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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일430

자신을 좀 더 투명하게 보아라 어렸을 때 마을에 엿장수가 나타나면 병을 들고 간 적 있다. 어느 날 나는 기름병을 들고 갔었다. 그 때 엿장수는 내게 단호하게 “기름병은 안돼!”라고 말했다. 기름병은 왜 안 되는 거지? 그 이유를 나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름 찌꺼기를 분리해 내는 데 별도의 비용과 손질이 필요하고, 그 기름때가 다른 병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그 후 나는 기름병을 들고 엿장수한테 가지 않았다. 그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는 ‘엿장수 마음대로’ “기름병은 안돼!”라고 말하며 거절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부시 맨은 앞을 보는 병을 원한다 그때 내가 들고 간 기름병은 설사 아프리카 초원에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어느 부시 맨도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 걸로는 앞을 볼 수도 없었을 테니까... 2010. 8. 27.
LG와 GS 그룹의 동업사(출간예정) LG와 GS 그룹의 동업사가 출간예정입니다. 그 서문을 소개해 드립니다. 창업ㆍ수성보다 더 큰 동업 정신 기업을 일으키는 것을 '창업(創業)'이라 한다. 그런데 이 말은 국가 개국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그것을 차용해 '기업 창업'에 빗대어 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만큼 기업을 세우는 일은 국가를 세우는 일처럼 어렵고 중대하다는 뜻이겠다. 또한 창업은 혼신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뜻일 테고, 목숨을 걸고 절실히 임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겠다. 그래서 창(創)자는 옆에 항시 긴 칼을 휘둘러 차고 있다. 풀 수 없는 매듭을 일도양단하듯 끊어내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할 테고, 서릿발 같이 냉철한 판단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과 실행 면에서 자신의 목표와 사명감.. 2010. 8. 17.
소에 고삐를 묶다 vs. 소, 고삐에서 풀리다 명(明)으로 봐서 이제 누르하치는 완전히 고삐 풀린 소의 모습이었다. 한족이 역사적으로 항시 우려한 게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변방에서 일어나는 이민족의 도전을 막고자 한족은 오래전부터 ‘위(衛)’라는 군사단위를 설치한다. 나아가 지방의 부족장을 통해 이민족의 각 부족들을 통제하는 간접 지배 방식을 취했다. 당연히 이 부족장들은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사람들로 채워졌으며, 지위를 세습시킴으로써 한족은 그들로부터 지속적인 충성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중국은 이 같은 소고삐 정책을 통해 변방을 중국의 행정체계에 편입시키려 했고, 이민족에 의한 이민족의 지배라는 이이제이 방식으로 친중 사대정권을 수립했던 것이다. 이는 현재에 와서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는 한족의 대(對)변방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몽고.. 2010. 7. 27.
제물에서 주역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다 누르하치 성공 배경에는 항시 요동이 자리 잡고 있다. 요동은 여진족에게는 남만주(南滿洲) 지역에 해당된다. 요동에 대한 지배는 풍부한 곡창 지대에 대한 경략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안정적인 식량 공급원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동은 여진족과 명의 접경지대로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배워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최고의 전략거점이었다. 나아가 요동은 해상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했다. 뱃길로는 가장 짧은 거리로 중국에 가 닿을 수 있었다. 만리장성이 끝나는 바닷가와 맞닿은 철의 요새가 바로 산해관이었고, 그 관문을 통과하면 눈앞에 북경이 닿을 것 같았다. 누르하치가 요동을 눈여겨 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적과 대립하는 접점 가까이 군사들을 배치할 수 있는 이 같은 교두보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조건이었.. 2010. 7. 27.
적에게서 배워라 그렇다면 청이 건국되는 1600년대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가? 유럽에서는 신대륙이 발견되었고, 세계사적 흐름은 전지구적 현상이었다. 청조는 근대 중국을 잇는 가장 가까운 왕조로 출범해, 몽골의 원(元)을 빼고는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민족과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해 현대 중국에 넘겨준 왕조이다. 그 무렵에 중국에서는 소수 민족인 여진족이 오랜 기간 한족을 지배하고 유지하는 경이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여진족의 성공 이유에 대해 에드윈 O. 라이샤워와 존 K.페어뱅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1)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 (2) 유리한 시기의 도래 (3) 제부족의 통일 (4) 공통되는 민족명의 부여 (5) 공략에 대한 동기부여 (6) 자손까지 이어진 대업 완수와 후손에 의한 중국.. 2010. 7. 27.
[세조] 대를 이은 업을 어찌할꼬 권력에 어찌 나눔이 있을 쏜가. 나이 어린 조카가 어찌 나라를 경영할 수 있겠는가? 자칫하다간 조상들의 창업이 한낱 물거품이 되어 버릴 수 있는 것, 내가 나서서라도 창업가의 지분을 지켜야지. 허나 이를 두고 나의 권력욕 때문이라고만 한다면, 이 또한 명분 없는 처사일터... 헌데 측근들은 왜 한사코 나를 두둔하며 권력 잡기를 종용하고 있는가? 나를 위해서인가? 저들의 권력욕을 드러내고 싶어서인가? 어차피 피를 보지 않으면 권력과는 멀어지는 법, 그럴 땐 내가 정적의 칼끝에 겨누어 지는 것. 그러니 선제공격이 최선의 방어일 터. 어린 조카를 밀어내고 왕좌를 꿰찬 세조. 그는 어떤 경위와, 어떤 목적을 가진 왕이었을까? 조카의 뒤를 돌보며 왕실 측근으로써, 종실 어른으로 부왕의 형제인 양령이 그리 했고, .. 2010.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