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살이 이야기51

차 한잔 하러 오세요 바람 부는 제주에 찻잎 따서 마시는 풍광을 안고 싶다. 찻 잎 하나에 삶을 싣고, 그윽한 인생의 멋을 알며 살아가고 싶다. 멋진 벗들과 차 한잔 하며 저문 황혼을 말없이 바라보고 싶다. 계속 계속 우러나는 찻잎이고 싶다. 2009. 5. 1.
돌짬에 난 식물들 작년에 낸 에서도 비슷한 사진이 쓰였었는데, 제주 돌짬 아래 이끼류 식물이 틈을 헤집고 나온다. 삶이란 이렇게 억척스러운 것. 올 상반기에는 책을 몇 권 내고 하반기 작업에 혼을 쏟는다. 건강한 글이 어디서든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9. 5. 1.
삶의 이음새를 볼 때 길을 가다가,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나는 대체 어디로 향하게 되는지 돌아 볼 때가 있다. 수평선이네, 결코 만날 수 없네, 함께 같이 가는 길이네, 하는 말들이 은유된 철길을 유심히 내려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이음새들이 길을 만들고 있었다. 덮거나 춥을 때의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이음새가 있다는 게지만, 내게는 삶이 저렇듯 마디 마디 이어지는 철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백선을 타고 먼 산골로 잦아들고픈 연휴다. 그래 흙내음을 맡고 싶다. 2009. 5. 1.
어느 푸른 저녁 무렵 어느 푸른 저녁 무렵, 밥을 먹고, 변소에서 똥을 싸고, 푸른 잎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에 불현듯, '아, 하늘을 본지 오랬만이구나! 그래 내 머리위로 하늘이 있고, 우주가 돌고, 별과 달이 빛났건만, 그걸 잊고 살아왔다니!' 참담한 마음에 하늘에 뜬 달을 건져 올렸다. 눈으로 봤을 땐 둥글던 놈이 서툰 카메라에 잡혀서는 횃불처럼 이즈러지는구나. 그래, 천궁에 걸린 횃불이여! 너는 무엇을 부르짖고 있는거냐. 너의 이 풍경이란 이게 다 뭐냐. 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우주의 어느 저녁 시간은... 2009. 4. 25.
나의 종교관 석탄일엔 부처가 오고, 성탄절엔 예수가 오고, 온갖 기일엔 그에 맞는 신들이 찾아와 아픔을 덜어 주면 되지. 다툼없는 거리로, 다툼없는 간격 사이로, 그렇게 평화가 새벽녘 바지가랑이를 적시는 이슬방울처럼 오기만 하면 되는거지. 2009. 4. 24.
백일홍 난만한 문간을 내다보며 백일홍 난만한 문간을 내다보며, 한 계절의 도래와, 한 계절의 풍미와, 한계절의 스러짐을 내다본다. 삶은 풍요로울 때 더불어 나눌 수 있어야 하는 것. 내 젊음은 왜 이리 더딘 깨달음을 가져오는가. 내 인생은 詩를 닮아 가는가. 천연한 꽃들 앞에 문득, 발을 멈춰 세운다. 2009.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