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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영89

소에 고삐를 묶다 vs. 소, 고삐에서 풀리다 명(明)으로 봐서 이제 누르하치는 완전히 고삐 풀린 소의 모습이었다. 한족이 역사적으로 항시 우려한 게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변방에서 일어나는 이민족의 도전을 막고자 한족은 오래전부터 ‘위(衛)’라는 군사단위를 설치한다. 나아가 지방의 부족장을 통해 이민족의 각 부족들을 통제하는 간접 지배 방식을 취했다. 당연히 이 부족장들은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사람들로 채워졌으며, 지위를 세습시킴으로써 한족은 그들로부터 지속적인 충성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중국은 이 같은 소고삐 정책을 통해 변방을 중국의 행정체계에 편입시키려 했고, 이민족에 의한 이민족의 지배라는 이이제이 방식으로 친중 사대정권을 수립했던 것이다. 이는 현재에 와서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는 한족의 대(對)변방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몽고.. 2010. 7. 27.
제물에서 주역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다 누르하치 성공 배경에는 항시 요동이 자리 잡고 있다. 요동은 여진족에게는 남만주(南滿洲) 지역에 해당된다. 요동에 대한 지배는 풍부한 곡창 지대에 대한 경략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안정적인 식량 공급원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동은 여진족과 명의 접경지대로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배워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최고의 전략거점이었다. 나아가 요동은 해상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했다. 뱃길로는 가장 짧은 거리로 중국에 가 닿을 수 있었다. 만리장성이 끝나는 바닷가와 맞닿은 철의 요새가 바로 산해관이었고, 그 관문을 통과하면 눈앞에 북경이 닿을 것 같았다. 누르하치가 요동을 눈여겨 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적과 대립하는 접점 가까이 군사들을 배치할 수 있는 이 같은 교두보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조건이었.. 2010. 7. 27.
적에게서 배워라 그렇다면 청이 건국되는 1600년대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가? 유럽에서는 신대륙이 발견되었고, 세계사적 흐름은 전지구적 현상이었다. 청조는 근대 중국을 잇는 가장 가까운 왕조로 출범해, 몽골의 원(元)을 빼고는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민족과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해 현대 중국에 넘겨준 왕조이다. 그 무렵에 중국에서는 소수 민족인 여진족이 오랜 기간 한족을 지배하고 유지하는 경이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여진족의 성공 이유에 대해 에드윈 O. 라이샤워와 존 K.페어뱅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1)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 (2) 유리한 시기의 도래 (3) 제부족의 통일 (4) 공통되는 민족명의 부여 (5) 공략에 대한 동기부여 (6) 자손까지 이어진 대업 완수와 후손에 의한 중국.. 2010. 7. 27.
[세조] 대를 이은 업을 어찌할꼬 권력에 어찌 나눔이 있을 쏜가. 나이 어린 조카가 어찌 나라를 경영할 수 있겠는가? 자칫하다간 조상들의 창업이 한낱 물거품이 되어 버릴 수 있는 것, 내가 나서서라도 창업가의 지분을 지켜야지. 허나 이를 두고 나의 권력욕 때문이라고만 한다면, 이 또한 명분 없는 처사일터... 헌데 측근들은 왜 한사코 나를 두둔하며 권력 잡기를 종용하고 있는가? 나를 위해서인가? 저들의 권력욕을 드러내고 싶어서인가? 어차피 피를 보지 않으면 권력과는 멀어지는 법, 그럴 땐 내가 정적의 칼끝에 겨누어 지는 것. 그러니 선제공격이 최선의 방어일 터. 어린 조카를 밀어내고 왕좌를 꿰찬 세조. 그는 어떤 경위와, 어떤 목적을 가진 왕이었을까? 조카의 뒤를 돌보며 왕실 측근으로써, 종실 어른으로 부왕의 형제인 양령이 그리 했고, .. 2010. 7. 20.
[태종] 정치란 권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라면 세상은 어찌 될까. 국가 창업은 피를 마셔야 바로 서는 때가 있는 듯, 태종의 권력욕은 피를 동반한 길이었다. 하지만 피를 보고서도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면, 그것은 무능한 권력 탓에 백성이 도탄에 빠지는 것보다 천 배는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 9단. 음모와 술수의 대가. 쿠테타의 주역. 철저한 냉혈한이자, 무(武)의 제왕인 태종을 만나보자. -왕을 얘기 할 때, 늘 가슴 뜨끔한 기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처음부터 초강수를 띄우는 질문을 하는군. 1,2차 왕자의 난을 말하는 겐가? 포은(정몽주)을 쳐 죽이고, 삼봉(정도전)을 팽하고, 나의 처남들과 충령의 장인, 처남을 처단한 것을 두고 말하는 겐가? 하하... 그건 시효도 지났고, 역사의 일부가 되었으.. 2010. 7. 20.
강자는 변방에서 출현한다 중국의 오랜 전략 중 하나는 주변 세력들이 강한 힘으로 결집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한족은 타민족의 단결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왔다. 한족은 그 자체로 중국을 형성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오히려 변방에서 새로 생겨나는 힘과 그것을 막고자 하는 한족 내부의 힘이 변증법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중국 지배 권력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족의 중국을 중국 전체로 이해하는 것은 중국을 형성하는 다양한 힘을 무시하는 태도다. 외부의 힘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법으로 한족이 취한 정책이 바로 ‘분할 통치(divide and rule)’였다. 그러나 이 같은 한족의 정책은 내부에로 눈을 돌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들불처럼 피어올랐다. 변방에 소홀한 틈을 타 그동안 감추어왔던 세력들은 그 모습.. 2010.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