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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일428

미켈란젤로의 혼을 다한 몰입 미켈란젤로는 많은 걸작들을 탄생시켰지만, 그중에서도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프레스코화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투지와 집념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작품이다. 이 천장화는 교황 율리우스 2세가 1508년에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 재건축의 일환으로 미켈란젤로에게 주문한 것이다. 자신을 조각가로 생각한 미켈란젤로는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를 맡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지만, 4년의 기간 동안 그는 이 작품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교황은 중요한 행사와 미사가 수시로 열리는 곳이니만큼 장기간의 작업은 원치 않았다. 게다가 교황이 돈을 제때 지불하지 않아 보수를 받지 못한 조수들이 모두 피렌체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전투를 벌이느라 항상 로마를 떠나 있었던 교황은 만날 길이 없었고, 미켈란젤로는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 2023. 5. 16.
사페라 베데아레(Saper vedere) 찬양 사페라 베데아레(Saper vedere) 찬양 ‘보는 방법을 아는 것(saper vedere)’이란 말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 말로 그 뜻은 미학과 예술 용어로 작품을 감상하는 심미안을 갖춘 것을 말한다. 즉 다빈치에게 한계란 현존하지 않는 것, 즉 예측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시도할 때 보이고, 그럴 때 답답하게 짓눌러 왔던 문제가 극복된다. 숨어 있는 가치, 만져지지 않는 가치를 아는데서 비롯된다. 사물이나 문제가 간단할 때에는 ‘보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복잡성을 띨수록 제대로 이해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평면적 시각이 아닌 입체적 시각으로 사물과 세상을 볼 수 있는 남다른 통찰력이 요구된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가변적 세계의 최대 특징은 아마도 ‘복잡계(複雜系, com.. 2023. 5. 7.
‘아침 글자(morning letter)’를 아시나요? “이 글자는 비록 28자 뿐일지라도 전환이 무궁무진하고, 간단하지만 요체는 다 들어 있고, 정밀하여 모두 통한다. 그러므로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이 끝나기 전에 다 깨칠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다 깨칠 수 있다.” 오늘날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은 이처럼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의 장점을 들어 ‘아침 글자(morning letter)’라고 부른다. 이 글자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 졌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선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잠깐 접한 ⟨훈민정음(訓民正音)⟩ 서문을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가 이를 어여삐 여겨 새로.. 2023. 5. 1.
'디지데믹경제'의 허들을 넘는 법 2023. 2. 6.
이순신, 전함 시대를 열다 ⟪세종실록⟫을 보면 “이제부터 검선(劒船)에 한자 가량 되는 창검을 만들어 선측에 한 줄로 꽂아 적들이 무기를 가지고 배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정비할 것이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세종 시기 검선 장착의 지식이 훗날 이순신에게 계승된 것이다. ⟪선조실록⟫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이순신의 부하로서 전선 건조를 지도하던 나대용이란 사람이 지난날 전선 25척을 건조할 때 창선(槍船)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구조 원리상 판옥선도 아니고 거북선도 아니었으며 칼창을 배에 꽂은 배였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일본은 거북선에 대해 어떻게 기록했을까?⟪정한위략(征韓偉略)⟫에서는 “적선 중에는 온통 철로 장비한 배가 있어 우리 포로써는 상하게 할 수 없었다”며 거북선의 전술우위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구조적.. 2021. 8. 24.
망원과 현미의 세계, 가깝고 먼 것을 구분하라 가깝고 먼 것을 구분할 줄 알면 경영의 산 절반을 넘은 것이다. 산을 오를 때 종종 착시에 빠지곤 한다. ‘저 정도 높이는 한 시간이면 충분할 거야’라고 생각했던 거리도 막상 오르고 나면 두세 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거리감각도 부정확하다. 기껏해야 500미터 전방에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멀리 있다. 오르막에서 내리막을 바라보는 거리도 다르고, 목표지점에 강이나 계곡이 놓여 있을 때도 다르다. 상황에 따라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기 쉽지 않다. 날씨도 영향을 미친다. 안개가 끼거나 흐리거나 맑은 날씨거나에 따라 시각만으로 거리를 측정하면 많은 편차가 있다. 또한 해가 뜰 때와 해질 무렵이 다르고 등산자의 몸의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때로 자기 눈을 의심한다. 보이는 .. 2021.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