 도래하는 것에 대처한다는 구실로유사법제(有事法制)를 제정해 일본 주변지역에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더구나 최근 아베 내각은 일본 평화헌법을 개정하고자 불철주야 획책하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자 하는 외교적 성과도 얻어내고 있다.

 

현재 미국의 일본 경도성(傾倒性)은 우리로서는 한·(韓美) 공조가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표를 붙이게 만든다. 이유인즉, 일본의 재무장화는 한반도의 재전장화(再戰場化)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여주는 외적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일본에 의한 한반도 침략은 지속적인 반복성을 띠고 있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