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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219

입이 딱 벌어질 새로운 세계 여름 철 휴가차 찾은 제주도 초가(草家)를 들어서면 ‘정낭’이 막아선다. 3개에서 4개 정도의 구멍이 뚫린 주석이나 정주목을 세우고 정낭을 걸쳐 놓는 풍경은 외지인들에게는 아무래도 낯익은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제주도민에게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정낭을 치는 생활 습속은 외부인과 내부인에 대한 표시 방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가로대가 놓이는 방식에 따라 안에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일종의 민간의 출입시스템인 것이다. 정랑을 보고 있노라면,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이 왜 우리에게서 먼저 시발되지 않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안을 들여다보려는 투시와 밖에 대고 안의 상태를 드러내 보이려는 표현이 어우러져 표리(表裏)가 상통(相通)하는 기호력은 제주도민에게는 디지털의 일상적 프랙티스라고 할 수 있다. 생.. 2009. 10. 13.
신개방과 잡종의 열풍이 불어 온다 얼마 전 IT업계의 지인을 만났는데, 마이크로 소프트와 구글, 야후 등 굵직한 회사들의 R&D센터가 있는 인도 방갈로를 방문한 소감을 내게 들려줬다. 엄격한 카스트 문화의 잔재가 짙게 깔린 대륙이지만, 인도의 힘은 과거-현재-미래의 트라이앵글이 개방성에 힘입어 국가적 자산이 되고 있다는 것. 기업이 인도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그들의 통섭력 때문이다. 세계관이 보다 개방적인 사고와 열린 마인드, 포옹력이 어우러진 통섭의 세계로 옮겨가고 있다. 그 만큼 전 세계는 기존의 상태와 일변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1, 2년간 전 세계 정치는 물론 기업도 열린 사고와 수용력을 더욱 높여 가고 있다. 세계화든 FTA든 개방성은 마치 중국 CCTV에 나왔던 처럼 무엇이 그 사회와 국가를 융성케 하는 것.. 2009. 10. 13.
꽉 막힌 생각의 흐름을 뚫는 법 얼마 전 나는 에디슨에 대한 전기를 다시 훑어보았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해서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그의 사고의 측면, 실험의 측면에서 남다른 문법을 해독할 수 있다. 그것은 달리보기, 즉 생각의 유연성이다. 에디슨은 광석 파쇄기에 들어갈 새로운 부품을 설계할 때 엔지니어들이 세 각도에서 그려낸 도면을 48가지의 설계안으로 다시 그려냈다. 수없이 도면을 그려내며 그는 새로운 개념과 맥락을 찾아냈고 거기에다가 생명을 불어넣었다. 에디슨에게 창조는 습관이었다. 발명에 임하는 자세도 이와 같았지만, 그는 주변의 지식과 경험을 끌어 모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낼 줄 아는 능력, 즉 통합성(요즘 말로 통섭적 역량)이 있었다. 이것이 발명의 원천이었다. 예컨대, 에디슨은 평생 걸쳐.. 2009. 10. 13.
생물학의 진화, 인문적 상상력이 세상을 바꾼다 미국 뉴 올리안즈의 한 카페에 들어가 블루스 음악을 듣는다. 선율에 실린 가사는 '볼 위빌'이란 애벌레에 대해 노래한다. "목화를 키웠지만, 반은 상인이, 반은 볼 위빌이 가져갔지..." 마치 우리에겐 경쾌한 선율로 다가오던 스페인어로된 멕시코민요 가 실은 바퀴벌레에 대한 이야기이듯, 흑인 노예들의 노역으로 상징되던 목화는 이후 섬유 산업과는 전혀 달리 흑인들의 애환을 실은 블루스라는 문화콘텐츠를 전 세계에 전파시킨다. 물론 이 음악이 전 지구적 컨텐츠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흑인 노예들의 삶을 지난하게 했던 1백년 전의 노고도 이제는 완전히 달리 변신했다. 생화학과 식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이뤄낸 것. 목화밭의 해충을 잡고,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제거하던 일들은 제초제의 등장과 함께 사.. 2009. 10. 13.
경영, 사람을 속속들이 읽다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맥월드 2007에서 저 유명한 아이폰(i-phone)을 발표할 때 나는 화면에 미끄러지듯 좌우로 오가던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가 결합된 아이폰 이미지를 잊지 못한다. 그는 제품의 통합성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프리젠테이션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했다. 물론, 신제품 발표를 통해 그 자신 스토리텔러이자, 신화를 끌고 다니는 IT업계의 거두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잡스의 이런 카리스마는 실은 발표력에 있지 않다. 대신 그는 신비주의적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애플과 자신을 하나의 컨텐츠로 묶어 내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한동안 'CEO 브랜드'라는 것이 유행해 한 경제일간지는 CEO의 가치를 섹션으로 다룬 적 있다. 그러나 효과는 얼마 지속.. 2009. 10. 13.
새로운 경영의 요구, 인문의 힘 서울대를 비롯한 각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주로 경영대가 주관하는 최고경영자과정은 퇴조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인문사회과학대에서 주최하는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은 크게는 3: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어 왠만한 사람이라면 대기표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CEO들의 경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일까? 전혀 아니다. 대학 측의 얘기에 의하면, 경영자들은 이제 기능적 해법보다는 뭔가 본질적인 해법을 찾고 있다는 것. 굳이 "경영학은 인문학이다."는 말로 경영에 인문적 요소를 끌어 들이고자 했던 피터 드러커의 얘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기능적이며 효율성에 근간이 되었던 경영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 게다가 .. 2009.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