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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이끌림의 인문학

날씨를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

by 전경일 2016. 1. 20.

날씨를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

 

날씨를 잡는 자가 천하를 잡는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게 증폭된 곳은 기상청보다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라 일컬어지는 미국 월가(). 기후기상은 선물(先物) 같은 금융상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월가의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버클레이 캐피탈 등 대형 투자사들은 기상전문가를 채용해 날씨관련 상품을 이미 만들어 냈다. 이 파생 상품은 1999년 미국 시카코 상품거래소에서 처음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이래 10개 도시의 기온지수에 대한 선물옵션이 상장되었고, 곧이어 유럽과 일본 등지로 확대되어 현재는 시장규모가 근 32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파생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의 위험을 관리해 주는 회사도 생겨날 만큼 이 시장은 지난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월가가 일기예보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씨야말로 글로벌 경제를 지배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월가의 눈으로 보는 날씨는 우리가 보는 것과 달리 예보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수 조 달러에 달하는 소비자 상품 시장의 향방이 날씨와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곡물 생산량과 풍흉 상태, 혹은 전력 수요예측 등은 날씨와 밀접히 관련 있다. 또 기상에 따라 미국 플로리다 산() 오렌지가 흉작이 되거나, 아이오아 산 옥수수가 평년작 수준을 밑돌지 미리 내다 볼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목화 작황이 어떨지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물론 과테말라의 바나나 수확 상태로 미국 도심에 있는 레스토랑의 식자재 가격의 변동폭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내일의 날씨를 정확히 안다면 선물 시장에서 수많은 투자자들보다 훨씬 큰 이익을 낼 수도 있다. 심지어 해당국의 정치경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자신의 원하는 정권을 현지에 다른 루트를 통해 개입하게 할 수도 있다. 미국 금융권은 그렇게 오랫동안 중동,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국내 정치에 간여해 왔다.

 

날씨 상품은 2010년까지는 월가의 마지막 수익원으로 여겨졌고, 그 기대는 근 15년 동안 충족되어 왔다. 처음엔 강우량과 기온도 파생 상품이었으나 차차 적설량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최초의 사업은 적설량의 많고 적음을 두고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를 매칭시켜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2010년 미국에서는 예상에 못 미친 적설량과 예년과 다른 따뜻한 겨울 기온으로 날씨 상품을 만들어 낸 은행, 금융브로커, 보험회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별 재미를 못 보면서 시들해졌다. 날씨 파생 상품에 손댄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자 월가는 상품을 바꿔 눈 보험의 경우 폭설시 예전처럼 몇 인치가 내리면 보상을 한다는 식에서 다양한 조건을 결합시키는 쪽으로 바꿨다.

 

이 시장에 미국만이 독주하고 있진 않다. 영국의 기상정보 시장도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급성장해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되었다. 날씨 보험은 미리 정해진 강수 구간별로 해당 강우 현상이 발생할 경우, 미리 약정한 금액을 환불해 주는 식이다. 또 강풍, 안개, 낮은 구름, 폭설, 악천후 등으로 각종 옥외행사에서 손해를 입게 될 때에는 손해액에 해당하는 만큼 환불해 주는 보험도 있다. 요즘에는 소비자 행태와 연계해 여타 상품 구매와 연동하는 서비스까지 개발 중이다.

날씨 관련 금융 상품의 등장은 지구 온난화와 그에 따른 대형 기상이변이 주요인이다. 세계적으로는 대형 기상이변 발생 빈도도 계속 늘고 있다. 1980년대에 연평균 12.7회 발생하던 대형기상 이변은 2010년대에는 24.5회로 거의 2배가량 증가했다. 세계적인 독일의 재보험 회사 뮌헨레 그룹 조사에 의하면, 1950년부터 2008년까지의 대규모 자연재해는 1950년대에 449억 달러 수준이던 것이 해마다 증가해 1960년대에는 805억 달러, 1970년대에는 1476억 달러, 1980년대에는 2280억 달러로 증가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는 그 피해액이 1950년대에 비교해 무려 약 16배인 7천여억 달러로 증가됐다. 지구온난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하면 지구상 생물종의 약 20~30퍼센트가 멸종한다. 저위도 지역은 직격탄을 맞아 작물 수확량은 감소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아가 발생하며, 온갖 사회적정치적 불안요인이 겹쳐진다. 만약 지구 기온을 4도 높이면 어떻게 될까? 세계 인구의 20퍼센트가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린다

 

이 같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당연히 온실가스다. 1980년대에만 굴뚝과 연소기관으로부터 연간 16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 이 수치는 계속 늘어 나 2030년경에는 4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메탄가스, 일산화질소가스, 염화불화탄소 같은 활성 화학물질이 상시적으로 누출돼 대기 오염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물질들은 대기 속 농도를 높여 우주공간에 방산되어야 할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지구 표면을 뒤덮으면서 평균 지표 온도를 약 4~7도 정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극지의 빙관이나 부빙원(浮氷原)은 급격히 녹고 있다. 해수면도 놀라운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몇 만 년 만의 안정 상태가 깨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지구에서는 최악의 상황인 극지방의 빙하가 다 녹아 버리게 된다. 그야말로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도 지구온난화의 예외 지역은 아니다.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1.5도나 올라갔다. 이는 지구 평균 상승치의 2배나 된다. 제주도의 해수면은 최근 40년간 세계 평균의 3배에 이르는 연평균 5.5밀리미터나 상승했다. 경제적 타격도 심각해 기온이 4도 올라가면 GDP5.6퍼센트가 손실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기후변화는 나비효과마저 불러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우기인 6~9월 강우량이 크게 줄면 이로 인해 전력 소비량 증가로 정전 사태가 발생하고, 이는 인도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의 원인이 된다. 우리의 경우엔 어떨까? 비가 안 오면 에너지 가격은 상승하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논의를 부채질해 공기업의 비효율성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때면 알짜배기 공기업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세력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민영화를 부르짖는다. 그 결과 노조원들은 민영화 반대 파업을 벌이고, 그 여파로 경제가 일정 부문에서 영향을 받으면 수익성 저하를 핑계로 기업들은 고용 불안정을 호소하며 차기년도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구조 조정을 선언하고 해직자를 양산해 내고, 그 결과 청년 실업은 더욱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게 된다. 철도, 공항 운영 등 모든 면에서 특정 집단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철 지난 민영화 구호를 여전히 외쳐대고 있는 건 이런 엄청난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날씨를 빌미삼아 월가와 다른 방식으로 국가 기간산업을 통째로 삼키려는 음모를 획책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상이변은 국내외 경제 패러다임까지 바꿔놓게 된다.

 

기상은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날씨는 전력이나 가스 구매 등 생필품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항공운수부문은 운항 패턴의 최적화를 결정하는데 주요인이 된다. 관광레저부문은 창 밖의 날씨에 가장 영향을 받는 분야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미세 황사가 몰려오면 반도체 산업은 생산 공정상 불량률이 늘게 되어 청정 환경 유지를 위한 시설투자나 비용 투여로 결국 생산비가 증가되는 영향을 받는다. 건설업도 날씨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배관망 현장에 적용하거나, 시공 시 외벽 공사 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도로관리공단에서는 동계 적설량을 예측해 추가 제설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대응은 어디까지나 예측에 근거한 것이다

 

세계적 기상센터인 미국립기상연구소(NCAR, 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에 의하면, 기상변화는 세계 경제의 80퍼센트에 직·간접 영향을 미친다. 일상적 날씨만으로도 미국경제는 약 4850억 달러에 달하는 영향을 받는다. 기후에 민감한 분야가 GDP에 미치는 영향도 대략 40퍼센트에 달한다. 매년 기상재해 피해액이 약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2조원에 이른다. 우리의 경우엔 냉해, 여름철 폭염, 폭설 등으로 기상재해 손실액이 지난 7년간(2000~2007) 합산 19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90년대보다 3배나 증가한 수치다. 당연히 날씨는 소비자 물가 상승 요인의 주범이 되고 국민경제에 부담이 된다.

 

기상이변에 대한 대책은 어제 오늘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1980년대부터 전 지구적으로 인간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기 위해 이른바 웅장한 계획이란 걸 기획하기도 했다. 이 계획은 돌이켜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공상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미국 국립대기조사 센터의 필립 톰슨과 과학칼럼리스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소개하는 그 무렵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몇 가지 계획이란 걸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북극의 얼음을 탄소로 까맣게 칠하면 반사로 인한 태양에너지 상실이 적어져서 북쪽의 황무지는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넓은 지역에 걸쳐 해양의 표면을 헥사데카놀 같은 화학약품으로 덮어 증발을 적게 만들면 그것이 물을 봉쇄해 증발을 적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떤 지방의 비를 적게 하고 열대의 폭풍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북극양 수면 밑에 10개의 깨끗한’ 10메가톤의 수소폭탄을 폭발시켜 북극의 상공에 두께 8킬로미터의 얼음 결정으로 된 구름을 만들면 폭발에서 생긴 증기운이 대기 속으로 올라가 물방울이 되어 응결함으로써 그 결과 얼음의 결정운은 적외선이 우주로 날아가는 것을 막고 대기에 열을 가해 대기 대순환에 변화를 주어 전 세계의 기후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88킬로미터의 베링 해협에 댐을 만들어 차가운 북극양의 물이 태평양에 들어가게 하면 대서양의 따뜻한 물이 차가운 물과 대체되어 북극지방의 기상을 1년 내내 좋게 만들 것이다.

 

이런 거창한 계획 말고도 좀 더 소규모적으로 기상을 바꾸는 계획도 세워졌다. 그 중 하나가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폭파시켜 골짜기를 만들고 습기 찬 태평양 공기를 자유로이 통과시켜 불모의 네바다 사막에 꽃을 피우게 한다는 것이다. 또 남()캘리포니아 해안 난바다의 30미터 깊이 수중에 세로 160킬로미터, 가로 320킬로미터 폴리에틸렌 판자를 가라앉혀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를 없앤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계획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는 더 자세히 다룰 필요도 없겠다. 북극에서부터 북위 65도로 뻗은 지역 위에 탄소를 0.1밀리미터의 두께로 까는 작업에는 약 14억 톤의 탄소진이 필요하고, 수송기로 9톤씩 운반한다면 그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만 15000만 번이나 비행해야 한다. 효과나 경제성 모두 의문시 된다. 특히 베링 해협에 댐을 만들려는 아이디어는 1959년에 소련의 어떤 기술자가 제안한 것인데, 북극 지방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당장 소련의 강우가 줄어들어 경제를 파괴하게 될 거라는 주장과 대규모 겨울 폭풍으로 새로운 빙하가 생겨나 빙하시대에 직면하게 된다는 엇갈린 주장이 맞서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를 변경시키려는 시도는 여러 면에서 상상되었으나, 어쩌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후 변경은 쉽지 않지만, 일기예보를 통해 이상 기후의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인간의 영역은 여기까지다.

 

기상 이변은 국제적으로 심각한 문제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건너야할 두터운 장애물이 놓여 있다. 기후 변화는 한번 발생하고 나면 되돌기 어려운 불가역적 특성을 지닌다. 지구상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친다. 불확실성과 함께 공공재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주인이 없기에 누구도 관리에 소홀해 쉽게 소진되고 망가진다는 이론.)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를 조정할 전 지구적 단일 정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의 효익을 누리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을 자임해 왔으나, 이제는 그 책임을 신흥국들에게 덮어 씌워 이산화탄소 배출권 제약 등 성장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라는 국제 정치의 본질을 그대로 투영해 내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은 대홍수가 나면 방주에 태우게 될 동물 표본을 정리해 놓고 있다. 여기엔 2280종의 동물 카테고리가 포함되어 있다. 별로 유쾌할 것 없는 점은 나나 당신의 이름이 이 장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극히 명확하다. 지구를 구하는 일에 뛰어드는 것이다. 날씨를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자들도 있고,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이 행성을 무참히 더럽히는 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작은 노력은 1980년대식 웅장한 계획보다 훨씬 낫고, 90년대 이후 흥행에 성공한 월가의 기후 상품보다도 더 낫다. 더럽히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자들과 국가가 있는데 왜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묻지는 말아 주시라. 우리에겐 너무나 뚜렷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이유가 있다. 어떤 자들은 흐린 날씨에 더 관심이 많을 테지만, 우리는 대부분 지구인들처럼 갠 날씨를 훨씬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태양이 뜨고, 초목이 푸른 걸 환영해야 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