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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보기고

대한민국 혁신 나비가 하늘을 수놓는 날

by 전경일 2009. 2. 3.
 
“북경 나비의 날개 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이 영향은 증폭되어 시간이 흐른 후에는 미국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이 된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로 알려진 기상천외한 생각은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tz)라는 한 기상학자의 실수에서 발생했다. 그는 기상연구를 하던 중 소수점 이하가 무슨 영향을 줄까 싶어 이를 입력하지 않는 바람에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 같은 원리를 생각해 냈다. 실수는 대체로 교정의 대상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그의 이론은 전혀 다른 방향, 즉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며 오히려 여러 학문의 연구에 쓰이는 재료가 된다. 그 자체로 나비효과를 설명해 주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근속 십년차로 특별휴가를 얻어 북경에 다녀온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나비효과를 떠올리게 된 것은 그가 전한 최근의 북경의 변화상 때문일 것이다. 새로이 다리가 놓이고, 도로가 정비되는 등 북경시내 곳곳의 모든 시스템의 변화의 원인에는 올해 개최될 올림픽이 크게 작용할거라는 얘기였다. 개방화 이후, 서구 자본이 물밀듯 밀려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자본은 중국을 통채로 삼키는 트로이안 목마가 되어 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막강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중국경제의 위상은 여러 분야에서 드러난다. 중국은 지금까지는 성공했고, 미국은 실패 아니면 본전 정도라고나 할까?

 
북경나비가 일으키는 바람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세계화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걸 보면, 나비효과의 힘은 입증되고 남는다. 작은 파문이 일으키는 거대한 푹풍, 거기서 혁신리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도 이 같은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올림픽은 도약의 계기가 되었고,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는 전 국민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같은 신명은 우리를 하나로 묶고, 혼연일체가 되게 했다. 나는 그때 서울 시청 앞의 붉은 악마들을 보며, 뉴욕까지 전해질 나비효과의 초기 미풍을 본 것은 아니었을까?

그 후 한류는 한국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어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뻗어나갔고, 우리의 자부심이 됐다.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가, 한국의 젊은 가수들이, 한국 온라인 게임들이 진출하며 명실상부한 도약의 전기가 됐다. 이런 뜨거운 열정의 시대를 만들어간 주역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직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자신이 자라온 자유롭고 진취적인 문화 모양 그대로 삶에 투영되었다. 그 세대를 Y세대라 부르며 그들이 지닌 과거 세대와는  전혀 다른 놀라운 개성에 우려와 기대를 보냈던 많은 기성세대들, 직장 상사들은 이제 그들이 새로운 혁신 문화를 만들어 내는 주역임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전 세대에게서는 감히 찾아 볼 수 없는 국제적 감각과 당찬 도전정신, 강력한 스킬과 문화적 감각이 빚어낼 결과였다.

오늘날 기업들은 남다른 혁신 인재를 찾기에 목말라하고 있다. 과거처럼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력을 찾던 시대는 가고, 우리가 앞서는 분야에서는 누구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창조를 해야 지속적으로 리딩해 나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반영한 결과이다. 그것은 기업경영에서 바라보았을 때 직원들을 보는 시각을 바꾸어 놓았고, 그 세대에 맞는 정서가 주요 흐름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런 나비 효과는 유독 경쟁이 사활을 결정짓는 기업 일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비상해야만 살아남는 경쟁 환경은 예전과는 다른 질적 성장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같은 종에서 엇비슷한 과실을 채취하던 오래된 방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나무에서 각기 다른 과실을 요구하는 고객의 취향 변화에 영향 받은 바이기도 하다. 혁신 리더들은 가까이에 있다.

3G로의 진화를 꿈꾼 KTF는 'SHOW'라는 전국민 브랜드를 만들어 내며, 새로운 이동통신의 세계를 열어 보이고 있다. 나아가 와이브로는 우리의 기술이 국제 표준이 되는 쾌거를 이루어 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처음에는 감지조차 되지 않은 나비의 작은 날개짓에 불과했지만, 이제 그 작은 날개짓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새로운 국면을 열어젖히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삼성은 창조경영을 화두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상을 구현하고 이를 전파하고 있으며, 각 기업들은 젊은 혁신 리더들에게 미래가 있다는 원칙을 재천명하고 있다. 인재상을 과거처럼 어느 한 분야의 전공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크로스 오버형 인재를 찾는데서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제는 기업 경영도 분과형(分科形) 지식이 아닌, 통합형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직원 교육은 평범성을 비범함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각별히 관심을 끌고 있고, 직원들의 관심은 차별화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변화보다 더 빠른 변화를 우리가 내부로부터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나는 보통 직원을 남다른 인재로 발전시키고자 할 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일지 질문을 받은 적 있다. 보통이라는 통념을 깨고, 그들 내부에 잠재되어 있을, 기존의 교육으로는 그 속내까지 다 파헤쳐 보지 못한 탁월성의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비범성의 요소가 무엇일거라고 생각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상대는 머뭇거렸다. 평범과 비범은 과정상의 문제라는 전제하에 그와 같은 통념을 깨지 못한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보통의 직원들에 대한 시각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나는 설명해 주었다. 아인슈타인은 학교에서도 중위권 성적 밖에 머물지 못했고, 가까스로 들어간 대학에서도 평범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는 열두살 때 수학의 기하를 접하게 되면서 서서히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그를 단순히 보편적 능력에서 바라보았다면, 인류의 위대한 진전을 이끌어 낼 비범성의 요소를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요는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이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직원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기업이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조직에 대한 강한 로열티, 묵묵히 일하는 성실한 모습, 회사의 문화를 진작시키는 그들의 작은 문화들이 쌓여 기업의 숨은 힘, 지속가능한 경영의 힘인 저력을 일구어낸다. 사람을 보는 단견을 버리면, 우리는 보통의 직원들, 사물들, 일상적 업무들에서도 귀중한 자원을 얼마든지 찾아 낼 수 있다.

중국을 움직이는 힘은 지도자들의 리더십도 한몫하겠지만, 16억 인구들이 주역이다. 그들은 중국 곳곳에서 생산현장을 담당하고, 노동력을 제공하며, 번영을 위한 혁신에의 노력을 기울인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인이 만들어 내는 한바탕 놀이마당인 셈이다. 그것은 개방 개혁 이후 찾아온 중국력(中國力)의 원천이며, 보통이 이루어 내는 탁월성의 성과인 것이다. 북경을 다녀온 동료는 아마 활어(活魚)처럼 펄떡 뛰는 중국을 보며 그것을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대다수 평범한 직원들에게서 나온다. 혁신 기업에는 하나같이 그 중심에 수많은 나비들이 있다. 공학자들에 따르면, 나비는 신체 공학적으로 볼 때 원래 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비를 날게 하는 것은 날고자 하는 의지, 즉 도전에의 몸부림이다. 하늘 가득 날겠다는 나비의 비전은 가만히 꽃에 앉아 있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함으로써 하늘을 날고, 마침내 수만 마리가 떼지어 창공에 수를 놓는다. 그들을 날게 하는 리더십의 원천에는 기대와 희망, 도전과 성취의 의지가 가득하다.

오늘날 우리는 리더십의 홍수 속에 살며 오히려 리더십의 부재를 탓한다. 그러나 나비들이 날수 있도록 지지하고, 후원하는 리더십은 눈을 크게 뜨면 어디서건 찾을 수 있다. 조직내 수많은 나비들이 하나같이 도약에의 비전을 갖고 날아오르려고 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 같은 리더십만 있다면, 대한민국 나비도 날아서 뉴욕에 태풍을 몰고 오는 허리케인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치 한류가 수출되며 오히려 그 주체인 우리를 놀라게 했듯이 말이다. 움직이지 않고는 어떠한 성취도 이뤄낼 수 없다. 나비효과의 본질이 바로 이것이다. 더구나 혼자만 횃대짓 해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고, 함께 비상하는 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면 국가나 기업은 비상에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늘날 우리 기업에는 과거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사라지고, 모두를 흔들어 깨우는 나비리더십 (butterfly leadership)이 요구되고 있다. 혼자만 부지런히 하는 날개짓이 아니라, 하늘을 가득 채운 나비떼가 되어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새로운 도전을 함께 하며, 꿈을 나누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을 하는 주체는 경영자뿐만 아니라, 보통의 대다수 직원들이다. 그들이 꽃에만 머문다면, 우리는 어떠한 탄성도 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함께하고 움직여 줄 때 진정한 변화는 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의 약한 날개에 어떤 희망과 격려의 메세지를 불어 넣어야 할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할 때 그들은 스스로 ‘나는 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하늘로 박차고 오르게 될까? 여기에 우리가 가진 기존의 평범성을 뛰어 넘어 인간에 대한 이해, 멋진 상상력, 따뜻한 관심이 어우러져야 하는 한바탕 대동놀이로서 직장이 놓여 있는 것이다. 직장은 도약의 발판이다. 보통의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성장판이다. 그들이 혹독한 경영전선에서 성장통을 호소할 때면, 부등켜 안고 위로하고, 격려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용-피고용 관계가 아닌, 함께 하는 동반자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럴 때 나비는 제 스스로 몸속에 감추어 두었던 날개를 펴보이며, 도약에의 여정에 나서는 것이다.

올해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면, 그들은 붕붕 날듯 그들 나름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겠지만, 대한민국 직장에서는 봄을 깨우는 나비들이 이 봄, 누구보다도 먼저 하늘로 솟아오른다. 그러기에 중국이 부러울 리 없다. 먼저 깨어난 나비는 누구보다도 빠르고 멀리 저 창공의 높음과 드넓음을 보고 가슴에 품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평범한 나비들이 훨훨 날아 태풍을 일으킬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
ⓒ전경일, 능률협회, <혁신리더>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