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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나이듦에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현명하게 나이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그건 바로 자신을 그냥 맥없이 나이들게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런 결심도 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늙음에 대해 분명한 자기 입장, 견해, 결단을 세우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은 마침내 무자비하게 칼날을 휘둘러 당신의 머리칼을 백발로 만들고, 허리를 구부러뜨려 놓을 것이다. 누구거나 마흔이 되면 나이듦에 분명한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냥 나이들어가서는 안된다. 어떻게 살아 온 인생이었나? 그런 질문과 함께하는 자기 반성과 삶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흘러야 한다. 시드는 것과 원숙해 지는 것의 차이를 알라 만일 당신이 그냥 늙어간다면, 그건 시드는 것이지, 삶의 끝자락을 세련되게 마무리 짓기.. 2009. 2. 17.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친구여, 용서를 비네 친구여, 용서를 비네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때, 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보통학교, 즉 지금의 초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적잖은 핍박을 받으셨다. 어느 날, 아버지는 견디다 못해 친구를 찾아가 함께 월남하자는 제안을 했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옆집 친구이니 이 정도는 믿어도 되겠구나, 싶어 속의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 문턱이라곤 다녀본 적이 없는 친구는 아버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버럭 화를 내더니, 내무서에 보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버지는 일이 커지게 될 때 닥칠 후환을 염려해, 그 자리에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이니 오늘 얘기는 듣지 않은 것으로 용서해 달라고 하고는 신신당부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아버지는 당신의 얘기가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지 않을까.. 2009. 2. 17.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친구는 서울로 갔었네 친구는 서울로 갔었네 시골 작은 역에 기차가 도착했다. 이십 년 전 고향을 떠난 친구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가슴 설레이며 마중 나가는 중이었다. 그 친구는 오래 전 도시로 나가 꽤나 근면하게 일해 돈도 모으고, 결혼도 하고, 탐스러운 과일 같은 아이들도 주렁주렁 낳았다. 누가 보기에도 그 정도면 성공한 인생이었다. 열차가 멈추어 서자 웬 중년의 사내가 내려섰다. 나는 첫눈에 그 남자가 열다섯 살 때의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라진 거라고는 그 시절 곰배무늬 바지 대신 양복을 입고 외투를 걸쳤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다가가 반가운 마음에 덥석 그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힘을 주어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친구는 내 요란벅적한 환영 인사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을 펴 악수하기.. 2009. 2. 17.
[남자 마흔 살의 우정] 나이 들며 얻게 되는 감정 함께 나이 들며 얻게 되는 감정 내가 어렸을 때에는 요즘과는 달리 형제 관계에서 위아래가 분명했다. 형에게 덤비는 것은 물론, 말 놓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형과의 사이에 생기는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컸던 만큼, 누나들에게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암묵적으로 여성은 약한 자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보호본능 때문이었거나, 아니면 누나들이 자발적으로 모성애적 사랑을 쏟아 부어 주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형제들 사이의 확고했던 이런 서열도, 나이가 들고, 결혼해 각자 얘들을 키우면서부터는 훨씬 희박해지는 것 같다. 그때부터 형제들 간의 관계는 좀 더 평등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손위 형제들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과묵하게 굴어 화난 것처럼 보이던 형제도 이제.. 2009. 2. 17.
기본적인 건 변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당신은 이것을 기억해야 해요. 키스는 여전히 키스예요. 한숨은 한숨이구요. 세월이 흘러도 이런 기본적인 일들은 여전히 그대로예요.’ 영화 에 나오는 대사다. 키스는 키스다. 내가 십 수 년 전 아내와 연애를 할 때 나눴던 키스가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뽀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살며 가끔씩 잠 못 이루는 밤에 창밖을 내다보며 내쉬는 한숨도 그냥 한숨일 뿐인 거다. 그렇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 해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은 변치 않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변치 않을 것이다. 내가 변하지 않는 한, 가장 기본적인 사실인 나의 언젠가 다가 올 죽음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 주위에서 사라져갔듯이 말이다. 사랑에 의미를 두는 것은.. 2009. 2. 17.
촌지를 받은 선생님 촌지 사범대를 나와 중학교 선생님이 된 내 친구는 처음으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촌지라는 것을 받게 되었다. 받을까 말까. 온갖 생각이 그 앞에 내밀어진 봉투 앞에서 해일처럼 밀려왔다 밀려가곤 했다. 전광석화와 같이 수만 가지 생각들이 어디 숨어 있다가 튀어 오르는지, 일시에 터져 나오더라고 그는 말했다. 거절을 할까, 말까 하면서도 당장 아쉬움이 그를 유혹하는 걸 느끼게 되었다. 작은 것에의 흔들림. 그 다음의 무너짐. 애써 웃는 어색한 웃음... 첫 촌지의 추억을 갖고 있는 친구는 끝내 그 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나는 몹시 궁금했지만, 진실이 묻혀버릴까 봐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안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순간,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고 그는 말했다. 얼마 전 형제들끼리 모여 연로하신 부모님의 한약 값을.. 2009.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