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005

벌초를 하고 가을 들판을 노닐다 오다 올해는 윤달이라 대부분 벌초가 늦는 모양이더군요. 강원도 선산을 찾아 벌초 하고 올라오는 길에 막국수 먹고 가을 들판을 우두커니 바라다 보았습니다. 세상은 놀라고, 가슴 아프고, 구김살 있기도 하지만, 계절은 변함없이 가을을 맞이하고, 추수의 계절을 놓치지 않습니다. 농심은 예전같지 않아 참새떼가 벼이삭에 달라 붙어도 쫓는 이 하나 없고, 노인들 뿐인 시골엔 새쫓을 힘도 없는 모양입니다. 일년에 한 두번 만나 선산을 찾고, 밥 한 끼 나누고 나면 다들 뿔뿔히 도심으로, 저 사는 곳으로 흩어지는 게 요즘의 삶이지요. 무겁게 익어가는 벼이삭과, 식당 평상에 널어 놓은 붉은고추와 썪어 놓는 호박은 햇빛에 그을러져 겨울 반찬이 되어 가는 것이겠죠. 시골 가을은 그렇게 누엿누엿 저물어 갑니다. 서울로 가는 길에 .. 2009. 9. 13.
사무실 온도가 너무 올라갑니까? (전경일의 파워 직딩) 출처: 메트로 서울 09.09.10(목) 연재 2009. 9. 12.
세계는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고, 이 변화는 내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고, 이 변화는 내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선물해 준 책을 흥미롭게 탐독했습니다. 로렌스 곤잘레스가 쓴 『생존(deep survival)』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생존과 모험의 작가는 이 책에서 1830년 9월 15일 매국 리버풀 앤드 멘체스터 철도 개통식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날 월리엄 허스키슨이라는 리버불 시의 의원이 다가오는 철도에 치여 목숨을 잃었는데, 사고 는 뜻밖에도 그가 기차의 속도를 가늠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기차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고, 마차의 속도만 알아 온 그는 기차의 속도와 거리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에 기차가 달려오는 데에도 철길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 2009. 9. 7.
아프리카 누크의 딜레마 (전경일의 파워 직딩) 출처: 메트로 서울 09.09.03(목) 연재 2009. 9. 4.
회사에서 하루에도 수 백 번 듣는 단어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습니까? 회사에서 하루에도 수 백 번 듣는 단어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습니까? 직장인들이 하루 중 회사에서 쓰는 말들을 조사해 보면, 생각 외로 몇 문장 안된다고 합니다. 단어로는 채 100개가 넘지 않는다는 조사도 있지요. 단어 사이사이에 쓰이는 조사를 빼버리고 나면 순수 명사의 수가 이렇다는 얘깁니다. 직장인들은 주로 어떤 단어를 쓸까요? 일, 주간․월간업무, 매출, 승진, 평가, 월급, 임원, 시장, 점유율, 술, 회식, 워크샵, 협력업체, 사장님, 비전 등등 아무리 꼽아 보아도 100개 이상의 단어를 찾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적은 수의 단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업무를 수행할까요? 회사에서 쓰는 단어들은 일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압축된 터미놀러지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2009. 9. 1.
덕수궁에서 보낸 하루 주말, 가족을 데리고 덕수궁에 갔습니다. 페르난도 보테로전을 보기 위해 갔는데, 그의 작품에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미 특유의 낭만적이고, 정서적 풍요가 물씬 풍겨나는 작품들. 사진을 찍어 놓고 좌우로 잡아 당긴것처럼 모든 인물, 정물들이 뚱뚱하게 살찐 풍경은 인생이란 물커덩 쏟아지는 과즙과 같은 것이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생이 뭐 즐기는 것 말고 뭐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 말이죠. 그게 바로 태평성대이겠죠. 특히 색채에 무한한 자신감을 보이는 작가의 작품을 보며, 어렸을 때 넘치도록 사랑 받으며 자란 사람이 아니고서는 저렇듯 풍요롭지 못할텐데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림에 문외한이지만, 꽃이 꽂혀 있는 화병 정물을 하나 사들고 나올 때에는 풍요마저 거저 얻은 듯했습니다.. 2009.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