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보기고 | Posted by 전경일소장 전경일 2020. 6. 27. 16:31

항해에서 배우는 리더십: 리더는 선장

팬데믹과 글로벌 정치적 불안정성, 그리고 유동하는 자본-기술-사람들의 인지 등의 변화와 기회 속에서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1911, 각기 다른 두 탐험대는 엄청난 목표를 향해 긴 여정에 첫 발을 내딛었다. 바로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남극점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아문센의 철저한 탐험 준비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이 한 팀을 이끌고 있었다. 아문센은 원래 북극을 최초로 정복하려 했다. 그러나 로버트 피어리가 이미 북극을 정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정반대편에 있는 남극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북극이든 남극이든 관계없이 그는 자신의 철저한 계획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문센은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에스키모인들과 경험 많은 북극 탐험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한 후, 장비와 보급품은 개썰매로 이동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팀을 구성할 때 스키를 잘 타는 사람들과 개를 잘 다루는 사람들을 뽑았다.

 

그의 전략은 단순했다. 탐험대가 하루 6시간씩 24~32km를 이동하는 동안 힘든 일은 거의 다 개에게 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의 일정이면 대원들과 개들은 다음날 탐험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문센의 사전 준비는 놀랍도록 치밀했다. 탐험 경로를 따라 보급품 저장소를 만들고, 필요한 물품은 사전에 모두 채워 두었다. 탐험대가 처음부터 무거운 보급품을 다 가지고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 대원들에게 최고의 장비를 제공했다. 이렇듯 아문센은 탐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면밀하게 생각했고 그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항해의 법칙을 거스른 스콧

또 다른 팀의 리더는 영국 해군 장교인 로버트 스콧(Robert F. Scott)이었다. 그는 예전에 남극 지역을 탐험한 적이 있었다. 스콧 탐험대가 선택한 방법은 아문센과는 정반대였다. 개썰매 대신 모터썰매와 조랑말을 선택했다. 그러나 출발한 지 겨우 5일째 되던 날, 남극의 극심한 추위로 썰매의 모터는 작동을 멈췄고 조랑말도 추위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탐험대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조랑말들을 모두 죽일 수밖에 없었다. 100kg에 달하는 보급품 썰매를 끄는 것은 탐험대의 몫이었다. 그것은 몹시도 힘든 일이었다.

 

스콧은 탐험 장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복장에 문제가 있어서 대원 전체가 동상에 걸렸다. 또한 스콧이 제공한 고글은 성능이 좋지 않아 대원들은 모두 설맹이 되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식량과 물의 부족이었다. 스콧이 계획을 정교하게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장소에는 보급품이 충분하게 채워져 있지 않았고, 저장소들 사이의 거리도 너무 멀었다. 또 장소가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찾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눈을 녹여 물을 만들 연료도 부족해서 대원들은 탈수 증상이 생겼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4명 분량의 보급품만 준비했는데도 갑자기 한 명의 대원을 추가시킨 스콧의 결정이었다.

 

1,300km가 넘는 10주간의 혹독한 여정 끝에 1912117, 스콧의 탐험대는 드디어 남극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노르웨이 국기와 아문센의 편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리더가 이끄는 상대 팀에게 스콧의 탐험대는 한 달 이상 뒤쳐졌던 것이다.

 

리더는 항로를 정해야 한다

스콧은 구성원들에게 항로를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 리더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준다. 남극에 갈 때도 너무 힘들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끔찍했다. 그들은 굶주리고 괴혈병으로 고통 받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보급식량이 극히 부족했는데도 스콧은 돌아갈 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15kg에 달하는 지질학 자료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진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결국 대원 한 사람이 혼수상태에 빠져 죽었다. 조랑말들을 돌보기 위해 선발된 육군 장교는 동상이 너무 심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는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눈보라 속으로 걸어 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스콧과 최후의 대원 두 명도 북쪽으로 전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남극점을 출발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베이스캠프까지는 아직도 240km나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죽어갔다. 스콧이 남긴 최후의 기록은 이러했다. “영국인들의 용기와 인내력을 보여주고 싶다.” 그는 분명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리더십이 없었다.

 

구성원은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 주는 리더를 필요로 한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배를 조종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항로를 정하려면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는 항해 과정을 미리 내다본다

리더는 자신과 구성원들이 가야 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부두를 출발하기 전에 먼저 여행의 전 과정을 머릿속에 그린다. 목적지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있으며 그곳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다. 또한 그곳으로 가기 위해 누구와 함께 가면 좋은지 알고 있고 장애물이 나타나기 전에 대비할 수 있다.

 

구성원은 리더가 하는 그대로 따라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구성원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여행의 전 과정을 미리 내다보고 연습해야 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항로를 어떻게 내다보고 정할 수 있을까?

 

1) 과거의 경험을 활용한다

과거의 모든 성공과 실패는 좋은 정보와 지혜가 될 수 있다. 성공의 경험은 자신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려주고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그러나 더 큰 교훈을 얻는 것은 실패로부터이다. 실패는 잘못된 생각, 성격의 결함, 판단의 실수, 좋지 못한 업무 방법 등을 밖으로 드러나게 한다.

 

대부분의 타고난 리더들은 뒤를 돌아보는 대신 앞을 바라보고, 결정하고, 전진한다. 그러나 리더로서 좋은 항해사가 되려면 시간을 갖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2) 결정을 내리기 전에 상황을 점검한다

훌륭한 리더는 상황에 대한 자세한 검토 없이 실행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조류와 반대로 항해하거나 폭풍우 속으로 항로를 결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훌륭한 항해사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리 지불해야 할 비용을 계산한다. 그들은 돈, 자원, 인재와 같이 측정 가능한 요인뿐만 아니라 타이밍, 의욕, 추진력, 문화 등 무형적 요인도 검토한다.

 

3)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고 해도 혼자 모든 문제의 답을 다 갖고 있을 수는 없다. 그 때문에 일류 항해사들은 여러 곳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아문센은 남극 탐험을 떠나기 전에 캐나다에 거주하는 미국 원주민들에게서 따뜻한 의복과 북극에서의 생존 기술을 배웠다. 그들로부터 배운 생존 기술과 행동 방식이 탐험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 중 하나였다.

 

항해 리더는 여러 곳에서 아이디어를 구한다. 동료 리더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현장에서 조직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조언을 해줄 만한 조직 밖의 리더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지식과 능력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능력도 활용한다.

 

믿음과 사실 두 가지 모두 감안해 결론을 도출한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를 이끌고 어딘가로 향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 목적지까지 구성원들을 무사히 데려갈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리더는 이런 요소와 더불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장애물을 축소시키거나 문제들을 자기 나름대로 합리화시키면서 조직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는 없다.

 

짐 콜린스(Jim Collins)는 믿음과 진실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리더란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현실을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낙관과 현실, 직관과 계획, 믿음과 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항해의 리더가 되려면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복잡계와 불확실성이 노정되며 사람들은 갈피를 못 잡을 수 있다. 소득은 줄고, 일자리를 잃는다. 감정이 인내의 임계치를 넘어 폭발하는 현상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런 때일수록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나가는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다. 리더가 고독할수록 세상은 그만큼 편해진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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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티비다시보기 2020.08.31 16:50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