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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CEO산에서 경영을 배우다43

山 과 잠언 산에는 무수히 많은 등로가 있다 길은 사람을 향해 뻗고 사람은 길을 향해 나아간다 길속에서 길을 찾기도 하고 길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은 어디인가. 산에 누워 있는 무덤 하나 산 아래에서 내가 버리고 온 무덤하나 산에 와서 나를 기다리네 산 위에 놓여 있는 무덤 하나 차마 내가 버리고 오르지 못한 무덤 하나 반가운 듯 나를 반기네 저 무덤의 주인은 언제 적 사람일까 인연의 끈이 아무리 질겨도 물처럼 흘러가는 것 그게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연의 법칙이자 만남의 깊이다 한여름 장마철에 소백산을 오르다가 느닷없이 내리쏘는 소낙비를 만났다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 채 자연에 온몸을 내맡기자 내 영혼은 우주가 되어 이 산하 언저리에 비로 뿌렸다 그대는 산을 타는 게 아니라, 마음을 타는 것이다.. 2009. 2. 2.
산 전 경 일 산에 올라본 사람은 알지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다는 것을 앞서다 보면 뒤서게 되고 뒤서다 보면 앞서기도 한다는 것을 엎치락뒤치락 하는 산행이 우리네 사는 것과 꼭같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지 길 위에서 선다는 것은 불현듯 깔딱고개도 만나야 하고 홀로 너럭바위와도 맞닥뜨려야 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지 때로는 바람의 길을 지나며 훌훌 털어내 버릴 듯 고함치지만, 천만 개 협곡이 내 안에 울울창창 들어차 있어 절로 얼굴 붉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가 있지 산꾼이라면 지금 오르는 길이 정상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톳이 후미진 곳으로 한없이 낮아지는 길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 떠남으로써 돌아오는 길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스스로 몸을 일으켜 본 저 산악은 알고.. 2009. 2. 2.
자운봉 자운봉 전경일 아무래도 나는 산으로 가야겠다 수직의 세상 아래 수평의 세상이 놓여 있는 곳 서 있는 것이 누워 있는 것이고 누워 있는 것이 곧추 서 있기만 한 저 바위 끝 절벽을 향해 높이를 톳아대는 산 아래 답답함 떠나 곧추어 서 있기만 해도 평등한 수평의 세상 저 자운봉 끝으로 아무래도 나는 산으로 가야겠다 내 몸 위로 산을 세우고 세상을 띄워 마침내 성숙한 여인의 살을 파고드는 사내의 입김처럼 부처님 손바닥 같은 자운봉 한 모퉁이에서 내가 놓이게 될 세상의 끝을 향해 마음의 평정과 균형을 얻으러 나, 저 바위 위에 오르고 싶다 저 아래 후미진 세상 가득 채우는 물이 되기 위해 나 아무래도 바위를 타야겠다 채우고 비우는 게 인생이라는 극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나, 수직의 바위에 몸을 던진다. 전경일. 2009. 2. 2.
겨울 치악산 겨울치악산 전경일 너는 벌거숭이 산 세상의 산 오르고 난 뒤 합장하고 만나는 마지막 산 폭풍우 몰아치고 폭설 사정없이 몰아칠 때 세월이 무심히 밟고 간 산 오르도록 허락한 산 내려오도록 인도한 산 말 못하는 까치의 산 아버지 뒷모습같이 긴 그림자의 산 너는 산 나는 산 산 따라 오르는 또 다른 산 산에서 만나는 사람의 산 벌거숭이 산 외로운 산 雪山, 너는 눈 내린 겨울 치악산. 전경일. (김영사) 2009. 2. 2.
깊은 산속 샘물 깊은 산속 일표음(一瓢飮) “카아- 시원타!” 지리산 중턱에 올랐을 때 김명득 사장은 표주박으로 샘물을 떠 마시며 생애의 온갖 희로애락이 씻겨나가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고통이 다하면 감로수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처음엔 빚내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빚을 가리고 나자 돈이 조금 모였다. 손에 돈이 들어오니 다른 사업으로 눈이 돌아갔는데 코가 깨지려고 그랬는지 투자를 하자마자 IMF가 터졌다. 무리다 싶기도 했지만 김 사장은 이 고비만 잘 넘기면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왕 들어선 길인 데다 뭐든 크게 생각하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불운은 문을 열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든다고, 사업을 크게 벌인 순간 핵폭탄급 외환위기가 찾아들었다. 가족이 길거리로 나앉았을 때 그는 혀를 깨물었다. 일이 꼬여도 분수.. 2009. 2. 2.
길 위에서 찾은 또 다른 길 사업은 길에서 줍는 거다. 줍지 않고 얻게 된 것이 있는가? 산을 오르며 만나는 무수한 사람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다. 아니, 산을 오르는 사람의 수만큼 많은 사연이 등로에 펼쳐져 있다. 나름의 시름과 비나리가 담긴 그 사연에는 배낭에 생뚱맞은 물건을 넣고 오르는 기이한 일도 한자리 차지한다. 거래처에서 수금한 돈다발과 함께 야간 무궁화호에 몸을 실은 사람도 있다. 말인즉 시간에 쫓겨 그랬다지만 사실은 산에서 돈 기운을 쐬고 그 힘으로 사업을 더 키워보고 싶은 비나리에 나선 사람이다. 법인 통장을 들고 산에 오르는 사람은 출금난보다 입금난에 0이 몇 개 더 붙기를 바라고, 배낭에 시제품이 들어 있는 사람은 그 제품이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길 바란다. 또한 매출목표를 적은 현수막을 짊어지고 산에 올.. 2009.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