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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살이 이야기51

上書 - 주권의 하늘인 백성에게 올리는 글 1800년 정조대왕의 갑작스럽고, 의문스런 죽음은 우리 역사에서 가능한 한 삶을 죽음으로 환치시키는 일대 사건이었다. 정조 독살설의 의구심은 그 진위를 가리기 전에 세종시대 이후 민족사의 일대 개혁과 개방 정신을 후퇴시키고, 다시 보수와 사대를 뿌리 깊게 내리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로써 훗날 한일간의 격차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되고, 민족사의 어둠은 길게 드리워진다. 정조가 독살 당했을 것으로 믿는 남인 측의 확증은 당시 남인계 인사였던 다산 정약용의 에 우의적으로 드러난다. 경상도 장기로 유배를 갔을 때 다산이 지은 시에는 물고기의 왕 고래가 솔피 무리의 공격에 비참한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우회와 시사로 드러내며, 눈에 생생히 그 한탄스러움을 드러내 주고 있다. 솔피 노래(海狼行) 솔피란 놈, 이리 .. 2009. 6. 1.
딸 아이와 함께 한 관악산 등반기 사당역에서 연주대까지 딸 아이를 데리고 비오는 관악산을 올랐습니다. 운무 가득끼고, 비 흩뿌리는데, 용기백배해 정상까지 오른 딸 아이에게 계속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올라갈 땐 투덜거리더니, 정상을 내려올 땐 만족감이 가득하더군요.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 산행은 부모나 아이나 많은 것을 함께 나누게 되지요. 세번이나 관악산에 오른 아이와 정상에서 힘껏 심호흡을 했습니다. 공기는 더할 나위없이 청량하고, 몸은 지쳐가도 아이는 뿌듯한듯 앞서 내딛습니다. 부모의 마음이란 이런 것일까요. 뒷서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니 말입니다. 비나 내려 골짜기에는 물이 늘었습니다. 오늘 전국적으로 모내기에 충분한 비가 내렸겠지요. 내려와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하고, 벗과 함께 사는 얘기도 하고... 과천향교 초입.. 2009. 5. 17.
강화 내가 저수지에서 상념을 던지고 오다 강화도 내가저수지에서 1박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낚시를 했습니다. 인하대 김명인 교수님 내외분의 멋진 전원주택도 들러보고, 요즘 제철이라는 숭어회도 대접해 주셔서 초고추장에 소주 한잔 들이키기도 했습니다. 강화도에 조그마한 집 한 채 짓고 주말마다 내려가 글도 쓰고, 미릿속도 헹구고 싶고, 부럽네요. 강화에 가면 늘 강화학파와 시집으로나 알게 된 함민복 시인과 그의 시가 떠오릅니다. 말랑말랑 말랑말랑... 빼어난 세편... 김훈은 함시인과 포구에서 무슨 얘기를 했을지 궁금합니다. 막판에 막내가 잡아 올린 피라미가 지금 우리 집 어항에서 놀고 있습니다. 자연은 놀라운 위안입니다. 그 안에 내가 유영하고 있는 걸 잊고 사는 건 아닌지... 한 낚시군이 물을 바라보네요. 지난주까지는 조황이 좋았다는데, 모내기용.. 2009. 5. 10.
숲은 살아 있다 강원도 횡성 숲체원에 다녀왔다. 옆으로 이어진 임도(林道)를 거닐며 한없이 맑은 공기와 숲 내음과 봄이 쭉쭉 올라와 생명을 다투며 틔우는 풍광을 바라보았다. 봄의 숲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하다. 맑은 공기 - 서울에서는 어디 언감생심 바랄 수나 있는 일인가? 돌아오는 길에 다음 작품의 유적지를 찾아 순례를 돌고, 고속도로 위로 올라탓다. 서울로 가는 길은 지금 '느림의 미학'에서 '다급함과 빨리의 세계'로 접어든다. 이 숲의 생명과 한가로움과 평화를 더 누리고 싶다. 2009. 5. 5.
별을 쏘다 휴일, 아이들을 데리고 강원도 한 천문대에 가서 별을 보았습니다. 망원경으로 바라본 달은 한 없이 크고 황량해 보였습니다. 황량하기만 해 보이는 저 행성에 토끼가 사는 걸 보았다는 아이의 농담이 그저 정겹기만 했습니다. 우주를 관측하고 나서 하는 딸 아이의 말, "저 넓은 우주에 우리는 한 점 티끌 같아요." 그렇습니다. 삶을 반추하고, 겸허해지며 극히 유한한 우리 삶을 돌이켜보며 생을 준비토록하고, 삶의 숙연함을 알게 했으면 됐지요. 저도 달을 이렇게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렵게 잡은 사진인데 정말 두고 두고 보고 싶습니다. 2009. 5. 5.
모내기 준비 중인 시골 풍경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모내기철이라 다행히 비내린 시골 풍경은 수채화 같기만 하고, 정리된 무논에는 물을 끌어다 대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죠. 한가롭기만 한 풍경같아 보여도 모판이며, 온상을 손보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기만 합니다. 예전엔 모내기를 할 때면 고봉밥이며, 막걸리며 둥당 울리는 풍악이며 정겨운 풍경들이 펼쳐졌었지요. 도심을 떠나면 이렇게 땅에 뿌리를 박은 삶이 고스란히 계절을 맞이합니다. 보는 마음에 긴 여운이 남습니다. 2009. 5. 5.