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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보기고101

코로나 시대, 국경 없는 질병과 오이쿠메네를 생각하며 20세기 문명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국경을 초월한 '오이쿠메네(oikoumene; ‘인간세상 전체’를 통칭하는 그리스어)'를 만들어 냈다. 이 유산은 고스란히 21세기로 넘어오면서 기술발전과 인류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가속화 했다. 이 쌍두마차야말로 본질적으로 세계화의 양대 축이었다. 자유로운 왕래와 교역이 불러온 환경에서 번영하고 약진하는 인류의 한 차원을 그간 우리는 마음껏 구가해 왔다. 이 활력은 일찍이 어떤 인간이 누린 경험치보다도 빨랐고, 멀리 나갔다. 시간과 거리상 유래 없는 혁신이 벌어진 것이다. 이 멋진 신세계가 선사하는 풍요로움에 매료된 인류는 이 좁혀진 환경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부의 증대 기회로 삼으며 21세기의 첫 20년을 보냈다. 그러나 좁혀진 세계에 함께 초대된 뜻밖의.. 2020. 4. 3.
전함 디어로지호와 코로나 사태에서 배우는 짧지만 강한 교훈 1943년 전함 디어로지호(號)가 독일 잠수함의 어뢰를 맞았다. 파도는 거칠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오는 가운데 선원들은 부상을 입은 채 사해에서 가라앉을 듯 위태로운 작은 고무보트에 타고 있었다. 짧은 토론을 거친 끝에 그들은 이렇게 행동했다. “힘센 사람들이 배에 남아 물을 퍼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교대로 뱃전에 매달리자!” 이런 협력의 결과 어떻게 됐을까? 결국 모든 선원들이 구조됐다. 처음에 선원들은 “전체가 죽지 않으려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짜낼 수 있는 모든 슬기와 모험을 통해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아무도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을 굳건히 지킨 것이다. 희생보다 전원구조를 먼저 생각한 이 발상은 놀라운 결과를 빚어낸다. 모두가 구조된 것이다. .. 2020. 3. 24.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한국 사회 ‘위험 표면화의 법칙’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한국 사회 시스템 및 우리의 일상생활 등 모든 분야가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 각종 질병, 재해, 사고 등은 왜 사전 예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의 지적처럼 현대사회는 ‘위험 사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과거에는 이 같은 역병이 돌지 않았는가? 에만도 ‘역병(疫病)’에 대한 기록은 728건에 달한다. ‘전염병’으로 검색해도 무려 1,052건이 나올 정도다. 년평균 각각 1.37회, 2회 정도 발생했다는 얘기다. 시대와 불문해 역병이 발생함으로 불구하고 오늘날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현대 의학, 경보 체계 등 예방 가능한 상당한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진화를 놓치고 확산된다는 점이다. 무엇이.. 2020. 3. 11.
명절 때 남편이 할 일_동아일보 오랫만에 지인을 만나 내가 예전에 쓴 기사 이야기를 했다. 명절 시즌이니 한번 생각해 보자는 뜻에서 올린다. 예전에 동알일보에 실린 기사다. 명절 때 남편이 할 일_동아일보 흠... 또 돌아왔군. 달력을 펴든 여자들이 한숨을 내려놓는 순간, 남자들은 왠지 모르게 비겁해지고 만다. 이럴 때 눈치 빠른 남편이라면, 더부살이하듯 아내 눈치를 살피며 요령껏 위기 순간을 넘길 필요가 있다. 게다가 푸념 뒤에 이어질 말이라곤 짐작컨대, '여자들 일'로 차례 준비를 치러온 그간의 고충이 불만으로 터져 나올게 분명하다. 명절 때나마 푹 쉬고 재충전하면 좋으련만, 전쟁 치르듯 보내야 하니, 게다가 남자들이란 도와준다고 해봐야 장보러 마트에 가주는 게 다고 생색만 낼 뿐이지 전 하나를 야물딱지게 붙이기라도 하나... 기껏.. 2018. 9. 21.
낡음을 깨뜨려 도약의 씨앗을 꺼내라. 낡음을 깨뜨려 도약의 씨앗을 꺼내라. 기업은 창업 이후 성장, 성숙, 재구축이라는 일련의 과정에 놓여 있다. 또한 특정 사업은 성숙 이후 재구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장과 추락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포춘》50대 기업의 95%가 정체를 경험하였고, 성장과 정체를 반복하면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람의 몸이 크려면 성장 통을 피할 수 없듯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은 항시 선택의 딜레마에 놓인다. 본업을 강화할 것인가, 신규 사업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 것인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런 선택지에 따라 위로 치고 올라갈지, 추락될지 결정된다. 만약 기업이 인식의 덫에 갇혀 기존 사업방식만 고수하거나, 이전 수익 방식에나 집착한다면 새로운 기회는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혁신기업은 기존의 .. 2018. 6. 6.
일과 휴가는 가장 유능한 생산 놀이 일과 휴가는 가장 유능한 생산 놀이 한나 아렌트 여사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 노동에 대한 생각은 노동을 놀이의 반대 개념으로 규정한다. 그 결과 모든 진지한 활동은 성과에 상관없이 노동이라 불리어진다.” 일과 놀이가 분리되기 전 일은 즐거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잉여 생산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노동을 생계를 위한 위치로 레벨다운 시켜 버렸다. 그러다보니 일 속에서 놀이를 찾기보다 일이 끝나면 놀이를 찾는 식이 되어 버렸다. 많은 경우 기업에서 하는 업무라는 게 이처럼 즐거움, 재미가 결부된 놀이와 멀어짐으로써 일에 대한 동기 부여는 즐겁고 신나는 일로써 업무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과 놀이가 적절하게 결합.. 2017.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