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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아강춘 지금은 없어진 중국집이 내 추억엔 하나 있다. 아니, 가본 지 오래되어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금은 없어졌을 것이다. 벌써 삼십 년도 넘은 얘기니까. 내 고향에는 중국집이 하나 있었다. 알고 보면, 서너 개 더 있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이라는 중국집이 제일 컸고, 기억에 남는다. 고향에서 군청 다음으로 가는 가장 큰 기관인 농협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어린 내게 이 이상한 이름의 중국집은 우선 뜨물통과 미끌미끌한 돼지기름을 연상시킨다. 그 다음으론, 짜장면이다. 생각만 해도 목에 감기던 그 구수하고 들척지근한 맛.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아버지가 데려가서 짜장면 곱빼기를 사주시던 바로 그곳이다. 곱빼기라. 이 얼마나 흐뭇하고 푸짐한 얘기이냐? 지금 생각해도 호사스럽기 그지없다. 우리 집이 과 인연을.. 2009. 2. 2.
그 여름의 맨드라미 이태 전이었던가? 여름휴가를 이용해 시골에 갔다 왔다. 새해가 시작되고 나서 정신없이 지내다 가까스로 낸 휴가였다. 특별히 갈 데도 마땅치 않았고, 바캉스하면 으레 떠오르는 바가지 요금에, 12시간 이상 차를 몰아야 하는 고충까지 생각하니 바닷가는 아예 겁부터 났다. 게다가 눈을 밖으로 돌려 해외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몇 백 만원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고 빠듯한 살림에 애들을 둘씩이나 매달고 떠나는 그런 해외여행은 쉬운 게 아니었다. 마흔까지 살면서도 해외여행 하나 제대로 가지 못하는 남편으로서 가족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애들에게는 거창한 계획이 있는 양 시골 풍경을 그려대기 시작했다. 개울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노닐며, 반두로 물고기를 잡아 천렵을 하고, 들판에 뛰어 다니는 메뚜기를 잡고, 밤이면 .. 2009. 2. 2.
아름다운 사막여행 1. 사막은 언제나 고요함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떤 때, 사막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거대하다. 나는 움직이는 존재다. 바람은 내 속에서 운다. 나의 친구는 바람이다…….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막이 하는 말을 좀더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모래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쓸려 다니는 존재에 불과했겠지. 지금 너희들처럼 말이야……, 사막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2. "사막은 현명하지." "스스로 변화하고, 새로워지지." "그건 쉬워 보여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사막이 알고 있는 건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지!" 그러나 그것은 사막뿐만이 아니라, 사막을.. 2009. 2. 2.
남자가 나이든다는 것의 의미, 『남자, 마흔 이후』의 저자 전경일 마흔 살 먹은 남자의 뒷모습은 애잔하다. 저녁 무렵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서글픔과도 비슷한 감정이다. 술기운을 빌린 허세로 큰소리를 치긴 하지만 나이 먹어가는 아내, 점점 커가는 자식, 점점 주름살이 깊어지는 부모님, 불안한 고용 환경과 몇 억은 있어야 한다는 노후는 언제나 마흔 살 먹은 남자를 쪼그라들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40대 남자로 산다는 것 『마흔으로 산다는 것』, 『남자, 마흔 이후』를 쓰며 대한민국 40대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전경일 씨도 그렇게 나이 먹어 가는 사십 대의 남성이다. 전경일 씨가 다른 40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글을 쓴다는 것이다. 꾸준히 자기계발서와 경영서 분야의 책을 써온 그는 시로 정식 등단한 문인이기도 하다. “6시 50분쯤 일어나면 전쟁처럼 .. 2009.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